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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체계/인사이트

유비쿼터스 너머의 ‘조용한 기술’

유비쿼터스 너머의 ‘조용한 기술’ 2011 사우스바이(SXSW) 페스티벌을 조명한다 (2) 2011년 03월 31일(목)

▲ 음악, 영화, 인터랙티브 3개 섹션에서 최신 동향을 선보이는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페스티벌  ⓒSXSW

매년 3월이면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을 뜨겁게

달구는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outh

by Southwest, 이하 사우스바이)’ 축제가 올해도

 성황리에 개최됐다.

음악, 영화, 인터랙티브의 3가지 섹션 중에서

특히 IT 천재들과 벤처 투자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신기술에 갈채를 보내고 제품의 시장성을 냉혹

하게 평가하는 인터랙티브 섹션(SXSWi)이

화제다.

올해는 사용자경험(UX), 게임화(gamification), 디자인싱킹(design thinking),

위치보고(geofencing), 콘텐츠전략(content strategy) 등 갖가지 낯선 용어들이

 오갔다. 조만간 우리의 생활을 변화시킬 미래 기술들이다.

‘IT 나침반’이라 불리며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된 인터랙티브 섹션 중에서

눈여겨 볼만한 미래 IT 기술을 소개한다.

웹 2.0? 미래는 웹 3.0의 시대

SF 영화나 만화에 등장하는 컴퓨터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우주선 내부

어디서든 선장이 질문을 던지거나 명령을 내리면 대답을 산출해내고 궤도를

수정한다. 이처럼 공간 곳곳에 전자기기와 컴퓨터가 내장되어 있어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고 작동하는 방식을 유비쿼터스 컴퓨팅(ubiquitous computing)

이라 한다. 유비쿼터스는 ‘도처에’라는 의미의 라틴어 우비쿠에(ubique)에서

유래했다.

▲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미래에 대해 토론하는 팀 오레일리  ⓒFlickr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구체적인 원칙을 천명한 것은 1988년 제록스 산하 팰러앨토(Palo Alto) 연구소의 마크 와이저(Mark Weiser)가 쓴 논문이 처음이다. 일상 속 물건과 컴퓨터가 구별되지 않는 ‘사라지는(disappear) 컴퓨팅’, 소형 반도체를 생활 곳곳에 위치시키는 ‘보이지 않는(invisible) 컴퓨팅’, 컴퓨터의 존재 자체를 인간이 인지할 수 없도록 알아서 작동하는 ‘조용한(calm) 컴퓨팅’ 등이다.

스마트폰의 유행은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검색하고 각국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유비쿼터스 인터넷의 시대를 만들었고, 온라인 게임과 다양한 분야가

결합하면서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구분마저 희미해졌다. 이러한 변화 속도라면

인터넷과 IT 기술에 대한 온갖 질문은 오래지 않아 구닥다리 취급을 받게 될 것

이다.

사우스바이 페스티벌의 인터랙티브 섹션에는 유비쿼터스 컴퓨팅과 인터넷이

결합된 ‘웹 3.0’의 유행을 선도하는 강연자들이 많았다.

팀 오레일리(Tim O'Reilly) 컴퓨터도서 편집인은 강연을 통해 ‘센서 주도형

집단지성’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소개했다.

센서 주도형 기술은 위치센서나 카메라센서 등 다양한 감지장치를 이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가리킨다. 다수의 유저들이 스스로 방향을 찾아가며

공동으로 해답을 도출해내는 것이 기존의 집단지성 즉 웹 2.0이었다면, 웹 3.0은

유저들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하는지 잊을 정도로 컴퓨터가 ‘알아서 하는’ 시대를

말한다.

오레일리의 표현처럼 “스마트폰의 카메라와 마이크와 스피커가 애플리케이션

이라는 생명체의 눈과 귀와 입이 된다”고 표현한다. 중세나 근대의 귀족들처럼

미래에는 누구나 동작 빠른 집사를 곁에 두고 살 수 있는 것이다. SNS에 사진을

 업로드하면 컴퓨터가 사진 속 인물들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분류해서 꼬리표를

 붙인다. 자동차는 실시간으로 교통상황을 체크해 더 빠른 길로 경로를 수정

한다.

구글의 부사장인 마리사 메이어(Marissa Mayer)는 강연에서 "부부의 신용카드

소비 패턴을 분석하면 2년 후의 이혼 여부를 98%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이미 기술이 인간을 앞질렀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계속 도전하고 발전하게 해야 좋은 교육

공부에 전혀 관심이 없는 학생이라도 게임은 싫어하는 법이 없다. 부모는 자식의

 게임 중독을 걱정하겠지만, 아이들이 말하는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수업도 게임처럼 재밌게 만들어주면 안 되나요?”

▲ 현실세계를 게임의 소재로 사용하는 세스 프리배치  ⓒFlickr

전 세계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는

시간을 모두 합치면 1주일에 30억

시간에 달한다. 이렇듯 엄청난 정신적

 에너지를 교육이나 의료 등 생산적인

 방향과 연결시킨다면 어떨까? 인터

랙티브 섹션에서 두 명의 게임 전문

가들이 힌트를 보여주었다.

22세의 프린스턴대 학생인 세스 프리배치(Seth Priebatsch)도 큰 주목을

받았다. 그는 현실의 모든 장소를 게임의 소재로 탈바꿈시키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화제를 모은 인물로, 페이스북의 창업자인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를 빗대어 ‘차세대 주커버그’라 불린다.

그는 강연에서 “잘 만든 게임은 계속 도전하고 발전하게 만들지 절대로

‘실패했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나쁜 학생에게 F라는

낙제점을 주는 대신에 모든 학생들이 0점에서 시작해 더 높은 점수를 얻어

나가도록 교육 시스템을 게임처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가산점을 바라는

인간의 본능을 이용하는 것이 컴퓨터 게임의 기본 원칙이기 때문이다.

‘대안현실 게임(alternate reality game)’을 만드는 제인 맥고니걸(Jane

McGonigal)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혁신시킨 인물로 손꼽힌다. 현실을

잊기 위해 게임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게임을 통해 현실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석유 없는 세상(World without Oil)’이라는 게임에서는 유저들이 폭탄으로

건물을 파괴하지 않는다. 석유가 바닥난 세상에서 살아남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것으로 경쟁한다. ‘슈퍼베터(SuperBetter)’는 병원에

입원한 환자나 가족들이 빨리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돕는 온라인 게임이다.

앞으로 유비쿼터스 컴퓨팅과 게임 기술이 인기를 끌수록 현실과 가상의 구분은

희미해질 것이다. 그러나 강연자들은 “기술이 인류에게 어떠한 미래를 가져올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인간 자신”이라고 강조한다.

임동욱 기자 |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1.03.31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