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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주석-원총리 정치개혁 갈등? `알고보니 초록동색` [조인스]

후주석-원총리 정치개혁 갈등? `알고보니 초록동색` [조인스]

2010.09.12 16:49 입력 / 2010.09.12 17:28 수정

다음달 시작되는 중국 공산당 17기 5중전회를 앞두고 정치개혁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6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선전 특구지정 30주년 기념식에서 ‘정치체제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한 뒤‘어떤 성격의 정치개혁인가’를 놓고 중국ㆍ홍콩 언론에서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중화권 최고 권위지 아주주간은 최신호에서 ‘정치개혁과 관련 후 주석은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 의견 갈등이 없다”며 “후 주석과 원 총리는 후야오방 전 총서기의 이상주의 정신을 공유하고 있다(胡錦濤與溫家寶在政改問題上沒有根本分歧,再加上他們共同擁有的胡耀邦理想主義精神)”고 평가했다. 아주주간은 정치개혁을 다룬 커버스토리‘정치개혁 논쟁, 광명일보 vs 남방일보’에서 ‘후 주석의 연설에서 (정치개혁에 관해) 어조는 평온했지만 원 총리를 지지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胡錦濤這次講話,語調雖然平和,但仍被視對溫家寶的支持)’고 보도했다.

후야오방 전 총서기는 중국 정치개혁을 상징하는 인물로 1987년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시위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책임을 지고 실각했다.

이번 후 주석의 선전특구 지정 30주년 기념 연설은 30년 경제특구 실험의 성공 이후 정치 실험의 시발점이 될 것인지 여부를 놓고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특히 지난달 말 원 총리가 먼저 선전에 들러‘경제체제 개혁 뿐 아니라 정치체제 개혁도 추진돼야 한다. 정치체제 개혁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경제개혁 성과를 상실할 수 있으며 현대화 건설목표도 실현되기 어렵다’고 작심 발언을 했기 때문에 중국 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중국 공산당 기관지로 당내 좌파노선을 대표하는 광명일보와 중국 공산당 광둥(廣東)성 당 위원회의 기관지인 남방일보가 첨예하게 논쟁을 벌였다. 광둥성 왕양(汪洋) 당서기는 후 주석과 같은 안후이(安徽)성 출신에 공청단을 거쳐 후 주석의 복심으로 꼽히는 인사다.

광명일보는 4일‘확실한 것은 두 종류의 민주주의가 있다는 것이다. 어떤 것이 진짜 민주주의이고 어떤 것이 가짜 민주주의인가.진정한 자본주의적인 민주주의가 필요하고 허구적인 사회주의적 민주주의가 불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인가’라며 원 총리를 몰아세웠다.

이에 남방일보는 6일 정치개혁의 필요성과 함께‘선전 특구는 정치체제개혁을 선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방일보는 ‘정치체제를 개혁하고 민주정치를 건설하기 위해선 반드시 사상을 해방하고‘사회주의냐 자본주의냐(性社性資)’논쟁에서 벗어나야 하며, 인류 정치발전과 민주건설의 성과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 주석은 정치개혁에 대한 당내 좌파의 반대 기류를 감지했기 때문에 이날 연설에서 정치개혁을 총론적으로 다뤘다고 아주주간은 지적했다. 하지만‘법에 따라 민주선거와 민주적 정책결정 민주관리 민주감독을 실행하고 인민의 알 권리와 참정권,표현권,감독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말을 빠트리지 않았다고 이 잡지는 강조했다.

아주주간은 후 주석의 연설문이 두 가지 버전이 있었다며 사전 배포된 원고에는‘당내 민주건설을 적극 추진하고 당내 민주주의를 확대함으로써 인민민주주의를 추동한다’는 내용이 있었으나 실제 연설에서는 이 부분이 빠졌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 정치개혁의 민감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후 주석이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아주주간은 “(차기 지도부가 등장하기까지)앞으로 2년간 정치개혁을 둘러싼 개혁파와 좌파의 힘겨루기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라며 “후 주석과 원 총리는 후야오방 전 총서기에 대해 같은 감정을 갖고 있어 정치개혁의 험로에서 힘을 합쳐 헤쳐나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콩 총영사관 전가림 선임연구원(중국 정치학 박사)은 “불과 2주전 원 총리가 사면초가에 몰렸다며 권력 갈등 가능성을 시사했던 아주주간도 후 주석의 연설 이후 점진적인 정치개혁의 가능성에 무게 중심을 두기 시작했다”라며 “앞으로 중국 정치에서 정치개혁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콩=정용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