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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덕의 13억 경제학] 중국경제 콘서트(42) ‘우리나라 대학의 돼지 장사’ [중앙일보]

[한우덕의 13억 경제학] 중국경제 콘서트(42) ‘우리나라 대학의 돼지 장사’ [중앙일보]

입력시각 : 2011-02-07 오전 9:58:33

우리나라 대학이 쉬쉬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유학생 장사'입니다. 중국 유학생을 끌어들여 돈을 버는 것이지요. 요즘 대학의 재정형편, 뻔하잖아요. 학생 모집이 어려운 지방 대학일 수록 더 심합니다. 학교 운영경비 빵꾸나니까 중국 유학생으로 떼우는 겁니다. 유학생은 정원 외로 뽑습니다. 한 명 끌어들이면 한 학기 대략 400만 원 들어온답니다. 짭짤한 장사입니다. 그들은 이제 염치도 없습니다. 중국의 유학브로커를 통해 마구잡이로 유학생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유학생 많이 유치하는 것, 탓할 일은 아닙니다. 문제는 끌어들여놓고는 관리를 하지 않는 다는 것이지요. 학점, 대충 줍니다. F학점 많으면 퇴학이니까, 알아서 C+준답니다. 기숙사, 없습니다. 적당히 알아서 자취하라는 얘깁니다. 유학생을 교육이 아닌 장사 목적으로 끌어들였기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그러니 더 질 떨어지는 유학생이 오게 되고, 한국 온 유학생은 공부보다는 아르바이트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겁니다. 총체적 난국입니다.

중국 유학생들은 미래 한중 교류의 인프라 역할을 할 존재들입니다. 졸업 후 기업, 행정부, 학교 등 곳곳으로 흩어져 한국관련 일을 할 사람들입니다. 그런 그들이 유학을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가면 한국을 욕합니다. 소위 말하는 '혐한(嫌韓)'의 발원지가 되는 것이지요.

유학이 오히려 혐한론자를 키우는, 이 시대 한중 관계 최악의 짓을 지금 우리나라 대학이 자행하고 있는 겁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변명하지 마십시요. 지성을 키운다는 대학이 자성해야 합니다. 대학이 변하지 않는다면 한중관계의 미래는 없습니다.

중국 조선족 사이에 한 때 '돼지 장사'라는 말이 떠돌았습니다. 한국에 가고 싶어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비자 장사'를 하는 겁니다. 비자 브로커들이 한국 대사관 관계자들과 결탁해 한국 행 비자를 내주고, 그 수수료를 챙겨먹는 비즈니스 였지요. '돼지 몇 마리 팔었어'라는 얘기는 '오늘 비자 몇 장 따냈어'라는 말을 은유했습니다. 지금 대학의 '유학 장사'를 보면서 그 옛날 '돼지 장사'를 떠올리게 됩니다.

중국 유학생관련 취재 기사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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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한 대학이 중국 유학생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가짜 유학생' 140명을 퇴학 조치했는 발표였다. 학적에 이름만 걸어놓고 실제로는 돈벌이에 나서는 유학생들을 쫓아낸 것이다. 이중 일부 학생은 수 백km 떨어진 곳에 거주하며 아르바이트를 했다. 제출한 어학 증명서가 위조로 드러나기도 했다.

우리나라 얘기가 아니다. 일본 북부 아오모리 대학에서 생긴 일이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은 '신선한 충격'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에서도 정부와 각 대학이 중국 유학생 유치를 위해 뛰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역주행'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이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할 수 있을까? 노(no),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스스로 그만두는 경우는 있어도 학교에서 퇴학시키는 사례는 아직 없다. 그렇다고 한국에 온 유학생들이 학생의 본분을 지키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학교 현장으로 가보자.

경기도 평택의 P대학에서 경영학개론을 가르키고있는 김 모 교수의 얘기다.

