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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체계/상상력

창의성 향상 위한 과학과 인문학의 통합

창의성 향상 위한 과학과 인문학의 통합 스티브 잡스, 코페르니쿠스 등 창의적 인물 들여다보기 2011년 03월 21일(월)

▲ 스티브 잡스는 기술과 인문학의 접목을 강조했다. 
스티븐 잡스는 최근 아이패드 2를 출시하면서 기술이 인문학과 접목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IT산업에서 선도적인 국가이지만 IT를 이용한 풍부한 콘텐츠가 담기지 않고서는 진정한 IT강국이 될 수 없다. 하얀 도화지는 있는데 그 위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화가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없으면 하얀 도화지는 그저 종이에 불과하다.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콘텐츠에 대한 아이디어는 인문학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정보화 시대에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이, 샹폴리옹 같은 획기적 창의성을 지닌 걸출한 인물들과 베토벤, 하이든, 모차르트 같은 위대한 작곡가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바로 획일화된 교육 때문이다. 철학과 예술이 빈약한 획일적인 교과 과정이 다양한 사고력을 막고 있다. 이런 획일성에서 탈출해 창조적인 세계로 옮겨 가기 위해서는 인문학을 익혀야 한다.

인문학과 과학의 조화

문학, 철학, 역사, 종교, 예술을 아우르는 인문학은 인간 행태와 사회 현상을 다루는 학문이므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데 필수이다.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인류는 편리함과 풍요로움을 누리게 되었지만 더불어 부작용 또한 떠안게 되었다. 물질문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만큼 인간미를 상실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할 수 있는 방법은 인문학과 과학이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인문학의 특징은 사물을 보는 관점을 다양화시킨다는 점이다. 즉, 각각의 주관성을 중시한다. 보편성, 합리성, 상식 등은 주관적인 관점으로부터 형성된다. 반면, 과학은 객관성을 핵심으로 한다. 인문학의 가치는 인간과 그 관계성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며, 과학의 가치는 사물 또는 현상의 원리를 법칙화하는 것이다. 인문학의 대상이 사람의 사고인 반면, 과학의 대상은 물체와 자연이다.

사회과학, 정책과학까지 아우르는 인문학에는 정치학, 심리학, 종교학, 국제관계학, 노사 관계학 등이 포함된다. 자연 과학에는 의학, 물리학, 생물학, 화학, 지질학, 해양학, 천문학 등이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인문학과 자연 과학이 서로 상반된 학문으로 보이지만 역사적으로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해왔다는 점이다. 주관적 관점을 인정하는 학문과 객관성을 핵심으로 하는 학문이 서로 유리되지 않고 발전할 수 있던 바탕은 바로 철학이다. 철학은 지극히 주관적인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객관성을 연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고전과 철학의 중요성

▲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고전과 철학을 심오하게 공부했다. 
역사적 인물들도 철학과 관련된 서적이 자신들의 삶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 밝히곤 했다.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천재적 미술가이자 과학자, 기술자, 사상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는 “나는 공식적인 교육은 받지 않았지만,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저서가 지닌 심오한 가치를 깨닫고, 고전과 철학을 개인적으로 심도 있게 공부했다.”라고 말했다.

근대 과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아이작 뉴턴(1642~1727)은 “나는 초등학교 시절 지진아였다. 그런 나에게 교장 선생님은 철학과 고전을 중심으로 독서 교육을 시켰다. 이 과정을 통해 나의 두뇌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후일 케임브리지 대학생이 된 나는 노트의 첫 장에 아리스토텔레스를 필사했다. 그리고 노트 위에 이렇게 적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나의 친구이다’라고”라고 고백했다.

대영 제국의 번성기인 빅토리아 시대의 첫 유대계 수상으로 두 번이나 수상을 역임한, 정치인이자 소설가인 벤저민 디즈레일리(1804~1881)는 “10대에 내가 온 정열을 기울여 읽은 책은 고전 철학서이다. 나는 플라톤, 키케로, 루키아노스, 테렌티우스, 볼테르 등이 쓴 철학서를 열광적으로 읽었다. 바로 이 책들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고 말했다.

1929년 시카고대 총장으로 새로 부임한 로버트 허친스 총장은 학생들에게 존 스튜어트 밀식 독서법을 의무적으로 시행했다. 그는 시카고대학을 세계 명문 대학으로 키우겠다는 야심을 품고 ‘시카고 플랜’을 도입했다. 시카고 플랜이란 고전 철학서 비롯한 각종 고전 100권을 읽어야 졸업할 수 있는 제도였다.

