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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미래 이끌 신데렐라들이 한자리에

IT 미래 이끌 신데렐라들이 한자리에 2011 사우스바이(SXSW) 페스티벌을 조명한다 (1) 2011년 03월 30일(수)

매년 3월이면 청바지, 가죽바지 등 자유분방한 차림새의 가수, 영화배우, 프로그래머들이 미국 텍사스주로 모여든다. 1987년에 시작된 독특한 축제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outh by Southwest)’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 지난 11일부터 20일까지 음악, 영화, 인터랙티브의 3개 섹션으로 진행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페스티벌 
축제의 긴 이름은 사우스바이(South by) 또는 SXSW라 줄여서 부르기도 한다. 우리말로는 ‘남미남서(南微南西)’라 하는데 약간 남서쪽으로 꺾인 정남쪽이란 뜻이다. 축제가 열리는 텍사스주 오스틴(Austin)이 미국 중심부에서 남미남서쪽에 위치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올해로 제25회를 맞은 사우스바이 축제는 음악(music), 영화(film), 인터랙티브(interactive) 등 3개 섹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다양한 분야가 합쳐진 멀티미디어 축제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그 중에서 인터렉티브 섹션(SXSWi)은 ‘IT 신데렐라의 데뷔 무대’라 불린다. 보잘것 없는 벤처기업의 인터넷 서비스라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기 도와주기 때문이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현란한 신기술로 무장한 최신 인터넷 서비스, 게임, 애플리케이션이 무대에 올라 냉철한 평가를 받는데, 청중들의 반응만 살펴도 향후의 성공 여부를 예측할 수 있을 정도다.

창의성을 핵심 가치로 여기는 세계적 기업의 CEO를 비롯해 각국의 프로그래머, 웹디자이너 등 수만명에 달하는 IT 종사자들이 자유롭게 참여해 의견을 나누는 사우스바이 페스티벌의 인터랙티브 섹션.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된 올해 행사 중 주목할 만한 부분을 살펴보자.

새로운 IT 서비스의 성공 발판 역할

인터랙티브 섹션은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아이템을 분야별로 선정해 매년 시상한다. 2007년에는 트위터가, 2009년에는 포스퀘어가 상을 받았다.

게시물의 글자수가 140자로 제한된 단문 블로그 ‘트위터(twitter.com)’도 2006년 처음 등장했을 때는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2007년 사우스바이 페스티벌에 등장한 이후 급성장해 현재는 2억명이 넘는 회원수를 자랑한다.

올해 트위터사는 1만1천달러를 들여 행사장 곳곳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인기를 끌었다. 참가자들이 행사장 곳곳에서 ‘#sxsw’라는 해시태그 즉 구별기호를 붙여 트위터를 작성하면, 이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식이다. 트위터사가 마케팅에 돈을 들인 유일한 사례다.

▲ 위치정보 서비스와 SNS를 결합시켜 2009년 사우스바이 인터랙티브 상을 수상한 포스퀘어 
위치정보 서비스와 SNS를 결합시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포스퀘어(foursquare.com)도 2009년 축제일에 창업해 회원수를 단숨에 100배로 늘려 성공의 토대를 쌓았다.

올해는 SNS를 활용해 가격할인을 제공하는 그루폰(Groupon), 단체 문자메시지 서비스 그룹미(GroupMe), 컴퓨터로 효율적인 외국어교육을 실시하는 로제타스톤(Rosetta Stone)의 새 버전 등이 수상했다. 그러나 성공에 도취돼 나태함을 보이면 단호하고 날카로운 평가를 내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왕년의 챔피언에게 격식을 차리지도 않는다.

회원수가 6억명에 달하는 페이스북(Facebook)의 CEO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urg)는 2008년 행사에서 기조연설로 큰 박수를 받았지만, 올해 진행된 공개 인터뷰에는 비난과 비판을 받아야 했다. 공룡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는 최신 웹브라우저 ‘인터넷 익스플로러(IE) 9’을 발표했다가 기대에 못 미치는 낮은 성능으로 망신을 당했다. 트위터의 공동설립자 2인도 모두 불참해 “혹시 비판이 무서워서가 아니냐”는 혹평을 들었다.

게다가 IT 분야는 변화와 발전의 속도가 너무나 빨라서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 포스퀘어의 공동설립자인 데니스 크롤리(Dennis Crowley)의 말처럼 “올해 어떤 인터넷 서비스가 유행할지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다.

IT 챔피언 무너뜨릴 도전자는 누구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유행 덕분에 이제 사람들은 TV를 시청하는 동시에 SNS로 관련 정보를 주고 받는다.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그 내용과 평가를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올리는 식이다. 이러한 유행을 ‘제2의 화면(second-screen)’이라 부른다.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하듯 올해 행사에는 다양한 관련 애플리케이션이 발표됐다. 예를 들어 백스테이지 패스(Backstage Pass)라는 애플리케이션은 TV로 아카데미 시상식이 생중계되는 동안 아이패드를 이용해 무대 뒤 분장실의 상황을 구경할 수 있게 해준다.

▲ 스마트폰에서 사진을 찍어 대부분의 SNS로 업로드할 수 있는 사진공유 서비스 인스타그램 
기존의 챔피언에게 도전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도 줄줄이 등장했다. 물론 전문가들은 “2011년에도 페이스북과 트위터라는 양대 산맥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 전망한다. 그러나 일부 분야는 새로운 서비스가 대체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 핵심에 사진공유 서비스 인스타그램(Instagram)이 있다.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다양한 필터를 이용해 사진을 촬영해서 페이스북, 트위터, 포스퀘어뿐만 아니라 플리커(flickr.com), 텀블러(tumblr.com) 등 거의 모든 SNS에 즉시 업로드할 수 있다.

인터넷 사용자들끼리 질문하고 답하는 이른바 ‘지식인 서비스’에서는 쿠오라(Quora)가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답변 작성자의 개인 프로필을 보여줌으로써 신뢰성을 높이는 동시에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을 모으는 효과가 있다.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기술 필요해

인터랙티브 섹션은 IT 신기술에 갈채를 보내는 테크노필리아(technophilia) 즉 기술예찬론자들의 축제였다. 안경을 쓰고 카디건을 입은 채 자전거로 출퇴근하며 ‘기술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라 믿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올해 행사는 과학기술에 회의적인 사람들도 패널로 초청해 넓은 포용력을 보여주었다. 토론 시간에는 “페이스북이 친구와의 우정을 돈독하게 만들어주었나” 또는 “트위터의 수많은 정보 중에 과연 유용한 것들이 있는가” 등 날카로운 질문도 등장했다. 얼리어답터들만 환호하던 IT 신기술이 일반 대중 사이에서도 유행하면서 생겨난 질문들이다.

열띤 토론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신기술을 개발하자”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속도와 효율성만을 강조하던 기존의 가치관을 버리고 사람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시각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사우스바이 페스티벌의 인터랙티브 섹션은 창의성 높은 IT 천재들의 자화자찬이라는 기존의 비판을 넘어 인간적이고 감성적인 기술의 필요성을 강조한 신선한 행사였다는 평가다.

임동욱 기자 |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1.03.30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