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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카툰에 반한 유럽 “제2 뿌까-뽀로로 없나요”

한국 카툰에 반한 유럽 “제2 뿌까-뽀로로 없나요”

2010-03-25 03:00

2010-03-25 05:31

유럽 40개 방송사 방한
국내 애니메이션 업체와 일대일 비즈니스 미팅
시장 규모 4조2000억원 한국 수출의 새 기대주로

 

 유럽이 한국 애니메이션에 반했다. 프랑스 등 유럽 무대에서 ‘뿌까’, ‘뽀롱뽀롱 뽀로로’ 등 토종 애니메이션이 큰 인기를 끌면서 제2의 ‘뿌까’, ‘뽀로로’를 찾기 위해 유럽의 애니메이션 전문가들이 대거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많은 사람이 동양 애니메이션 하면 일본을 떠올리지만 한국 애니메이션은 일본에 비해 훨씬 독창적인 매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애니메이션은 만화 자체보다 영화, 캐릭터 상품, 온라인 게임 등 파생 분야가 무궁무진한 대표적인 콘텐츠 산업. 유럽과 한국의 애니메이션 업계의 조우 현장을 찾았다.


23일 제주 서귀포시 하얏트리젠시호텔에서는 유럽 애니메이션계와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만나는 ‘한-유럽연합(EU) 카툰 커넥션 2010’ 행사가 나흘간의 일정으로 열렸다. 프랑스의 문스쿠프, 스페인의 BRB 인터내셔널 등 대형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을 비롯해 프랑스의 공영방송채널 ‘TF1’, 이탈리아 최대 방송채널 ‘RAI Fiction’, 독일의 최대 유아방송채널 ‘슈퍼 RTL’ 등 주요 방송사 40개사가 이 행사에 참가했다. 이들은 53개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 배급사들과 만나 이틀간 1200여 건의 일대일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KOTRA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한국의 애니메이션을 직접 한자리에서 만나보고 싶다”는 유럽애니메이션필름협회(CARTOON·카툰)의 제안으로 마련됐다. 이 협회의 마르크 판데베이어르 총괄 디렉터는 “부즈클럽(‘뿌까’ 제작사)이나 삼지애니메이션(‘오드패밀리’ 제작사) 등을 통해 한국 애니메이션 역량은 유럽 업계에 익히 잘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뿌까’, ‘뽀롱뽀롱 뽀로로’, ‘오드패밀리’, ‘원더풀데이즈’. ‘마리이야기’, ‘카드왕 믹스 마스터’, ‘아이언 키드’, ‘빼꼼’ 등 국산 애니메이션은 2000년대 들어 유럽 지역에 본격 수출되며 현지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뿌까의 경우 유럽과 브라질에서 벌어들이는 캐릭터 상품 수익만 4000억 원 규모에 이를 정도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앞두고 열리는 미디어 분야 최초 협력 사업인 이번 행사를 위해 EU는 30만 유로(약 4억6200만 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은 이미 기획이 끝난 선진국 작품을 받아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작하는 ‘하청공장’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창작 애니메이션이 시도되면서 ‘뿌까’, ‘뽀롱뽀롱 뽀로로’ 등이 탄생했고 이후로도 20여 편의 작품이 해외시장에서 인기를 얻으며 기획력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해외와의 공동제작 시도도 늘고 있다.

■ “한국 카툰, 뛰어난 3D 기술-인간적 스토리 매력”

박기식 KOTRA 전략사업본부장은 “한국 애니메이션은 뛰어난 3차원(3D) 기술과 미국(상업적)이나 일본(선정적)에 비해 교육적이고 인간적인 스토리로 각광받고 있다”며 “중국, 인도에 비해 인건비는 비싸지만 손기술이 꼼꼼하고 제작 스케줄을 엄수해 공동제작 러브콜이 많다”고 설명했다.

유럽은 지금까지 한국의 가장 중요한 공동제작 파트너가 돼 왔다. 유럽과의 공동제작 비율이 전체의 약 40%를 차지한다. 삼지애니메이션 윤상철 부사장은 “유럽은 (외국과의 공동작업에 폐쇄적인)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훨씬 열려 있다”며 “세계로 진출하는 데 전략적으로 아주 중요한 파트너”라고 했다.

유럽과의 공동제작은 현지에서 방영권을 획득하는 데도 많은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경우 연간 방영분의 30%가량이 프랑스산 애니메이션에 할당되는데, 프랑스와 공동제작을 하면 프랑스 작품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수출길이 더 넓어진다는 것이다. 유럽의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약 37억 달러(약 4조2000억 원)로 북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 한국의 대유럽 애니메이션 수출 비중도 15%에 이른다.



지난 2년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세계 애니메이션 업계는 성장에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한국 기업들에 ‘기회’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지의 윤 부사장은 “예전엔 공동제작에 전혀 관심이 없던 외국 기업들도 금융위기 후 자금 리스크를 덜기 위해 적극적으로 해외 기업과의 연대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스페인 BRB의 호세 루이스 우차 엔리케스 개발 디렉터도 “불황 이후 미국이나 일본 기업도 해외 기업과의 제휴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과 유럽의 협력에 비하면 뒤늦은 것”이라며 “한국이 이런 우위를 잘 이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BRB’와 함께 공동작품을 개발 중인 부즈클럽의 이일웅 콘텐츠사업부장은 “제작력은 세계 어느 나라와 견줘도 자신 있지만 비즈니스 노하우에서는 부족한 점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이번 행사를 통해 유럽 프로덕션과의 관계를 다지고 여러 비즈니스 노하우를 배울 계획

”이라고 말했다.

서귀포=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