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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민의 중국은 지금] 중국 인터넷 비즈니스와 숫자마케팅의 매력

[최용민의 중국은 지금] 중국 인터넷 비즈니스와 숫자마케팅의 매력
기사입력 2010.09.03 10:13:37 | 최종수정 2010.09.03 16:10:22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북경 올림픽이 2008년 8월 8일 8시에 개막되면서 중국인의 숫자에 대한 애착이 어느 정도인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8(bā)은 돈을 벌다(发财, fācái)는 단어의 첫 글자와 발음이 비슷하다는 의미에서 번영을 안겨주는 숫자로 통한다. 중국에서 좋은 핸드폰 번호와 자동차 번호를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은 모든 사람의 관심거리다. 수년전에 북경에서 휴대폰 번호 중 행운을 안겨 준다는 3이 10개나 들어간 번호가 2억4천만 원에 낙찰되었다는 뉴스가 메인기사로 부상했었다. 심지어 중국에서는 차량번호가 좋으면 그 차가 좋고 실세여서 누구도 건드리지 않는다는 말까지 있다. 국제비즈니스에서 이전보다 낮은 가격인데도 중국의 수출상이 가격에 좋은 의미의 숫자가 들어갔다는 이유로 팔기로 동의했다는 내용도 회자된다. 이번에 손해가 크지만 돈을 벌게 해주는 숫자가 많이 들어가 이후에 그 혜택이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중국에서 숫자는 상징성만 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의 신흥 부자인 인터넷 비즈니스맨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좋은 인터넷 주소로 갑자기 부자랭킹 상위에 올라서고 젊은이들의 우상이 되고 있다. 2004년에 중국의 인터넷 포털사이트가 미국의 나스닥에 상장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구인구직을 알선하는 이 사이트의 주소는 www.51job.com이다. 너무나 평범하여 여기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지만 중국인 입장에서는 너무나 기발한 의미를 담고 있다. 51이라는 숫자가 ‘나는 원한다’는 중국어 발음과 너무나 흡사하다. 전체를 합치면 나는 직업을 원한다는 말이다. 특별한 기술이나 홍보 없이도 한번 보거나 들으면 절대로 잊어 버릴 수 없고 접속하면 모두가 직업을 얻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사이트 설립자는 일약 중국의 영웅이 되고 세계의 주목을 받음과 동시에 중국내 최고 부자 대열에 합류하였다.

숫자는 사용하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을 때도 있다. 1996년에 30대인 한 젊은이가 창고 같은 좁은 사무실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당시로서는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던 인터넷 포털사업이었다. 가장 중요한 사이트 주소를 두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내린 결론은 정부로부터 인터넷 서비스를 승인받을 때 받은 서류번호 163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정해진 것이 www.163.com이라는 도메인이다. 당시 바로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알파벳 일색이던 주소와는 완전히 달라 인터넷 이용자들의 높은 호응을 이끌어 내어 지금은 중국을 대표하는 포털이 되었다. 설립자인 딩레이(丁磊)는 부를 거머 쥐면서 중국의 빌게이츠라는 명성까지 얻었다.

중국의 숫자로 된 도메인명

이런 숫자 마케팅의 가장 큰 강점은 기억하기 쉽다는 점이다. 마케팅은 소비자의 기억 속에 얼마나 쉽게 자리 잡느냐에 달려 있다. 온라인 비즈니스는 더욱 그러하다. 글자로 된 브랜드나 도메인은 반복적인 이용 이후에 소비자의 뇌리에 파고드는 것이 일반적인데 숫자는 한 두 번만으로도 절대로 잊혀지지 않는 마력을 발휘한다. 다른 사람에게 소개할 때 숫자는 발음이 쉽고 명칭상 중복될 확률이 낮다는 점도 큰 이점이다. 회사이름 앞에 지역 명을 넣는 중국의 관행상 숫자를 사용하면 지역색을 털어 내어 마케팅 영역을 넓히는데도 도움을 준다. 인터넷 비즈니스에 앞선 우리가 숫자 마케팅에서는 중국에게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최용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choi@kita.net)]

■He is…

`중국은 지금`과 `중국비즈니스 체크포인트` 저자, 한국무역협회 북경지부 근무, 중국대외경제역무역대학 연수,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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