"50명의 학생 중 약 30명이 중국 유학생입니다. 그 중 10여 명은 2~3째 강의부터 보이지 않습니다. 강의에 참가한 학생 중 절반 이상은 내용을 알아듣지 못합니다. 자기들끼리 구석에 모여 잡담을 나누기도 하지요. 한국 학생들은 그들을 원망의 눈초리로 보고 있습니다. 수업이 제대로 이뤄질 리 없지요."

그는 "수업에 빠진 학생들은 대부분 인근 공단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숨을 내쉰다. 한국 학생과 중국 유학생은 그렇게 멀어지고 있다. 기자가 'F학점을 주면 될 일 아니냐'고 묻자 "학교 정책상 그건 안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가급적 많은 유학생을 유치하려는 대학 정책에 어긋나기 때문이란다. 말이 외국인 유학생이지 실제로는 중국 학생을 뜻한다. 유학생 8만4000여 명 중 약 70%에 해당하는 5만8000명이 중국 학생이다.

평택의 일만은 아니다. 전국 대부분의 대학에서 이와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다. 학교와 교수, 교육부, 그리고 당사자인 유학생들이 쉬쉬하는 사이 중국 유학생 문제는 속으로 곪아가고 있다. 터지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중국 유학생 문제를 연구해 온 목포대학 신정호 교수는 "유학생을 '돈'으로 보는데서 문제가 시작된다"고 말한다. 교육이 비즈니스화되고 있다는 한탄이다.

우리나라 대학이 중국 유학생 유치에 발벗고 나선 게 2000년 초다. 신입생 수가 줄자 재정난에 직면한 대학은 중국을 탈출구로 선택했다. 경쟁이 벌어졌다. 어학능력·고등학교 성적은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았다. 무조건 유치하고, 적당히 언어교육 시켜 입학시키면 한 학기 약 300만~500만 원을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유학원에 1년 학비의 20~30%를 거간비를 주고, 많이 보낸 고등학교에는 4명 당 1명을 공짜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교육인지 아니면 장사인지, 그 경계가 모호하다.

"미국 동부 아비리그의 유학생 비율은 7%안팎입니다. 이들이 그 선을 지키고 있는 것은 유학생 관리의 적정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전체 학생의 20%가 넘는 대학도 많습니다. 유학생 관리가 제대로 될 리 없습니다."

신 교수의 말대로 대학의 유학생 관리는 거의 실종 상태다. 서울의 한 대학 무역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 천(陳·23)군. 한국어능력시험 4급 수준인 그는 기자의 말을 거의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이해 능력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모든 학과 점수가 'C플러스'이상이다. 그는 "C플러스 이상을 받아야 장학금이 지급된다"며 "교수님도 그걸 알고 어지간하면 그 점수를 준다"고 말했다. 학교는 오히려 유학생이 빠져나가지 않을 지 걱정한다. 비즈니스로 치자면 '을(乙)'의 입장이다. 이 학교에는 지금 1400명의 중국 유학생이 재학 중이다.

유학생들이 가장 아쉬어하는 것 중의 하나가 기숙사다. 학교 내 기숙사가 없기에 친구들과 모여 하숙을 하거나, 그도 안되면 고시원에 들어가 새우잠을 잔다. 수도권 대학이 더 열악하다. 서울 D대학 4학년 재학중인 양(楊·27)군 역시 그런 케이스다.

"한 달 23 만 원을 주고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아껴도 한 달 35만 원의 생활비가 듭니다. 집에서 돈을 가져올 수도 없는 처지여서 아르바이트에 매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방학인 요즘에도 명동의 한 치킨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설 명절에 고향(시안·西安)에 가는 것은 아예 접었다. 다음 학기 등록금을 마련해야하기 때문이다. 전체 중국 유학생 중 기숙사 생활 비율은 4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기숙사 여건이 좋은 지방대학을 제외하고 나면, 수도권 대학은 거의 다 외부에서 생활하는 실정이다.

