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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체계/상상력

스티브 잡스는 인문학을 사랑했다

스티브 잡스는 인문학을 사랑했다

애플에서 기술과 인문학 융합에 전념

2011년 09월 19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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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이 있는 풍경   

세계 IT산업 관계자들은 그동안 IT산업의 수익률이 계속 줄어들어왔으며, 특별한 변화가 있지않는 한 수익률은 더 줄어들고, 산업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애플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한 것이다. 스티브 잡스 주도로 기존의 산업구조를 완전히 바꾸어놓는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맥(Mac) 컴퓨터를 포함해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들은 과거 IT전문가들이 해오던 패턴을 완전히 뒤집어놓았다.

▲ 여러 전문가들을 통해 스티브 잡스가 기술과 인문학 융합론자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IT업계의 화제는 이처럼 과감하게 문화를 창조할 수 있었던 스티브 잡스의 능력이다. 놀라운 창의력이 어디서 나오는지에 대해 세밀한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이 그의 인문학적 식견이다. 올 1월 그는 아이패드를 처음 선보이는 발표장에서 "나는 항상 기술과 인문학의 갈림길에서 고민해왔다"고 말했다.

누가 기술과 인문학을 융합할 것인가?

주목할 점은 지금 많은 사람들이 스티브 잡스의 이런 면모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한층 뜨고 있는 잡지 '와이어드(Wired)'는 애플관련 전문기고가 팀 카모디(Tim Carmody)를 통해 'Without Jobs as CEO, Who Speaks for the Arts at Apple?'란 글을 실었다.

"잡스는 애플 내에서 인문학과 리버럴 아츠(Liberal Arts)를 옹호한 유일한 인물이었다. 나는 그가 애플 CEO로 계속 근무하면서 그의 철학을 말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의 철학은 인간을 위한 기술이다. 그는 기술이 궁극적으로 인간의 생각과 가치, 인격적인 표현을 위한 도구가 돼야 한다는 주장을 항상 펴고 있었다."

여기서 리버럴 아츠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자유교육(Liberal Ecucation)'에서 비롯된 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유교육을 직업교육과 전문기술교육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자유민에게 적합한 교육이라 구분했다. 중세에는 문법·수사학·논리학 등 3학과  산술·기하·음악·천문학 등 4과를 묶어 자유학문(Liberal Arts)이라 불렀다.

팀 카모디는 향후 애플이 기술과 리버럴 아츠를 융합할 수 있는 기업이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잡스는 이 일이 미래 어느 때고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이 융합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는 것. 그는 이 목표를 위해 그의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애플과 그의 전 생애를 함께 해왔다고 적었다.

그러나 잡스가 떠난 지금 애플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제품이 멋지게 디자인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만으로 기술과 리버럴 아츠의 융합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한 것들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새로운 산업을 창조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

기술과 편리함만으로 애플천하 한계

팀 카모디는 아직까지 어떤 사람도 잡스의 관점에서 경영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애플의 미래가 더욱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잡스가 CEO직에서 떠난 지금 우려할 만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

영국의 데일리 메일은 애플 CEO였던 스티브 잡스 사임 후에도 애플 제품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에 거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15일 보도했다. 오히려 최근 연구결과들은 태블릿 컴퓨터인 아이패드(iPad)가 계속해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는 것.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체인지웨이브 리서치가 2천297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티브 잡스 사임으로 인해 애플 상품을 사는 것을 꺼리게 됐다는 사람은 4%에 불과했다. 반면 89%는 스티브 잡스로 인해 아무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체인지웨이브의 조사결과는 언제까지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스티브 잡스 사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애플천하'가 계속 지속될 것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IT 관계자들은 스티브 잡스가 이사회 회장으로 계속 남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다 그가 주장했던 디자인과 제품 기능이 애플 시스템에 깊숙이 들어와 있고, 애플 직원들 역시 스티브 잡스가 주도한 제품과 비즈니스 철학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수년 간 애플의 브랜드 가치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킴 카모디의 말대로 잡스가 일생을 통해 이루려고 했던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이 중단될 경우 애플이 지금과 같은 주목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1.09.19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