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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생태계/지식

요정의 굴뚝, 스타워즈의 고향을 찾아 응회암이 빚은 대자연의 경이, 카파도키아

요정의 굴뚝, 스타워즈의 고향을 찾아 응회암이 빚은 대자연의 경이, 카파도키아 2011년 01월 17일(월)

여행지에 숨은 과학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고깔모자와 버섯, 시시각각 색깔을 바꾸는 응회암의 파도 물결, 기암을 파고 형성된 동굴과 거대한 지하도시. 이 모든 풍경은 지구가 아닌 외계 행성의 한 복판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온다.

동굴에서 당장이라도 작은 요정이 뛰쳐나와 골짜기 속으로 날아갈 것만 같은 불가사의한 매력을 뿜어내는 곳, 상상 그 이상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이 펼쳐지는 곳, 바로 응회암과 자연이 빚어낸 대자연의 파노라마, 카파도키아이다.

▲ 응회암과 자연이 빚어낸 대자연의 파노라마, 카파도키아  ⓒWikimedia Commons

카파도키아는 터키 중부 아나톨리아 고원 중앙부에 펼쳐져 있는 거대한 기암지대이다. SF의 거장 조지 루카스 감독은 일찍이 지구의 자연이라고는 상상조차하기 힘든 카파도키아의 매력에 매료돼 스타워즈 1편을 촬영했다. 터키 여행의 백미로 꼽히는 카파도키아를 탐험하기에 앞서 이토록 기묘한 절경은 어떻게 형성됐는지부터 살펴보자.

화산재, 응회암 비, 바람이 만든 요정의 굴뚝

카파도키아의 절경은 화산의 분화에서 촉발됐다. 화산재가 굳어져 바위를 형성했으며 이 바위는 오랜 세월 비와 바람의 침식을 받으면서 오늘날의 기묘한 형상으로 변모했다. 카파도키아의 에르지예스, 하산다아, 귤뤼디아 등 3개의 활화산은 신석기 시대부터 간헐적인 화산활동을 지속했다.

약 7천만 년 전인 후기 중신세에 이들 화산이 폭발하면서 카파도키아 일대는 화산재와 응회암 성분으로 뒤덮였다. 응회암 평원은 작거나 덜 활동적인 화산 활동으로 끊임없이 변했다.

응회암 층은 빗물이나 인근 호수와 강물에 의해 침식됐으며 계곡으로 흘러 들어온 물은 강한 바람과 함께 연약한 용암 덩어리를 단단한 지형으로 변화시켜 현재의 원뿔, 송곳,  원통,  버섯머리, 고깔모자 등 다양한 형태의 기암들을 만들었다.

▲ 요정의 굴뚝이라고 불리는 버섯모양 바위의 상부는 딱딱한 돌로 하부의 부드러운 돌의 침식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Turkish Heritage Travel
카파도키아인들은 기암들은 ‘요정의 굴뚝(페리 바잘라르)’이라고 불렀다. 이들은 각기 다른 형태의 모습이지만 모두 크고 길쭉한 모양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버섯모양의 바위는 상부에 딱딱한 모자와 같은 형태의 돌을 가지고 있다. 이 돌은 비와 바람으로부터 하부의 부드러운 돌이 침식당하는 것을 보호해준다.

카파도키아에는 수많은 기암괴석만큼이나 기암 속 동굴 교회들이 많다. 이들 동굴 교회들은 누가 어떤 이유에서 만들었을까. 응회암을 파서 동굴 교회를 만든 이들은 초기 그리스도교 수도사들이다.

카파도키아는 고대 히타이트 시대부터 동서 교역의 요충지로써 카파도키아의 교역상품과 자원은 좋은 전리품으로 간주됐다. 이로 인해 카파도키아는 주변으로부터 잦은 침공을 받아 수시로 점령당하거나 약탈을 당했다.

그리스도교 수도사 외부 적 피해 동굴 교회 은신

4세기 전후부터 그리스도교 수도사들은 외부의 적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신앙을 계속 지켜내기 위해 응회암의 기암을 파서 동굴을 만들었다. 이들은 동굴 내부의 천장과 벽에 멋진 프레스코를 남겨 그들의 신앙을 돈독히 했다.

▲ 괴레메 야외 박물관에는 외부의 적을 피해 은둔한 수도사들이 만든 동굴교회들이 있다.  ⓒTurkish Heritage Travel
카파도키아 여행의 기점으로 불리는 괴레메에 위치한 괴레메 야외 박물관에는 30개가 넘는 동굴 교회가 있다.

응회암 계곡을 파서 만들어진 동굴 교회는 평지의 교회와 똑같은 모양인 것도 있고 천장이 둥근 돔을 가진 것, 기둥(칼럼)을 가진 것 등 다양한 형태를 자랑한다. 10~12세기에 대부분 만들어진 동굴 내부의 벽화들은 뛰어난 색채와 보존상태로 당시의 예술과 기술 수준을 짐작케 한다.

