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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게임산업,이대로는 안된다] ③기획력없는 한국 게임

[대한민국 게임산업,이대로는 안된다] ③기획력없는 한국 게임  

2010년 09월 09일 (목) 13:11:16  


(3) 기획력 없는 한국 게임

세계 경제를 놓고 '뜨는 중국, 지는 한국'이라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게임업계도 마찬가지다.

몇 해 전만해도 중국은 한국게임 수입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실제 한국게임이 중국에 서비스되기만 하면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한때 80%에 달하는 점유율을 자랑하며 '한류 열풍'을 이끌었던 한국게임은 이제 중국에서 맥을 못추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에 위기감이 가득하다. 고만고만한 수준에 개성없는 게임이 양산되며 소위 '대작'으로 불리던 게임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가장 큰 이유는 기획력의 부재다.

탁월한 손기술과 섬세함으로 세계시장에서도 인정받는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이 성공하지 못하고, 미국이나 일본의 하청업체 취급을 받다가 중국의 값싼 노동력에 차즘 빼앗기는 상황을 보면 기획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다.

온라인게임 시장의 포문을 열었던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를 시작해 3차원 그래픽 시장을 끈 웹젠의 '뮤', 그리고 1인칭슈팅(FPS)의 대중화를 이끈 '스페셜포스' '서든어택' 등 과거 국내 온라인게임 업체들은 다양한 시도를 이뤄내며 성공모델을 만들어왔다.

그러나 온라인게임 10년의 역사 동안 그래픽이나 제작 기술력은 축적됐지만, 기획력은 옛날 수준 그대로다.

게임 전문가들은 기획력과 창의력이 뒷받침된 게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에는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제대로 된 문화적 토양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SF게임을 만든다면서 필립 K딕의 소설 한 권 안 읽어보고, 판타지 게임을 찍어내며 어쉴러 르귄이나 로버트 하워드의 이름을 모른다는 자체가 이상하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몇 편 흉내내는 것이 사실상 한국 게임의 문화적 토양이다.

게임교육 기관도 그래픽이나 프로그래밍 등 기술자들을 양산하는 교육만 실시하지 게임을 기획해내는 철학이나 세계관을 가르키는 사람이 없다. 국내 게임업계에도 이름이 알려진 게임시나리오 작가나 기획자가 전무하다.

게임은 기술사업이 아니다. 철저하게 엔터테인먼트사업으로 사용자들을 이끌만한 매력적인 세계관이 존재해야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저변을 확대할 수 있다.

최고의 게임개발사로 꼽히는 블리자드에는 크리스 멧젠 부사장이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디아블로'의 이야기를 이끌며 게임유저들을 열광하게 만든다. 그의 말 한마디에 게임 주인공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등 게임유저들에게는 유명 문학작가 이상의 대접을 받는다.

뛰어난 스토리 라인으로 유명한 일본을 쳐다보지 않아도 된다. 얼마전 중국 최대게임쇼 '차이나조이 2010'를 다녀온 게임업체 사람들은 하나같이 '중국게임'의 게임 제작기술이 매우 높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대표적으로 완미시공의 경우 과거에는 한국게임의 기술력에 못미쳤지만 최근 '소오강호 온라인'의 경우 한층 높아진 개발력을 보여준다. 한국 FPS인 '크로스파이어'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배경에는 현지 배급사인 탄센트의 '현지화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중국은 기술력뿐만 아니라 '성공하는 법'까지 터득했다.

게다가 중국은 무협과 역사 등 문화적 토양과 소재가 우리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다. '기술도 고만하고 스토리도 없는 게임'이 한국게임의 현실이 되버릴 지도 모른다. 전형철 기자 qwe@clubcit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