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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체계/커뮤니케이션

소통으로서의 과학저널리즘

소통으로서의 과학저널리즘 과학기술분야의 비판적 지지자 2010년 08월 13일(금)

과학창의 칼럼 과학저널리즘(Science Journalism)은 비교적 최근에 발전하기 시작한 분야로 신문과 방송 등 대중매체가 과학기술분야의 다양한 활동과 이에 관련된 정보를 보도하는 제반행위를 의미한다.

과학저널리즘이 20세기 후반부터 크게 주목받게 된 것은 무엇보다 과학기술계와 국민과의 소통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잘 아는 바와 같이 나노, 바이오, 정보기술, 환경, 그리고 의료분야 등 과학기술분야의 발전은 나날이 빨라지고 복잡해지고 있다. 반면, 일반대중들은 전문성과 시간의 부족으로 인해 급격하게 변모하는 과학기술계의 발전상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따라서 과학분야를 취재 보도하는 과학저널리스트들이 대중매체를 이용해 과학기술계와 국민간 소통을 주도할 필요성이 증대되면서 과학저널리즘의 역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인터넷등 뉴미디어의 발전과 함께, 과학저널리즘은 기존의 대중매체를 이용한 일방적 정보전달의 단계를 벗어나, 블로그나 과학자들의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일반대중과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과학저널리즘은 물론 과학저널리즘 보도라는 기본적인 영역에서부터, 뉴미디어가 과학저널리즘에 미치는 영향, 과학기술계의 윤리적 기준, 그리고 과학기술정책 등 주요한 현안들을 연구하는 학문 분야로서 성장하고 있다. 21세기 들어 과학기술을 통한 경제대국건설이라는 당면과제를 앞두고, 과학기술분야가 정치, 경제, 사회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저널리즘의 세 가지 측면

과학저널리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과학저널리즘을 ‘국민과의 소통을 통한 과학의 대중화’, ‘과학문화의 창달’, ‘과학기술계에 대한 검증’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

과학저널리즘 영역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과학의 대중화라는 측면이다. 과학저널리즘은 과학적 정보, 예를 들어 새로운 과학지식의 발견과 발전 (예를 들어 줄기세포 연구, 항암치료제 발견, 인공위성기술 발전 등)에 관한 내용들을 언론매체를 통해 일반대중에게 소개하는 한편, 그 의미와 영향에 대해 알기쉽게 전달함으로써 과학이 일반대중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데 그 주안점을 두고 있다. 과학저널리스트들은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어렵고 생소한 과학기술분야의 정보를 일반인들에게 알기쉽게 전달함으로써 과학기술계와 국민대중과의 소통을 담당하는데 큰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과학저널리즘은 또한 과학대중화와 함께 과학문화창달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과학문화의 창달은 과학기술분야가 일반인들과 격리된 것이 아니며, 일반인들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스며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과학저널리즘은 이를 위해 과학 컨퍼런스, 과학 전시회, 일반인 과학체험, 과학도서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를 주도하고 이에 대한 정보를 일반인에게 소개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과학의 대중화와 과학문화의 창달은 상호 배타적인 개념이 아니며, “과학은 국민과 소통하는 것”이라는 개념에 충실한 상호 보완적인 영역으로 볼 수 있다.

과학저널리즘은 마지막으로 과학기술계의 검증이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의 발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진실성과 윤리의 문제이다. 과학저널리즘은 따라서 과학기술적 발견과 발전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보도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넘어, 현재 진행되고 있고, 또 완성된 연구결과가 과연 정확한 연구윤리를 바탕으로 실행됐는지 그리고 그 결과에 있어 자료·통계조작 등 문제점은 없었는지에 대한 검증자(gatekeeper)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맹목적 지지 아닌 비판적 지지 역할 수행

이러한 측면에서 과학저널리즘은 그 역할을 규정함에 있어 과학분야에 대한 맹목적 지지자라고 하기 보다는 과학기술분야의 비판적 지지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과학저널리즘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과학저널리즘을 수행하는 주체별로 연구한 뒤, 이들이 어떠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관계가 과학보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관찰하는 것이다. 과학저널리즘의 주체로는 과학기술보도영역을 담당하는 과학저널리스트, 과학기술분야 이론과 실제를 담당하는 과학기술인, 과학기술분야의 홍보와 마케팅을 담당하는 과학기술홍보 전문인 그리고 과학기술분야의 수용자이자 사용자인 일반 국민들로 구분할 수 있다. 과학저널리즘의 주체들은 모두 각자의 고유한 영역을 담당하고 있어 이들 개개 주체들의 행위를 연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과학저널리스트들과 과학기술인과의 관계이다. 왜냐하면, 과학저널리즘은 과학저널리스트들이 과학기술의 발견과 발전을 보도함으로써 국민들과 소통하는 제반 행위이며, 이 과정에서 과학저널리스트들과 과학기술인들이 상호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과학자들은 일반 대중들이 소유할 수 없는 특정 지식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전문가 집단으로 자신들의 업적을 대중매체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는 주로 신문, 방송 등 대중매체를 이용해야 한다. 과학자들은 이 과정에서 단순하게 자신들의 지식을 전달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이를 통해 정부, 학계 그리고 일반국민들에게 특정한 조언을 할 수 있는 공공 전문가(public experts)로 거듭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자신의 연구실 내에서 특정한 과학적 지식을 발전시키는 단계에서는 아직도 일반인들과는 격리된 과학자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들이 언론을 통해 일반인들과 정부에 기본적인 정보지식은 물론 필요한 조언을 할때, 비로소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사회와 소통하는 공공전문가로서 역할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떻게 과학저널리스트들과 과학기술인들 간의 관계를 발전시키는가가 과학저널리즘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과학저널리즘은 결론적으로 과학기술계와 일반인들 간의 소통을 실현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또 의료, 보건, 환경, 나노, 바이오, 재난보도(Risk Communication)에 관련된 기본적인 보도업무는 물론, 이러한 보도가 일반 대중과 정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고, 그리고 과학기술인과 과학저널리스트들이 어떤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분야로서 그 가치를 더해가고 있다.
 
21세기 들어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은 물론, 인도, 중국 등 신흥성장국가들까지 과학기술을 통한 지식경제대국건설을 외치고 있다. 과학기술은 이제 일반대중과 괴리돼서는 지식경제대국건설이라는 지상과제를 달성할 수 없다. 과학저널리즘은 단순히 과학지식을 전달하거나 번역해 주는 것에 의해 대중들의 과학지식을 증가시키는 단계를 벗어나 과학기술계와 일반 대중의 소통을 달성하고, 과학기술계의 발전을 위해 과학기술정책에 역동적으로 참여하고 그리고 과학기술계에 대한 비판적 지지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진달용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대학원 교수

저작권자 2010.08.13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