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밋밋한 기술에 강렬한 스토리를 심어라

밋밋한 기술에 강렬한 스토리를 심어라 2011 사우스바이(SXSW) 페스티벌을 조명한다 (3) 2011년 04월 01일(금)

음악, 영화, 인터랙티브의 3가지 분야가 합쳐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outh by Southwest, 이하 사우스바이)’

페스티벌이 지난 3월 11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개막했다. 그 중 IT

천재들과 벤처 투자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보기술의 미래에 대해 토론하는

인터랙티브 섹션(SXSWi)이 지난 11일 시작해 15일에 막을 내렸다.

▲ 열정과 기교를 강조하는 SF 소설계의 대부 브루스 스털링이 폐막 연설 무대에 올랐다.  ⓒFlickr

폐막 연설은 미국 SF 소설계의 대부이자 사이버펑크 시대를 연 소설가 브루스 스털링(Bruce Sterling)이 맡았다. 사이버펑크는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 즉 인공두뇌학을 이용해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신세대를 뜻한다. 스털링은 1985년 ‘스키즈매트릭스(Schismatrix)’라는 작품을 통해 기계와 인간이 혼재된 미래상을 그린 바 있다.

스털링은 기술 혁신의 메카가 된 사우스바이 페스티벌이 벌써 25주년을 맞았다며 “참가자들보다 더 나이든 구식 축제가 된 것 아니냐”고 유머를 던졌다. 어린 시절 사이버펑크를 자처했던 아이들이 벌써 디자인이나 수학 관련학과의 교수가 되었을 만큼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것이다.

그는 시간이 쉼 없이 흐르는 것처럼 기술의 변화도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며,

“미래 혁신의 주인공이 되려면 지금부터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행동의 조건으로는 ‘열정적인 기교’를 꼽았다. 혁신을 최대한 사랑하는 마음에서

열정이 생겨나며, 진정한 능력을 향해 헌신하다 보면 기교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스털링은 구체적인 목표로 ‘풍성한 아이디어’와 ‘실행 가능한 해결책’을 꼽았다.

이 두 가지야말로 지금의 세상이 원하는 것이며 이들 없이는 사회가 정체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미래를 두려워하지 말고 열정과 기교를

품은 채 앞으로 계속 나아가라!” 이것이 SF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던 스털링이

지금의 창의적 인재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스토리를 이용해 효과적으로 전달하라

인간에게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욕구와 듣고 싶어하는 본능이 있다. 브루스

스털링은 딱딱하거나 지루해 보이기 쉬운 과학기술에 강렬한 이야기를 심어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처럼 스토리텔링의 힘을 빌어 소비자들과 소통하려는

움직임이 이번 축제 곳곳에서도 나타났다.

▲ 스토리와 그림으로 역사를 가르치는 교육용 애플리케이션 '오퍼레이션 에이잭스'  ⓒCognito Comics

코그니토 코믹스(Cognito Comics)

가 선보인 아이패드용 애플리케이션은 태블릿 컴퓨터가 교육용 도구로

쓰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래픽 소설 ‘오퍼레이션

에이잭스(Operation Ajax)’는 미국

중앙정보부(CIA)가 1953년

이란에서 수행한 작전명에서 이름을 따왔다.

그림으로 표현된 소설의 내용이 동영상처럼 자동으로 흘러가는 어디서든

사용자가 직접 화면을 멈추고 등장인물과 배경상황에 관한 부가설명을 확인할

수 있다. 무엇을 선택하든 화면이 매끄럽게 전환되며 내용이 부드럽게 연결된다.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학교 교과목에 도입한다면 학생들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방식이다.

진정성 보여야 마음을 얻어낼 수 있다.

스토리텔링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듣는 이의 마음을 빼앗는 비법은 무엇일까?

주인공이 성장해 가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롤플레잉 게임 ‘더 길드(The Guild)’

의 스토리를 담당한 펠리샤 데이(Felicia Day)는 “저격수가 돼라”고 조언했다.

▲ 펠리샤 데이(Felicia Day)는 “저격수가 돼라”고 조언했다. 

만화책 작가와 바이올린 연주자로도 활동하는 데이는 14일 기조연설에서 “인기 있는 콘텐츠를 만들려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찾아내야 하는 틈새시장을 파고 들어야 한다”며, “아무렇게나 쏘아대는 산탄총이 아닌 정밀하게 조준하는 저격용 소총을 손에 들라”고 조언했다. 또한 “팀원 충에서 첫 번째로 타석에 서는 1번 타자의 용맹함도 갖추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데이는 “소비자들을 반짝연애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원하는 것만 갈취하고 도망가 버리는

식으로는 상대의 마음을 얻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결혼을 전제로 사귀는

것처럼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콘텐츠 기획과 마케팅 정책을 펴라”는 것이

팬을 확보하는 비결이다.

게임이든 인터넷 서비스든 교육콘텐츠든 매력적이고 강렬한 스토리의 힘을 빌지

않고서는 성공하기 힘들다. 기술 이외에도 진정성과 열정을 바탕으로 한 정교한

스토리텔링 전략이 있어야만 소비자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교훈을

가르쳐준 행사였다.

임동욱 기자 |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1.04.01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