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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진의 서핑차이나] 한국・북한・중국이 함께하는 ‘그랜드 만주 디자인’ 필요하다

[신경진의 서핑차이나] 한국・북한・중국이 함께하는 ‘그랜드 만주 디자인’ 필요하다 [JOINS_디지털뉴스센터]

입력시각 : 2010-09-06 오전 10:11:35

#1. "구제달로, 회복중화(驅除韃虜 恢復中華)"
1905년 손문이 결성한 중국혁명동맹회의 구호다. '타타르 오랑캐를 몰아내고 중화를 회복하자'는 뜻으로, 청나라를 무너뜨리고 중화민국을 세우는 기본 동력이 됐다.



#2. "일본 오랑캐를 몰아내고, 힘써 중국을 회복하는 애국주의가 천지에 빛났다. 중국과 북한의 동지들이 어깨를 걸고 전투를 벌이니, 국제주의가 해와 달과 같이 드높았다. 목숨을 걸고 적을 죽이니 희생도 두렵지 않았다. 혁명 영웅주의 기상이 산하에 장엄하도다! 항일 연합 영웅들이여 영원하라, 항일 연합 정신이여 영원하라!(驅除倭虜, 力挽神州, 愛國主義光耀天地; 中朝同志, 幷肩作戰, 國際主義情高日月; 殊死殺敵, 不畏犧牲, 革命英雄主義氣壯河山! 抗聯英烈千古, 抗聯精神永存!)"

지난달 29일 새벽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에 도착한 김정일 일행이 묵었던 태양도에 위치한 ‘동북항일연군기념원(東北抗日聯軍紀念園)’에 조성된 폭 20여미터 높이 3미터 정도의 대형 부조물 앞부분에 새겨진 문구의 한 부분이다.

목요일이었던 26일 김정일 방중 소식에 급작스레 현장으로 투입된 뒤, 선양→창춘→지린→창춘→옌지→선양을 거쳐 30일 낮 하얼빈에 도착했다. 전날 0시부터 30일 오전 8시까지 32시간 하얼빈에 머문 김정일 일행의 행방을 뒤쫓으며 태양도에서 김정일이 다녀갔다는 항일 기념 공원에 들어섰다. 2005년 새롭게 조성됐다는 기념 부조물에서 ‘중조동지, 병견작전(中朝同志, 幷肩作戰)’이란 문구에 시선이 멈췄다. 김정일 일행을 뒤쫓아 만주벌판을 헤매면서 곳곳에서 조선족 교포, 한국 교민, 북한 주민들이 동북 3성에서 중국 현지인들과 치열하게 경쟁, 협력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목격했다. 특히 김정일이 이번 방중 과정에서 순례한 혁명 성지에서 피를 뿌린 선열들은 중국인과 북한인들만이 아니었다. 항일 투쟁 당시에는 한민족인 조선족 교포, 북한 주민, 한국 국민의 구분이 전혀 없었다. 한민족이 중국인들과 함께 어깨를 걸고 함께 싸워 끝내 광복을 맞이했던 것이다. 이 선열들의 피의 대가를 중국과 북한이 ‘독점’하려는 것이 이번 김정일 방중의 노림수다. 그렇다면 중국에 그 많은 투자를 하고, 경제 협력을 하고있는 한국은 동북3성에서 선조들이 뿌린 피에 대한 ‘지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반성이 앞섰다.

중국은 현재 동북지구의 중후장대한 노후 공업지대를 새로운 친환경 공업지대로 탈바꿈 시키고자 적극 노력하고 있다. 한중관계를 뿌리부터 뒤흔들었던 동북공정도 동북지역 리노베이션 계획으로 추진됐던 것이다. 즉, 한족, 조선족, 만주족, 몽고족이 뒤섞여 있고, 러시아, 몽고, 북한, 일본과 인접한 중국 동북3성 지역 즉 만주의 안정이 중국의 변경 관리와 차기 경제 성장엔진 개발과도 깊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만주는 농업과 공업, 자원의 보고다. 만주벌판의 경제적 재도약을 노리는 중국 중앙정부의 정책 과제에 한국이 적극 협조해야 한다. 만주에서 살고있는 한국교민, 조선족교포, 북한주민들이 한데 어울려 잘살아야 한다. “조선족이 중국 56개 민족가운데 돈버는데는 1등이예요” 옌지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택시를 몰던 한족 기사의 말이다. 만주에 대한 관심과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한국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할 때마다 동북 3성을 꼭 방문하면 어떨까? 만주에서 한국과 중국, 북한이 협력하며 화목하게 지낼 수 있는 , 삼자에게 모두 유익한 그랜드 디자인에 합의한다면 통일을 비롯한 남북문제는 보다 쉽게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하얼빈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안에서 만주벌판을 내려다 보며 든 생각이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