학생들이 통제될 리 없다. 일부 여학생들은 음란업소에 기웃거린다. 제3자를 통해 만난 칭다오(靑島)출신 유학생 A양(23)은 "신당역 근처 N키스방에서 일한다"고 했다. 30분에 3만5000원을 받으면 그 중 절반 가량이 그녀의 몫으로 돌아온단다. 키스방 인터넷 카페에서는 그녀를 이렇게 소개한다.

'빅토리아, 168cm/ 50kg/C+컵/23세. 글로벌 시대의 중국 유학생. 서울 소재 유명 대학 재학 중'

유학생 맞을 준비가 안되기는 한국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중국 유학생에 대한 한국 학생들의 시각이 지극히 부정적이다. 부산의 B대학 4학년에 재학중인 류(劉·23)군. 산둥(山東)성이 고향인 그는 한 해 7만~8만 위안(약 1230만~1400만 원)을 집에서 가져다 쓸 정도로 비교적 '풍족한' 유학생활을 했다. 졸업을 앞둔 그에게 '유학생활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을 던지니 "솔직히 남는 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과제 팀을 조직할 때 민망했던 게 한 두 번이 아닙니다. 한국 학생들은 팀을 짤 때 중국 유학생과 함께 하는 것을 노골적으로 싫어합니다.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한다고 느꼈을 때는 굴욕감마저 느끼게 됩니다."

한국 학생들은 중국 학생들과 소통이 안되니 좋아할 리 없다. 한국학생과의 거리가 멀어지니 중국 유학생끼리만 뭉치게 되고, 한국 문화와의 접촉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한국의 이미지가 좋을 리 없다.

끝이 좋다면 과정이 아무리 힘들어도 아름답게 느껴지는 법이다. 취업 말이다. 유학 대상국으로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다양하지만 목적은 하나다. 졸업 후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서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출구가 없다. 다음 달 졸업을 앞둔 서울 D대학 리(李·25)군은 국내에서 백방 취업을 알아봤지만 허탕쳤다. 그는 "결국 고향 칭다오(靑島)로 돌아가기로 했다"며 "칭다오에서 과연 5년 고생에 걸맞는 직장을 구할지는 미지수"라고 아쉬워했다.

서창배 신라대 교수는 "유학생들이 급증하기 시작했던 2005~2006년 신입생들이 이제 졸업하기 시작했다"며 "대부분의 학생들은 한국에 남아 직장을 찾으려고 하지만 취업 길은 거의 막혀있는 게 현실"이라고 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중국 유학생 졸업생의 30%정도를 자국 내에서 흡수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중국 유학생을 받을 생각이 있다면 범정부 차원의 취업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교육과학부가 뒤늦게 입학생들의 한국어 능력시험 급수를 높이겠다고 나선는 정도다. 과학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 실태조사를 통해 22개 대학을 부실학교로 선정해 개선을 권고했다"며 "지나친 규제는 유학생 수 감소를 가져와 고민"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정책의 촛점이 아직도 유학생 유치에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2012년까지 유학생을 10만 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교육과학부는 유학생 수를 대학교 국제화의 평가기준으로 삼고 있다. 대학이 자질을 따지 않고 유학생을 받아들이는 또 다른 이유다. 정부가 오리혀 가짜 유학생을 양산하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되는 이유다.

박상수 충북대 교수는 "지금 우리는 고름을 지금 터뜨릴 것인가, 아니면 계속 키울 것이냐의 기로에 있다"고 말한다. 행정당국의 무리한 국제화 기준→대학의 유학생 유치 경쟁→부실 유학생 증가→유학생 관리 부실→유학생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대→졸업 후 취업난 등으로 이어지는 부실 고리를 끊어야 할 때라는 얘기다. 박 교수는 "이런 상태를 계속하다가는 중국 내에서 '한국 유학은 대학 낙방자들의 피난처'라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유학생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금 더 늦는다면 손쓸 수도 없는 지경에 빠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아오모리 대학의 140명 퇴학 처분에 더 관심이 가는 이유다.

학생을 쫓아낸 학교의 입장은 확고했다.
'공부에 뜻이 없는 유학생은 학생이 아니다'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