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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써니리] ‘미국화’된 중국전문가들의 문제 [중앙일보]

[백가쟁명:써니리] ‘미국화’된 중국전문가들의 문제 [중앙일보]

입력시각 : 2011-01-28 오후 4:12:55

"이것이 바로 가장 중요한 문제다" 갑자기 정용녠(郑永年) 싱가포르 국립대학 동북아 연구소 소장의 목소리가 커졌다.

"중국을 연구하는 한국의 사회과학자들과 정책 연구자들의 연구방법이 100% 미국화 되어 있다. 이런 방법이 한국이 중국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베이징대학에서 국제관계학과 정치학으로 학사, 석사를 마치고, 미국으로 가 프린스턴대학에서 다시 정치학으로 석사, 박사학위를 받는 등 동서양 교육을 두루받은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郑永年교수는 미국의 대표적인 사회과학 연구방법 프레임인 '행동주의' (behaviorism)의 예를 들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 중국에 와서 중국인의 행동을 관찰하고, 통계를 내고, 그 숫자에 의지해 결론을 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중국인의 행동 뒤에 숨겨져 있는 중국인의 'logic'에 대해서 설명을 못해주고 있다. 많은 한국학자들이 중국을 이해하려 하지만 잘못짚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중국 지인들에게 물어보면 그들은 중국연구가 가장 잘 되어있는 국가로 일본을 꼽는다. 정용녠교수는 그런 일본도 요즘 시원찮다고 본다. "이전에는 정말 그랬다. 하지만 최근 일본 학자들의 중국연구를 보면 왠지 조금 정확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가진다. 사실 어제도 이 문제에 관해서 한 일본학자와 토론을 가졌다. 나는 그 근본원인이 이들이 서양의 연구 프레임으로 중국을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본다."

중국도 책임이 있다. 중국사회가 너무 '독특'한 점이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언론인 요이치 후나바시 아사히 신문 주필이 작년 5월15일 싱가포르의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를 인터뷰한 스크립트를 보면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심지어 싱가포르 화교도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1년에서 2년가량 중국식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에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하다."

정용녠교수는 자신도 '무죄'가 아니라는 듯 "나도 서양교육을 받았다"라고 고백하듯 한마디를 얹었다. "나 역시 서양의 '행동주의' 연구를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요즘엔 뭔가 새로운 연구의 틀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써니리 boston.sunny@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