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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수정 "'둘리'와 이민 가고 싶다"(인터뷰)

[머니투데이] 김수정 "'둘리'와 이민 가고 싶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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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tar.mt.co.kr/view/stview.php?no=2009070211100390514&type=1&out…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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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 화백 <사진제공=손홍주>


"시원섭섭할 줄 알았는데, 여전히 숙제가 남아있는 느낌이네요."

'2009 아기공룡둘리'(이하 2009 둘리)가 2일 26부를 마지막으로 6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친다. 지난 1983년 KBS를 통해 TV애니메이션으로 첫 선을 보인 '둘리'는 이후 30년 가까이 사랑을 받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성탄특집으로 첫 선을 보인 2009년 판 '둘리'는 올 1월부터 SBS를 통해 새로운 TV시리즈를 선보였다. 오후 4시라는 시간대에도 불구, TV 애니메이션으로는 이례적으로 평균 1%대의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4% 가까운 경이적인 시청률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방송 시간대와 낯선 주제가와 주인공들의
목소리는 일부 시청자들의 불만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역삼동 '둘리나라'
사무실서 만난 '둘리아빠' 김수정 화백은 홀가분한 모습이었다. 그는 "29일에 '둘리'의 모든 작업이 끝났다"고 말했다. 이번 '둘리'는 350 여 명이 투입돼 3명의
감독이 동시진행하며 1년 8개월에 걸쳐 만들어졌다.

소감을 묻자, "시원섭섭할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감회가 새로울 줄 알았는데 아직까지 숙제가 남아있는 느낌이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2009 둘리' 70점 정도..시즌2나 극장용은 2010년 초에"

"애니를 해서 떼돈을 벌려고 한 게 아녜요. '둘리'만의 어떤 것을 그려내고 그러한 것들을 팬들과 공유하고 싶었죠. 결과물을 막상 보니 좀 더 시도를 할 부분이 많다는 생각입니다. 앞으로 할 것이 많다고 생각해요."

"만족 하냐"고 물었다.

"100점 만점에 65점에서 70점정도 아닐까 생각합니다. 팬들이 생각하는 점수와 차이가 있을 수는 있죠. TV 시리즈 같은 장편은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기가 힘들거든요. 이런 게 상당히 압박으로 다가왔어요.
작가들도
지치고, 후반으로 가면서 리테이크(재촬영)를 잡지 못한 것들은 아쉬움으로 남아요."

김 화백은 지난해 '2009 둘리'를 시작하면서 시즌2에 대한 욕심도 내비친 바 있다.

"사실 '2009 둘리'를 시작할 때 작가진이나 기술력에 대한 검증이 안 된 상태에서 출발했어요. 이제 서야 앞으로 '둘리'가 갈 방향이 잡히는 것 같습니다. 스태프는 나름대로 문제가 없다고 봐요. 현재로서는 재원 등 여러 문제가 있어요. 올해 말까지 기획을 끝내고 2010년 초에나 착수할 것 같습니다. 1년에서 1년 2개 월정도 지나면 시즌2나 극장용에 대한 확실한 계획이 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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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아빠' 김수정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현실에 대해 "화가 난다"고 했다 <사진제공=손홍주>



◆"아직도 '둘리'냐고요?..韓 애니산업 여건상 어쩔 수 없어"

30년 만에 돌아온 '둘리'에 대해 반가움을 표하는 이들이 대다수였지만 '아직도 둘리냐. 우리에겐 둘리밖에 없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그는 "화가 난다"고 했다. 우리 애니메이션산업 여건상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여건이 '왜 둘리 밖에 없나'라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여건입니다. 팬들이 소상히 알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어요. 화가 나는 것은 제 입장에서는 제 작품을 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둘리'
프로젝트가 끝나면 '동동이'나 '일곱 개의 숟가락'도 염두에 두고 있어요. 실제 출판만화는 종이와 펜만 있으면 되지만 애니메이션은 재원 등이 따라 줘야합니다. 기본적으로 애니메이션은 적자를 깔고 들어가야 합니다. 적자를 해소하는 기간이 기니 검증된 캐릭터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에요."

