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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체계/상상력

인문학적 상상력이 창조경제의 원동력이라 생각하신 것 같아요

인문학적 상상력이 창조경제의 원동력이라 생각하신 것 같아요"
19일 박 대통령이 책 구입한 '책세상' 이영희 부장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메시지 담긴 책들, 국민들과 나누고 싶으셨을 것"
 
김경산

 

▲ 지난 19일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5권의 책을 구입한 '책세상'코너. 출판사 관계자는 "대통령이 인간 중심의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하는 고민이 담겨 있는 책을 고른신 것 같다"고 말했다.     © 김경산

 

[독서신문 김경산 기자]“‘인문학적 상상력이 창조경제의 원동력이다’라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 열린 ‘2013서울국제도서전’ 개막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 책을 판매한 도서출판 ‘책세상’의 이영희 부장(43)은 대통령이 책 선정에 많은 고심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박 대통령이 구입한 책은 『답성호원』(율곡 이이 지음), 『일러스트 이방인』(알베르 카뮈 원작), 『유럽의 교육』(로맹 가리 지음), 『철학과 마음의 치유』(김정현 지음), 『정조와 홍대용, 생각을 겨루다』(김도환 지음) 등 모두 5권.

이 부장은 지난주 금요일 오후 서울국제도서전을 주최한 대한출판문화협회 관계자로부터 대통령이 개막식 행사에 참석한 뒤 업체 부스를 방문할 예정이라는 연락을 직접 받았다. 월요일에는 ‘책세상’이 출판한 도서 중 10권의 목록도 알려주며 미리 준비해 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대통령이 오시는가 보다' 하고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17년 출판사 경력의 이 부장은 책 목록을 보고 나서 간단한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청와대쪽과는 인맥이 전혀 없는데도 누군가 꼼꼼히 책 내용을 검토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목록에 적힌 책들은 최근 2년 사이에 출판사가 심혈을 기울여 발간한 책들로 그 내용과 저자들이 갖는 의미와 무게가 남달랐다.

박 대통령은 김승직 책세상 대표의 안내로 부스에 들어서면서 이 부장에게 "인문학서적을 내고 계신 출판사죠? 고생 많으십니다"라며 반갑게 인사한뒤 책을 둘러봤다.

“인간 중심의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하는 고민이 담겨 있는 책들을 고르신 것 같습니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얘기하고 그것을 국민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의미가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창조경제를 많이 말씀하시지만 그 바탕은 인문학적 소양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싶고요. 철학과 소설, 고전을 골고루 사 가신 것만 봐도 인문학에 대한 관심도를 보여주신 것 같습니다. 그 책들을 다 읽어 주신다면 출판인의 한 사람으로 정말 감사한 일이죠”

대통령은 직접 7만6400원의 책값을 도서문화상품권으로 지불했다.

이 부장은 개인적으로는 “『유럽의 교육』에서 전하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메시지에 많은 공감을 한다”고 말했다.

또,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감성 마사지’같은 ‘힐링’이 아닌 “자신의 내면을 철학적으로 성찰하게 해주는 책(『철학과 마음의 치유』)도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초 목록에는 없었지만 진열된 책 중에  『마음의 생태학』(그레고리 베이트슨 지음, 박대식 옮김)을 대통령이 손을 뻗어 펼쳐 보았다고 전했다. 780쪽이 넘는 두툼한 책으로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자연을 포함해 세상의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면서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중의 한 사람으로 주로 학자들이 찾는 책이라고 귀뜸했다. 책 내용을 알고 있는 이 부장은 대통령의 무거운 마음이 같은 여성인 자신에게 전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많이 힘드시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 부장은 “대통령의 관심이 출판계 진흥과 독서분위기 확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으면 좋겠다”며 “국민들이 좀 더 많이 책을 사서 읽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은 23일까지 계속된다.

 

 ■『답성호원』(율곡 이이 지음, 임헌규 옮김)

 

올바른 인간의 행위와 정당한 정치체제를 구성하는 문제에 대해 당대의 석학인 우계 성혼이 묻고 율곡 이이가 답한 철학적 서신이다. 조선 3대 논쟁의 하나로 유명한 <인심도심논쟁>에 관한 책이다. 신체적 욕망인 ‘인심’과 보편적 본성인 ‘도심’의 문제를 이기론으로 해명함으로써 성리학의 이론적 완성을 꾀한 저작이다.

 

 

 

 

 

 

■『일러스트 이방인』(알베르 카뮈 원작, 김화영 옮김, 호세 무뇨스 그림)

 

『이방인』출간 70주년과 카뮈 탄생 1백 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출간한 특별 에디션이다. 그래픽노블의 세계적 거장 호세 뮤노스가 작업한 이 책은 숨 막히는 부조리로 가득한 소설 속 현실을 최대한 완벽히 재현하기 위해 흑과 백 두 가지 색만 사용해 유명해졌다. 인간의 실존을 위협하는 억압적 관습과 부조리는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카뮈가 보여준 인물들의 모습도 여전히 유효하다.

 

 

■『유럽의 교육』(로맹 가리 지음, 한선예 옮김)

 

프랑스에서 오직 한번밖에 받을 수 없는 콩쿠르 상을 두 번 받은 유일한 작가인 로맹가리의 데뷔작이다. 2차 세계대전에서 폴란드를 배경으로 빨치산들이 항독 투쟁 중인 숲에 들어간 열 네살 소년이 그들과 함께 하면서 진정한 용기와 사랑을 배우며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철학과 마음의 치유』(김정현 지음)

 

원광대 김정현 교수의 ‘니체’철학 연구의 결실이다. 니체철학으로 보는 심층심리학의 철학적 기원과 철학치료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철학은 인간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한다. 현대인의 혼란과 실존적 고통에 대해 우선 자신에 대한 내면적 대화와 성찰을 통해 자기 긍정과 자기존중의 태도를 갖도록 조언한다. 그리고 이에 근거해 스스로 삶을 긍정하고 여기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며 이를 가능케 하는 실천적 방법으로 니체철학을 제시하고 있다.

 

 

 

■『정조와 홍대용, 생각을 겨루다』(김도환 지음)

 

경연(經筵)이 왕의 공부라면 서연(書筵)은 왕세자의 공부다. 정조가 왕위에 오르기 전 왕세자의 서연을 담당하는 계방(桂坊)의 시직(侍直)에 임명된 홍대용이 약 300일 동안 정조의 서연에 참석해 나눈 문답을 기록한 <계방일기>의 첫 완역본이다. 유교경전을 텍스트로 강론을 벌이며 조선 최고 지성들의 학문의 깊이와 사유의 폭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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