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켓 생태계/지식

사용자를 개조하는 애플의 새 도전 6일 개점, 애플 ‘맥앱스토어’ 흥행

사용자를 개조하는 애플의 새 도전 6일 개점, 애플 ‘맥앱스토어’ 흥행 2011년 01월 18일(화)

빌 게이츠가 만든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소프트웨어 회사’다. 그럼 컴퓨터

본체를 만드는 IBM은 ‘하드웨어 회사’여야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컴퓨터 회사’라고

부른다. 보다 타당하게 ‘컴퓨터 회사’라고 부를만한 괜찮은 지표를 꼽자면 소프트

웨어와 하드웨어를 동시에 생산하는 회사여야 하겠다.

애초부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이 분리는 무의미했다. 단순한 기능을 반복하는

계산기 외에 소프트웨어 없이 작동되는 하드웨어는 드물고, 하드웨어 없는 소프트

웨어는 그냥 수학공식을 컴퓨터 언어로 번역한데 불과하기 때문이다.

컴퓨터가 PC수준으로 제작되면서 컴퓨터의 작동과 제작 방법이 표준화됐고,

이 때부터 어느 하드웨어에서나 유사한 프로토콜의 소프트웨어가 탑재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는 두 가지 각기 다른 산업으로 크게 발

전할 수 있었다.

그들만의 ‘표준’, H/W와 S/W의 비대칭 개발

▲ 애플컴퓨터 로고 

물론 같은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달리 말할 수도 있다. IBM컴퓨터가 개인용 컴퓨터 시장을 널리 장악하면서 일방적으로 표준을 설정했고, 이후 후발 컴퓨터 생산자들은 대부분 그 표준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하나로 표준화된 컴퓨터 산업은 여러 나라에서 발달해도 결국 비슷한 여러 기기에서 동일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표준이라는 한계에 매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비대칭적으로 개발되면서 컴퓨터의 발전이 더뎌지는 단점도 발생했다.

80년대 PC 개발 초기, IBM의 이러한 횡포(?)를 거부하고 독자적인 입장을 견지해 온 컴퓨터 회사가 있었다. 바로 ‘컴퓨터 회사’ 애플컴퓨터다. 스티브 잡스로 대표되는 애플은 컴퓨터를 구동

하는 OS를 독자적으로 개발, 자신들이 만드는 하드웨어에 맞춰왔다.

이 때문에 ‘Mac OS’는 맥킨토시 하드웨어에만 사용될 수 있고 IBM컴퓨터 등에서는

각종 코드가 작동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애플은 뛰어난 프로그래머들이 사용하면서도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큰 두각을 드러낼 수 없었다. 아니 드러내지 않았다.

최근이야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90년대까지만 해도 애플은 컴퓨터 그래픽 등의

전문가들에게만 알려진 브랜드였다.

일각에서 애플은 비싸지만 그 디자인이 IBM 방식의 컴퓨터에 비해 좋기 때문에

‘돈을 아끼지 않는’ 특정 마니아 집단에서만 소비하는 제품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편견과 달리 애플 컴퓨터는 꾸준한 기술개발에 힘입어 보다 뛰어난

성능의 고급 컴퓨터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고 있었다. 

애플의 전략, 소프트웨어 유통 장악

애플은 한국시장에서 다만 알려져 있지 않았을 뿐이고,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컴퓨터=IBM스타일’로만 알고 있어 애플이 낯설었던 것 뿐이다.

애플이 몇차례 큰 경영위기를 맞으면서 아예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번지면서 컴퓨터 산업이 IBM스타일로 집중될 거라는 예상도 파다했다.

이 때문에 Mac OS는 보다 인기를 잃었고, 그에 반비례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가 전세계 시장을 장악했다. 그러나 이런 애플을 다시 살려낸 것은 사실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가 아니었다. 바로 소프트웨어의 유통 방식이었다. 

90년대 후반 애플이 본격적으로 보다 대중적인 하드웨어를 개발, 생산에 나서기

전에 시장에 내놓은 것은 컴퓨터가 아니었다.

바로 MP3플레이어 iPod였다.

그러나 이 이전 90년대 초 컴퓨터 시장의 전문가들은 전세계를 강타한 iPod보다

iTunes에 주목했다.

소프트웨어가 뛰어나서가 아니라 음악파일을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유통경로를

고안해낸 것이 놀라웠다.

“조금만 검색을 하면 음악파일 정도는 쉽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데 누가 돈을

주면서 음악을 사서 듣겠냐”는 핀잔이 나올 때 시도한 사업이다. 