그러면서 그는 정부에 대한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정책적
지원에 대한 기대는 안 해요. 솔직히
이민 가고 싶을 정도입니다. 내가 앞으로 '둘리'를 하면 길어봐야 10년이에요. 해외의 환경은 정말 부럽습니다. '2009 둘리'를 하기 전에 프랑스 팀이 함께 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어요. 프랑스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면 정부에서 45%정도를 지원해주거든요. 그런데도 그들과 합작을 거부한 것은 국적 불명의 '얼치기 둘리'가 아니라 '
된장 둘리'를 만들고 싶어서였습니다."

◆"'된장'둘리 만들고 싶었다..현실은 '둘리'와 외국 이민 가고 싶을 정도 "

김수정 화백은 정부의 무분별한
해외진출 독려에 대해서도 일침을 놨다.

"현재 우리나라 구조에서는 애니 산업이 발전하는 게 힘들다고 봐요. 제작자로 나선 최근에 와서야 이런 사실들이 더욱 절실히 다가옵니다. 한마디로 허탈하고 화나고 어이가 없어요. 정부가 꼭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도 일말의 책임을 져야한다고 봐요. 그런데 정부가
도움을 안주거든요. 그러면서도 외국에 나가서 소개하라고만 해요.

장기적 안목 없이 단기적으로 성과만 내려니 아무것도 안됩니다. 실상 해외 나가면 우리 업체는 봉이에요. 해외에 보여주는 것도 그들의 입맛에 맞추라는 것인데 우리가 왜 그들의 눈에 맞춰야 합니까. 그렇게 해서 우리가 벌어온 것은 얼마나 되나요. 외국에 나가 8명 미팅 하면 한 사람당 5분씩 줍니다. 총체적 난국이에요."

김수정은 왜 그리 '둘리'에 집착할까. 그는 사재(私財)를 털어 '둘리'를 만들고 있다. 그는 "가족이 가장 큰 적"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거의 27년, 싫든 좋든 반평생 가까이 '둘리'와 매일같이 함께 했어요. 거의 자식 같은 존재죠. 이왕 욕심 낼 거면 만화가 입장에서 영속성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문화아이콘이 만들어 지려면 최소한 50년은 있어야 이걸 바탕으로 제2, 제3의 캐릭터가 나옵니다.

우리 만화 역사가 100년이라고 하지만 핍박의 역사였어요. 나름대로
르네상스라면 8, 90년대 초반부터 15년 정도였죠. 지금은 사실
불안 불안해요. 우리 만화나 애니의 문제는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이에요. 그러면서도 계속 시도하는 것은 하나의 '귀감'이 되지 않을까해서죠. 일본의 경우도 아톰, 도라에몽을 바탕으로 가지를 치면서 슬램덩크나 크레용 신짱(짱구) 같은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하나의 문화를 이룩했어요. 우리의 경우 지난 30년 동안 내세울 캐릭터가 뭐 있나요. 우리 애니메이션에서 80년대 '까치'나 '둘리', '하니'가 나왔을 때는 탄탄하고 정직했어요. 최근에는 뭔가 영속되지 않고 끊어지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둘리'를 끝낸 김수정은 3일
캐나다로 떠난다. 2달 정도 머물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그는 "이참에 '둘리'랑 같이 떠날 곳을 물색해 볼까도 생각한다"고 말했다.

"만화가로 있을 때는 몰랐는데 제작자로 막상 나서보니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을 한다는 게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요. 캐나다에 가서 '둘리'의 수출 문제도 알아보면서 좀 쉬다올까 생각해요. 이참에 '둘리'와 함께 이민을 떠날까도 고려중입니다. 한국의 '둘리'로 만들고 싶었지만 여건이 그렇게 놔두질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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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김수정 화백 <사진제공=손홍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