석유 재벌 존 록펠러가 세운 시카고대는 설립된 해인 1892년부터 1929년까지 삼류 학교였다. 그런데 이 학교가 1929년을 기점으로 변화했다. 바로 시카고 플랜의 결과로 이 대학 출신이 노벨상을 대거 수상하게 된 것이다. 1929년 이래로 지금까지 시카고대 출신 중에 노벨상 수상자가 무려 82명이나 된다.

예술적 통합으로 시너지 효과

“나라가 흥하려면 문학이 살아야 한다”고 괴테는 말했다. 18세기 중엽에서 19세기 초기에 걸친 고전파 시대는 계몽주의적 사상의 기초 위에 모든 장르의 문화가 풍미한 기간이다. 칸트와 헤겔 같은 철학가와 괴테, 실러 같은 시인들, 그리고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같은 걸출한 작곡가들이 동시대에 살면서, 정신과 육체, 자연과 인간, 그리고 형식과 내용, 예술성과 대중성이 위대한 조화와 통일을 이룬 시대였다. 한 예로 베토벤은 괴테의 극시로 ‘에흐몬트’를 작곡했고, ‘제9번 교향곡’의 합창 부분은 실러의 ‘환희에 붙여서’에 곡을 붙였다.

19세기 중엽에서 말기에 프랑스에 풍미했던 인상주의(impressionism)는 미술에서 시작하여 음악, 문학 등 모든 예술 분야로 펴져갔다. 대표적 인상파 화가는 모네, 마네, 피사로, 르누아르, 드가, 세잔, 고갱, 고흐 등을 들 수 있다. 인상주의 기법을 응용한 작곡가는 드뷔시, 라벨, 스트라빈스키 등이다. 이처럼 문화는 음악과 문학과 철학이 함께 서로 어우러지며 공유할 때 더 큰 시너지효과를 발휘한다.

낭만주의 작곡가인 멘델스존(1809~1847)은 음악 이외에 역사, 지리, 문학, 철학 등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18세 때 베를린 훔볼트대에서 헤겔의 미학 강의를 들으며 지적 세계를 넓혔다.

뿐만 아니라 멘델스존은 회화에까지 재질을 보였던 인물이다.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 1810-1856)은 음악가라면 라파엘로의 그림을 연구하고 화가라면 모차르트의 교향곡을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슈만의 이러한 주장은 고대 철학자들이 ‘화성은 다양한 색채적인 것들의 연합’이라는 접근에 근거한다. 음악이 언어처럼 논리를 중요시 여기는 반면, 미술은 영상에 초점을 두고 상상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상호보완적이다. 즉, 논리 기능이 있는 왼쪽 뇌와 창의성 기능이 있는 오른 쪽 뇌가 서로 유기적으로 교류하는 방법이 음악과 미술의 동시 습득을 통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음악이 발전한 시대에 문학도 발전하고, 미술이 발전한 시대에 음악도 발전했다. 우리는 흔히 경제적 번영이 있을 때 문화적 풍요로 확장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화란 경제적 여건에서가 아니라 창의적 예술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에서 풍성해진다.

한편, 과학적 재능이 음악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다빈치(1452-1519)와 아인슈타인(1879-1955)을 통해서 본다. 다재다능한 르네상스의 상징 인물인 다빈치는 통합의 천재였다. 이탈리아 궁정에서 열리는 여흥이나 즉흥연주회에 참여할 만큼 뛰어난 음악가이기도 했던 그는 자신의 발명기제를 시각적으로뿐 아니라 청각적으로도 사용했다.

상대성 이론의 창시자인 아인슈타인은 6살 때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고, 특히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를 좋아했다. 연구 활동을 하면서 바이올린을 틈틈이 연습했고, 1934년 망명 독일과학자들을 돕기 위한 연주회를 가졌을 정도의 연주력을 갖추고 있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과거를 다시 보는 것, 즉 고전을 이해할 때 나온다. 고전을 이해하는 자가 새로운 예술도 만들어내는 법이다. 결론적으로 위에 열거한 음악가, 예술가, 과학자들의 경우에서 보듯이 과학, 언어, 문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를 통합적으로 습득할 때 창의성을 발휘하고 문제해결능력을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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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 2011.03.21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