벽화 속 주인공이 샌들을 신고 있어 샌들 교회라고 불리는 차르크르 교회, 성 조지가 뱀을 물리친 벽화가 있는 뱀의 교회, 그리스도의 생애를 묘사한 사과 교회. 그리스도상과 베들레헴 여행, 최후의 만찬 등의 벽화가 선명한 색상으로 남아있는 어둠의 교회 등은 대표적인 동굴 교회이다. 유네스코는 1984년 괴레메 야외 박물관을 세계유산으로 지정했다.

젤베 야외 박물관, 1950년대까지 거주민 생활

괴레메 야외 박물관에서 10여 km 떨어진 곳에는 젤베 야외 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젤베 야외 박물관은 1950년대까지는 거주민들이 실제로 살았던 곳이다.

1924년까지 젤베에는 기독교인들과 이슬람인들이 함께 살았다. 그리스와 터키 사이의 역학관계가 변하면서 기독교인들은 계곡을 떠나야만 했다. 이후 이슬람인들 역시 1950년대 침식으로 인한 거주의 위험으로 젤베 계곡을 떠났다. 이들은 신 제벨 마을이라는 새로운 정착지를 개척했으며 구 제벨 마을은 유령도시가 됐다.
 
젤베에서 4km 떨어진 곳에는 분홍색 바위로 이루어진 로즈바레 협곡이 있다. 장미와 같은 붉은 빛을 뿜어내는 로즈바레의 석양은 카파도키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하다.

‘뾰족한 바위’라는 뜻의 우치히사르는 마을 전체가 하늘로 우뚝 솟은 요새 형상이다. 우치히사르는 높이 60m를 넘는 거대한 동굴을 파고 만들어진 천연요새이다. 요새 내부의 수많은 방들은 계단과 터널 등으로 서로 연결돼 있으며 각 방의 입구에는 출입을 통제하기 위한 둥그런 모양의 큰 돌문이 있다.

우치히사르 요새, 비둘기의 집으로 활용

▲ 우치히사르의 방들은 비둘기의 집으로 이용되며 농부들에게 중요한 비료를 제공한다  ⓒTurkish Heritage Travel
우치히사르의 방들은 대부분 현재 비둘기의 집으로 사용된다.

예로부터 농부들은 비둘기의 집을 비둘기의 배설물을 수집하는 장소로 활용했는데 비둘기 배설물은 과수원과 포도밭의 비료로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우치히사르와 괴르메를 연결하는 비둘기 계곡에는 수많은 비둘기 집들이 존재한다. 거주민들은 둥지 입구를 흰 색으로 칠했는데 비둘기들이 흰색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우치히사르 성채의 내부에서 바라보는 괴레메 파노라마는 로즈바레와 더불어 절경으로 꼽힌다. 

데린쿠유와 카이마르크의 지하도시는 종교 탄압을 피해 온 초기 기독교인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카파도키아에는 36개의 지하도시가 있으며 데린큐유는 가장 깊은 지하도시이여 카이마르크는 가장 큰 지하도시이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1세기 초 박해를 피해 로마를 빠져 나와 카파도키아의 황야로 도망쳐왔다. 이곳에 도착한 기독교인들은 괴레메에서 40km 떨어진 데린쿠유에 정착했는데 이들은 이곳의 부드러운 화산 응회암이 파내기 쉽다는 점에 착안해 지하도시를 만들었다.

지하도시에는 교실, 교회, 침실, 주방, 식당, 식료품 창고, 천장 등이 있어 이들이 대규모의 공동생활을 했음을 짐작케 한다.

지하 85m 데린쿠유 지하도시, 침실, 주방, 식료창고, 교회 등 존재

▲ 데린쿠유 지하도시에는 외부의 적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둥그런 움직이는 문이 있다  ⓒTurkish Heritage Travel
데린쿠유 지하도시는 약 85m 깊이의 지하 7~8층으로 이루어졌다.

지하도시는 1만5천개 이상의 통풍관을 통해 신선한 공기를 지하 밑바닥까지 공급했다. 공기순환을 위한 굴뚝, 우물, 물 저장소 등 생활에 필요한 기본 시설을 갖추었으며 지상으로 올라갈 환경이 조성될 때까지 죽은 자를 위한 일종의 무덤도 존재했다.

데린쿠유 지하도시에 피신해 온 기독교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외부적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이다.

이들은 움직이는 돌로 된 문을 1차 방어선으로 활용했다. 거대한 돌 바퀴로 만들어진 이 문들은 재빨리 외부의 침격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고안됐으며 한 쪽 방향으로만 작동했다.

이성규 객원기자 | henry95@daum.net

저작권자 2011.01.17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