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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CEO

[아침논단] 살아남는 집단, 사라지는 집단

[아침논단] 살아남는 집단, 사라지는 집단

  •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 입력 : 2010.12.01 22:14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서로 협력한 집단이 승리해왔다는 것은 실험, 역사, 진화가 증명
나라가 공격당한 지금 우리 사회의 협력과 무임승차의 폐해를 생각한다

지난달 23일 대한민국이 공격당한 충격은 국민 마음속에서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순국 장병과 민간인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를 드린다. 이 어려운 시기야말로 범사회적 협력이 필요할 것이다. 요즘처럼 협력에 관한 여러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때도 없다.

정치학자 액설로드(Axelrod)와 해먼드(Hammond)는 사람들에게 아무 의미 없는 여러 색깔의 옷을 입도록 하고 서로 협력하도록 해보았다. 그 결과 같은 색깔 옷의 사람들끼리만 협력하는 전략이 언제나 가장 많이 선택된다는 것이 관찰되었다. 즉 집단적 성향이 자연스럽게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집단적 성향은 지금과 같이 우리가 다른 세력으로부터 공격을 당하면 자연스럽게 그 집단 구성원들을 하나로 뭉치게 해 어려움을 헤쳐나가도록 한다. 집단적 성향이 가장 좋은 본능적 전략이라 여겨져 그렇게 행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진화론 중에도 집단 선택론이 있다. 일반적으로 집단끼리의 경쟁에서는 협력적인 사람들이 더 유리하다. 서로 협력하는 사람의 구성 비율이 높은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과의 전투에서 유리하며, 또한 혹독한 환경에 대항하여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집단끼리의 경쟁에서 이기적인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집단이 도태되고 이타주의적인 구성원들이 많은 집단이 살아남는 경향 때문에 오랜 진화의 결과로서 이타성이 인간의 한 본능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타성도 인간의 본능이라는 사실은 여러 행동경제학 실험에서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결국 인간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자기 자신만을 위한 욕심으로 행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은 이타성을 기반으로 집단을 형성함으로써 스스로의 생존과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기업이나 국가와 같은 집단은 인간의 이타성을 바탕으로 조직돼야 하고, 실제 그렇다는 얘기다.

그런데 사람들의 협력에 가장 위협적인 것이 바로 무임승차다. 집단이 커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기적인 사람들이 나타난다. 이들이 집단 전체의 성과를 노력도 없이 가로채기 시작한다. 큰 집단에서는 개인의 기여가 미치는 영향이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노력 위에 무임승차하는 식으로 성과를 가져가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무임승차를 흉내 내는 사람들까지 등장한다. 편법을 동원해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게 대표적이다. 이렇게 되면 불행하게도 집단을 떠나는 사람들이 생기고 결국 무임 승차자에 대한 이타적인 사람들의 불만이 행동으로 나타나면서 집단은 붕괴하기 시작한다.

집단 내의 협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행동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무임승차자에 대한 응징자'가 필요해진다. 기업이나 국가나 리더들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집단 내에서 무임승차자들을 응징함으로써 집단의 협력을 유지해 나간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너무 흔히 일어나는 재력(財力)과 권력에 의한 편법적 무임승차를 사람들이 그렇게 싫어하는 이유도 무임승차가 우리 사회를 붕괴시키는 결정적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본능적으로 느끼기 때문이고, 이 집단을 그냥 떠나기에는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이다.

오늘날은 누구나 서로 연결되어 있는 작은 세상의 시대다. 인터넷에 의해, 휴대전화에 의해 세상은 점점 더 연결되어 간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지구촌 여러 곳에 사는 사람들이 곁에 있는 것처럼 가까워져 간다. 협력은 이제 대한민국 내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 사회의 문제가 된 세상이다.

우리는 국가 간 협력의 시대에도 잘 적응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국가 간 협력의 시대에 우리의 가장 큰 숙제는 중국일 것이다. 1992년까지 거의 두 세대에 걸쳐 국교가 단절되었다. 지금 한국과 중국을 이끄는 세대들은 서로 수십 년간 단절된 채 자라온 세대들이다. 때문에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데 근본적이고 실질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회적 연결의 고리를 계속해서 이어나가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서로 너무나 가깝고 중요한 나라이지 않은가. 협력은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나 자신, 우리 국가가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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