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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서로 우월감 과시하면혐중·혐한 감정 막을 수 없어” [중앙일보]

“한·중 서로 우월감 과시하면혐중·혐한 감정 막을 수 없어” [중앙일보]

베이징대에 ‘손에 손잡고’ 동호회 만든 최민정씨

입력시각 : 2011-02-07 오전 10:38:03







“베이징의 한국 유학생을 바라보는 중국 학생들의 시선이 얼음장 같은 날씨만큼이나 싸늘합니다. 심지어 북한은 우방, 한국은 아니라는 생각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지난해 11월 연평도 포격 이후 더욱 심해졌습니다.”

베이징대 광화관리학원(경영대학) 1학년 최민정(20·사진)씨는 “중국 대학 일각의 혐한(嫌韓) 분위기가 심각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 유학생과 중국 학생이 서로 ‘칸부치(看不起:업신여기고 깔봄)’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씨는 중학교 시절 탐독한 소설 『열국지』에 매료돼 베이징 유학을 결심했다. 그러기에 중국 학생들의 혐한론을 대하면 속이 더 상한다. 지난해 가을엔 친구 7명과 함께 혐한론을 바로잡기 위해 ‘손에 손잡고’라는 동호회를 만들었다. 시작은 고교(인민대학부속중고)에 다니던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 충돌을 계기로 양 국민 사이에 감정이 악화됐습니다. 두 나라 언론도 혐한 감정을 조장했죠.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라도 나서서 중국 학생들에게 한국의 참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기획·스터디·편집·홍보 등의 조직을 갖추고 회장을 맡았다. 가장 먼저 한 일은 혐한증의 뿌리를 찾는 것이었다.
“한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우월의식과 중국인들의 중화의식이 충돌해 혐중·혐한 감정으로 폭발한 것입니다. 여기에 서로 다른 정치적인 이념, 역사의식, 자국 중심 감정이 어우러졌습니다. 일부 한국 유학생이 중국에 잘 적응하지 못해 불량한 생활태도를 보인 것도 혐한증을 유발하는 요인이 됐고요.” 그가 발견한 혐한증의 원인이다. 그러면서 “2008년 중앙일보가 기획보도한 ‘겸따마다(겸손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가기)’ 운동은 좋은 시도였다”고 말했다.

최씨는 중국의 한국 유학생 관리제도에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대학들의 학사관리는 엄격하기로 정평이 높다”며 “F학점을 받으면 학사경고를 받고, 학사경고가 두 번 누적되면 퇴학”이라고 말했다. 단 퇴학당한 유학생도 4년 과정을 다니면 수료증은 받을 수 있단다. 50% 넘는 유학생이 중도 탈락 뒤 수료증만 받아온다는 것. 이들은 혐중파로 변해 귀국한다. 한국에서는 혐중파, 중국에서는 혐한파가 늘어간다는 얘기다.

“많은 문제가 있지만 앞날이 밝다고 봅니다. 우리들의 작은 노력이 하나씩 쌓여가면 언젠가는 한·중 대학생 간의 보이지 않는 벽도 허물 수 있으리라 믿어요.”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