물론 이 때 가장 인기있는 사업은 인터넷이었고,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구글’이나 ‘야후’와 같은 검색이 가장 중요했다.

이에 더해 ‘냅스터’ 등 음악파일을 공유할 수 있는 P2P 서비스가 전세계적으로

유행했을 때다. 그러나 잡스의 애플은 저작권 등의 문제로 카피레프트 운동이

한계를 겪을 것으로 봤다.

음악을 들어야 하는 사람은 언젠가는 음원을 사게 되리라 예상한 것이다.

이에 더해 애플컴퓨터는 iPod가 iTunes를 통해서만 음악파일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장차 있을 음원 시장의 배급사 역할을 자청했다.

iTunes는 놀라운 가치를 발휘했다. 사람들이 실제로 돈을 내면서 음원을 구입했다.

음원의 가격을 떨어뜨리는 대신 iTunes를 통해 결제가 되도록 유도하면서,

iTunes는 또 하나의 인터넷 결제 시장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여기에는 숨어있는 가치도 있다.

그 전까지 MS 익스플로러 등을 통해 이뤄지던 인터넷 결제는 보안을 위해

액티브X 등 컴퓨터 운영체계를 지저분하게 만드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깔아야

했지만 iTunes는 그런 우려를 피했다. 컴퓨터의 성능을 최적으로 유지하면서

인터넷 결제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각종 보안 프로그램은 MS에 경제적 도움은 별로 주지 못하면서 그 부담을 결제

및 유통사에 지우게 된다는 문제도 있었다.

이에 더해 iTunes는 인터넷을 통해 컴퓨터 자체에 담겨진 프로그램들도

업그래이드할 수 있었다.

다시말해 iTunes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을 염두에 두고 

마련된 것이었다.

MS와 애플의 차이

마이크로소프트는 해마다 불법 다운로드와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

새로 프로그램이 나올 때마다 누가 프로그램을 크랙했는지 어떻게 유통되는지,

어떻게 쓰고 있는지를 마이크로소프트 본사가 알 수 있게끔 프로그램에 덕지덕지

다른 보안 프로그램을 붙인다.

그래서 프로그램의 용량은 점점 커지고 새로운 크랙이 나올 때마다 새 버전의

업그래이드가 필요했다.

이런 보안의 문제를 염두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프로그램 가격은 점점

비싸졌고(누수되는 불법 프로그램으로 떨어지는 수익을 만회하는 방식) 이 때문에

 이를 크랙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CD나 DVD 기기가 프로그램을 구울 수 있게 되면서 정품 소프트웨어보다 복제

소프트웨어가 어둠의 시장에서 더욱 번성하게 됐다. 

▲ 맥앱스토어를 연 맥북에어 


이런 문제는 애플도 가지고 있었다. 다만 애플의 소프트웨어는 애플 하드웨어에서만

작동하기 때문에 하드웨어를 구입하면서 자연스럽게 소프트웨어를 구입하게 돼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애플 컴퓨터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자 애플도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의 우려가 깊어졌다. 

애플에게 마이크로소프트처럼 불법 복제와의 지난한 싸움은 겪고 싶지않은 경

험이었을 것이다. 애플이 소프트웨어 산업이 확대되기 시작했을 때부터 소프트웨어

 별도 판매에 열을 올렸다면 마이크로소프트처럼 돈은 벌지만 소프트웨어 산업초기

 가볍게 이를 쓰고자 하는 소비자들에게 인식은 안좋아졌을 수도 있겠다. 

사실 MS와 애플은 경쟁사임에도 불구하고 기업에 대한 이미지는 판이하게

다르다. MS 프로그램의 초기 상당수가 애플에서 개발한 인터페이스나 아이디어를

 배껴썼다는 인식이 파다했다. 이 때문에 일부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은 MS를

 “도둑”이라고 표현했다.

그럼에도 프로그램 저작권을 주장하며 전세계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자들에게

비싼 과징금을 물린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인식은 소프트웨어 구매에서 극명한 차이를 벌려 MS 프로그램은 크랙해서

쓰지만, 애플 소프트웨어는 사서쓰자는 인식마저 번졌다. 물론 상대적으로 비싼

애플 컴퓨터를 사용하는 유저들에게 소프트웨어 가격의 부담이 덜 한 것도 이유가

됐다. 애플이 ‘맥앱스토어’를 열어 온라인으로 소프트웨어 판매를 할 수 있게된

계기는 소프트웨어 판매에 있어 도덕적 우위를 점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앱스토어로 맥앱스토어의 시장가능성 확인

iPhone 등장으로 애플은 범용기 컴퓨터 회사에서 특용기 등을 만들어내는

전자제품회사로 사업모델을 확대했다.

