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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체계/상상력

상상력 원천 인문학의 재발견…CEO 50여명 중국 시안 문화탐방기

상상력 원천 인문학의 재발견…CEO 50여명 중국 시안 문화탐방기
문화콘텐츠 스토리로 `미래 먹을거리` 만든다
기사입력 2011.04.15 16:08:16 | 최종수정 2011.04.15 17:20:43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지난 4일 당현종과 양귀비가 처음 만났던 것으로 유명한 중국 시안 화칭츠에서 서울대 인문학 과정을 수강하는 CEO들이 박한제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제공=서울대>

"서양에 로마가 있다면 동양엔 장안(長安ㆍ당나라 수도)이 있었습니다. 7~10세기 세계 모든 길은 장안을 향하고 있었으니까요. 돌궐ㆍ위구르 부족장과 무사들, 사마르칸트ㆍ인도ㆍ페르시아ㆍ아랍 상인들 등 `차이나 드림`을 좇아온 사람들로 넘쳐났던 장안은 당 왕조 수도이자 세계 최대 국제도시였습니다."

지난 2일 짙은 구름으로 뒤덮인 중국 산시성(陝西省) 시안(西安) 장안성. 도시 곳곳의 공사 현장에서 내뿜는 희뿌연 먼지와 황사 때문에 봄의 흔적은 찾아 보기 어려웠지만 오랜만에 정장을 벗어던진 50여 명 얼굴엔 봄꽃이 피었다. 이들은 기업 경영자를 대상으로 마련된 서울대 인문학과정(AFP) 수강생들.

시안엔 인문학 바람이 불고 있었다. 서류 가방 대신 배낭을 멘 CEO 수강생 53명은 박한제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에게 설명을 들으며 나흘 동안 시안의 문학ㆍ역사ㆍ철학을 되짚었다.

천년 고도(古都) 장안의 봄은 어땠을까.

"당대 장안에는 수많은 외국인이 살았고 이들에겐 많은 자유가 제공됐습니다. 하지만 통제도 숨어 있었죠. 장안성의 질서정연한 바둑판형 구조는 감옥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100여 개 방(坊)을 만들어 인민들을 가뒀고 교역행위도 방내에서만 허용했으며 황제가 치는 북소리에 따라 일상을 살았습니다. 자유와 속박이 교차된 장안의 봄은 화려했지만 그늘 또한 짙었던 셈이죠."

시안 유적지는 모두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대표적인 것이 진시황 병마용.

1호갱은 가로 239m, 세로 62m, 깊이 5m 크기인데 병사 6000여 명이 제각각 다른 표정으로 도열해 있다. 1974년 시안 외곽에서 우물을 파던 농부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1ㆍ2ㆍ3호갱이 전시돼 있고 현재 발굴 작업이 진행 중이다. 1.5㎞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진시황릉과 황제를 지키는 병마용을 만드는 데 인부 70만명과 장인 3000여 명이 동원됐지만 비밀 유지를 위해 한꺼번에 매장됐다.

수강생들은 과거를 둘러보며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했다.

이우석 코오롱제약 대표는 "유적들은 `국가`라는 패러다임이 지배하는 중국을 보여주는 상징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한국 기업은 국가를 우선시하는 중국 패러다임과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교진 일성레저산업 대표는 역발상을 했다. 강 대표는 "화려하고 웅장한 것들을 보다 보니 반대로 큰 것에 가려져 외면하기 십상인 것들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며 "기초과학처럼 당장은 성과가 나오지 않지만 꾸준히 관심을 갖고 투자해야 하는 분야들은 물론 우리 것에 대한 정체성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많은 CEO들은 시안의 `스토리`에 주목했다. 인문학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최근 시안은 정부의 서부대개발 정책에 따라 크고 작은 공사가 한창이다. 내륙에 산재해 있는 문화ㆍ역사ㆍ철학 등 `이야기`를 문화ㆍ관광 콘텐츠로 개발해 미래 먹을거리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는 "중국 경제 발전축이 동부에서 서부로 이동하고 있으며 시안은 그 중심에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는 시안에만 2015년까지 200조원을 투자해 문화 중심지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당현종과 양귀비가 처음 만났던 화칭츠(華淸池)를 배경으로 두 사람 간 애틋한 사랑을 그려낸 장한가(長恨歌) 뮤지컬은 중국 콘텐츠 산업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사례였다.

박상희 비룡소 대표는 "유적지와 산 등 주변 하드웨어와 역사라는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이야기를 재창조하고 상품화하는 중국 문화 콘텐츠 산업의 응용력을 봤다"며 "한국도`안 되는 것`을 된다고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창구 서울대 인문대 학장은 "시안은 당나라가 한나라 문물을 자기 것으로 소화한 뒤 어떻게 세계적인 것으로 다시 만들어냈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변 학장은 "지금까지는 1등을 모방해왔지만 이제는 우리가 벤치마킹을 당해야 하고 지도자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시각과 창의성, 상상력의 원천인 인문학이 앞으로 더 필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안 =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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