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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원로 과학자들 집 찾아간 시진핑

국가 원로 과학자들 집 찾아간 시진핑

[중앙일보] 입력 2011.01.28 01:01 / 수정 2011.01.28 01:07

설 앞두고 우주항공 공학자 쑨자둥 등 3인 치하 … “과학기술 인재는 중국의 재산”

 
시진핑(習近平·습근평·사진) 중국 국가부주석이 과학 인재를 중시하는 ‘과학입국(科學立國) 리더십’을 발휘했다. 시 부주석은 중국 최고의 명절인 춘절(春節·설)을 앞두고 국가 원로 과학자 3인의 자택을 직접 방문해 명절 인사를 했다고 중국 공산당이 홈페이지를 통해 27일 밝혔다. 원로 과학자들을 직접 찾아 문안하는 최고의 예우로 국가 인재를 대접한 것이다. 관영 신화통신은 “시 부주석이 신년 인사와 함께 인재강국 전략을 심화시키기 위한 방안을 묻고 경청했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는 류치(劉淇) 베이징시 서기와 리위안차오(李源潮) 공산당 중앙조직부장 등 공산당 유력 실세들이 수행했다.

 26일 중국의 우주항공 전문가 쑨자둥(孫家棟) 원사(院士·최고 과학자에게 헌사한 칭호)의 집을 찾은 시 부주석은 “쑨 원사께서 중국의 우주항공 분야에 끼친 공헌에 대해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창조적인 인재 육성에 대한 쑨 원사의 고견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시 부주석은 이 자리에서 “쑨 원사 세대의 ‘양탄일성(兩彈一星:원자탄·수소탄·인공위성) 정신은 다음 세대를 격려하고 자극하는 힘이자 중화민족의 존귀한 재산”이라고 치켜세웠다. 시 부주석은 양탄일성 정신을 토대로 유인 우주선을 만들어낸 도전과 창조가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양탄일성 정신은 척박한 과학 풍토에 좌절하지 않는 과학자들의 불굴의 의지를 뜻한다. 시진핑은 중국이 이런 정신을 바탕으로 유인 우주선을 띄우고 우주정거장 건설에 도전하는 등 미국·러시아와 더불어 ‘우주항공 빅3’ 국가로 발돋움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시 부주석은 이날 의학·육종학 원로 과학자 집을 찾은 자리에서도 과학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보리유전자 육종 전문가인 이전성 원사를 치하하며 시 부주석은 “반드시 농업과학 인재를 대량 육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신중국 1세대 신경외과 전문의 왕중청(王忠誠) 원사와는 무릎을 맞대고 대화하며 경청하는 자세를 풀지 않았다.

 신화통신은 시 부주석이 3인의 원로를 만난 자리에서 ‘각 부문의 전문가들은 당과 국가의 고귀한 재산이다. 각급 당과 정부 조직은 이들 과학자가 연구활동에 전념하도록 세심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지도자들은 명절과 더위 또는 추위가 심할 때 원로 과학자들을 찾아 문안하는 전통이 있다. 원자바오(溫家寶·온가보) 총리는 2009년 8월 ‘중국 미사일의 아버지’로 불리는 첸쉐썬(錢學森) 박사의 자택을 찾아 “과학자의 모범인 첸 선생이 건강하게 장수하시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치하했다. 또 2007년 7월엔 핵물리학자 등 5명의 원로 과학자를 집으로 찾아가 문안 인사했다.

 홍콩의 정치 소식통은 “국가 최고 지도자가 원로 과학자의 집을 방문해 문안하는 과학입국 리더십의 바통이 시 부주석으로 넘어갔다”며 “시 부주석의 입지가 더욱 탄탄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행보”라고 분석했다.

홍콩=정용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