이에 더해 iPad로 이어지는 제품을 내놓으며 새로운 시장개척에 열정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컴퓨터 업계 사람들을 놀라게 만든 것은 ‘앱스토어’였다. 사

실 앱스토어는 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iTunes가 가진 콘텐츠 유통망을

확대해 어플리케이션 판매에 나선 것 뿐이다.

iPhone이 대중들에게 각광을 받고, 이에 따라 앱스토어를 통한 대금 결제가

정상적으로 유지되면서 iTunes로 수십년전 계획했던 바가 또 하나 실현된 것에

불과하다. 

iPod으로 음원이나 영화, 방송을 판매한 것처럼 iPhone는 앱을 판매했고,

iPad는 앱의 가격을 높였다.

이 모두가 iTunes를 통한 시장확대다.

이 때까지 판매된 콘텐츠들이 모두 애플이 아닌 곳에서 만든 것들이었다면,

맥앱스토어(Mac Apps Store)는 이제 애플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집중적으로

판매할 길을 연 것이다.

애플은 홈페이지를 통해 자사의 프로그램을 판매해왔지만 판매방식 등에서는

MS의 방식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CD나 DVD 등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제작하고 이를 매장이나 통신판매를 통해

보급해왔다. 그러나 애플은 노트북을 중심으로 MacBook Air 등 경량화를

진행하면서 과감하게 CD/DVD 리더기를 떼어버렸다.

신종 노트북은 별도 기기(ODD) 등을 통해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다른

컴퓨터의 CD/DVD 리더기를 무선을 통해 연결해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이와 함께 진행된 것은 프로그램의 경량화다. 

와이파이 등을 통해 무선으로 프로그램을 받으면 당연히 설치시간이 길어지기 때

문이다. 소프트웨어에 들어가는 각종 소스 코드들 중에 중복되는 것을 몇가지로

통합시켜, 용량은 적으면서 활용성은 높게 만든 것이다.

소프트웨어 경량화는 전세계적으로 맥앱스토어에 접속해 원하는 프로그램을

무리없이 받을 수 있게 만들었다.

물론 경량화 과정은 맥켄토시 컴퓨터에서 쓰였던 각종 프로그램들을 iPhone,

iPad 앱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개발됐다.

맥앱스토어는 지난 6일부터 앱스토어를 활용하는 것처럼 맥켄토시 컴퓨터에

인스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치 앱처럼 구매할 수 있게 만들었다.

물론 iTunes를 통해서다. 이미 iPhone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iTunes 계정을

통해 맥앱스토어를 이용할 수 있어, 소프트웨어를 사서 쓰는데 또다른 복잡한

가입절차마저도 피했다.

▲ 맥앱스토어 초기화면 


현재 맥앱스토어에 올라있는 앱은 약 1천여개다. 여기에는 무/유료 앱이 공존한다.

컴퓨터 사용자들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구매해서 쓰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지만,

앱을 깔아서 컴퓨터를 즐기는 것에 대해서는 별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컴퓨터가 이제 더이상 심각한 작업, 즉 업무나 일 등에 쓰이는데

국한되지 않고 게임이나 단순 오락적인 행위 등 보다 가벼운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애플은 소프트웨어 구매 방식을 맥앱스토어로 대체할 생각인 것으로 읽힌다.

시디 등으로 판매하던 기존 프로그램 가격의 반값에 각종 프로그램을 앱에 올려놓기

때문이다. 본래 DVD 버전과 기능차이가 거의 없는 앱을 두고 굳이 DVD를 사려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애플은 소프트웨어의 유통구조를 소비자에 맞춰준 것이 아니다.

시의적절하게 단계별로 영악하게도 자신들의 구미에 맞게 소비자들을 끌어와서

맞춘다. 다소 과장하자면 애플과 앱에 사람들을 ‘중독’시키고 스스럼없이 지갑을

열게 만드는 것이다.

그것도 용감하게 시작한 것이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가 각종 문제를 겪는 장면을

면밀하게 지켜보고, 그에 대한 반사이익을 거둬들여가면서 이룬 똑똑한 결과다.

박상주 객원기자 | utopiapeople@naver.com

저작권자 2011.01.18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