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 인터뷰/CEO

아이러브스쿨 창업주, 자산가에서 신용불량자 되기까지

아이러브스쿨 창업주, 자산가에서 신용불량자 되기까지

  • 입력 : 2010.12.05 17:04 / 수정 : 2010.12.05 17:10
'아이러브스쿨'을 만들었던 김영삼씨/여성조선
소셜네트워킹 사이트(SNS) 원조인 ‘아이러브스쿨’을 만들었던 김영삼씨가 수백억대 자산가에서 신용불량자가 된 사연을 털어놨다. 아이러브스쿨 성공으로 500억원 인수 제안을 받았던 그는 이후 내리막길을 걸어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신용불량, 이혼이라는 아픔도 내 희망을 꺾진 못한다”고 했다.

김씨는 여성조선 12월호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러브스쿨을 만들어 성공 가도를 달리다가 사람에 속아 좌절을 맛봤던 과정을 가감 없이 밝혔다.

지난 1999년 카이스트 박사과정 당시 김씨는 150만원으로 아이러브스쿨을 만들었다. 두 명의 친구와 함께 50만원씩 출자한 것이었다. 135만원은 서버구축에 들였고, 15만원은 창업자축 파티비용으로 썼다. 사무실을 마련하지 못해 서버를 선배 회사 사무실 구석 한 켠에 놓고 시작했다.

초창기 아이러브스쿨은 그래픽디자이너조차 없어 여백이 가득해 ‘동양화’라는 놀림을 받았다. 그러던 중 A사에서 지분의 40%를 주면 10억을 투자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2000년 계약을 체결했다. 이 투자금으로 서버를 확장하고 20여 명의 직원도 고용했다.

아이러브스쿨의 성장은 놀라웠다. 그해 1월에 1만 명, 3월에 10만 명, 5월에 25만명의 회원이 가입했다. 6월에는 4배인 100만명이 가입했다. 서버가 늘어나는 회원을 감당하지 못했다. 7월에는 250만명의 신규회원이 가입했다. 그때 야후에서 500억원에 회사를 매각하라는 제안을 했다.

초기 자본금 150만원으로 시작한 사업이 50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회사가치는 불과 11개월 만에 무려 3만3000배로 폭등했다. 오랜 고민 끝에 지분 40%를 갖고 있던 A사와 회사를 매각하기로 합의했지만, A사가 돌연 매각을 거부했다. 대신 김씨에게 30억원을 지급하고 경영권을 보장할 테니 회사 지분 일부를 넘기라고 했다. 그 때까지 경영에 욕심이 남아있던 그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30억원을 받고는 신나게 썼습니다. 세금으로 3억을 지불하고 그동안 궂은일을 도와준 친구에게 5억원을 줬고, 부모님께 고급 자동차를 사드리기도 했죠. 비록 가지고 있던 지분 일부를 넘기긴 했지만, 아직 상당한 지분이 남아 있으니 걱정하지 않았죠.”

불행은 한순간에 찾아왔다. A사는 아이러브스쿨의 지분을 더 사들이면서 대주주가 됐고, 그의 경영권을 침범했다. 2001년 회사를 떠나기로 마음먹은 그는 자신이 갖고 있던 지분을 A사 대표인 B씨에게 매각하기로 했다. 그러나 매각 대금 75억원을 나중에 주겠다던 B씨는 아이러브스쿨의 지분을 다른 회사로 넘겨버리고 해외로 도피했다. 김씨는 주식매매에 대한 양도소득세 명목으로 9억원의 세금만 떠안게 됐다.

김씨는 모든 인간관계를 끊었다. 온종일 집에서 육아, 청소, 설거지 같은 일을 하며 지냈다. 국세청에 내지 못한 세금 9억원은 가산세까지 붙어 18억원이 됐다. 그 사이에 아내와의 갈등 골이 깊어져 결국 남남이 됐다. 그는 “그 때는 밤이 되면 ‘계속 공부했다면 교수가 됐을까’, ‘그때 야후에 팔았다면 어땠을까’, ‘B 사장에게 왜 바보처럼 지분을 넘겨주었을까’, ‘그때 왜 부모님은 조언을 해주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5년 아파트 커뮤니티 사이트 ‘아이티아’를 만들며 재기를 다짐했다. 의욕적으로 시작한 이 사업은 불과 1년도 채우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평생 동반자를 만나게 됐다. 김씨는 “지금 집사람이 서서히 눈이 머는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이라는 희귀병에 걸렸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삶을 마감하려 할 때 용기를 북돋아주던 지금 아내의 손을 놓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중국에서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깡’으로 산다는 그는 지금 모습이 초라하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힘주어 말했다.

“사람들이 ‘재기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질문을 자주 하는데 아이러브스물처럼 되는 것이 재기를 의미한다면 그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재기가 ‘인격적 성숙’이나 ‘용서’를 뜻하는 거라면 재기에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