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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네트워크/창조기업

구글 새 서비스 ‘쓴잔’에도 “우린 실패 반겨”

구글 새 서비스 ‘쓴잔’에도 “우린 실패 반겨”
소비자 ‘너무 복잡’ 외면에
1년여 공들인 WAVE 접어
구글쪽 잇단 서비스 실패에
‘도전정신이 성공비결’ 분석
한겨레 구본권 기자기자블로그
» 구글이 실패한 서비스들. 왼쪽부터 웨이브·자이쿠·구글비디오·프린트광고·구글노트북·닷지볼·서치위키.
‘검색 지존’ 구글의 굴욕인가, 아니면 거대기업의 활발한 실험문화인가?

세계 검색시장을 지배하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로 모바일 인터넷으로 영토를 넓혀가고 있는 구글이 차세대 서비스로 준비해온 ‘구글 웨이브’의 실패를 선언했다. 구글은 지난 4일 공식블로그를 통해 “웨이브(wave.google.com)는 기대만큼 사용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며 “개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구글 웨이브는 여러 사용자들이 웹 환경에서 실시간 커뮤니케이션과 공동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로, 지난해 8월 구글이 야심작으로 선보였다. 특히 이메일과 메신저, 문서공유, 멀티미디어 기능을 한 데 통합하면서,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와 업무도구까지 결합한 강력한 플랫폼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서비스 1년 만에 ‘실패’를 인정한 것이다. 지나치게 복잡한 기능과 어려운 사용법, 엔지니어 중심주의가 웨이브의 실패 요인들로 거론되고 있다. 구글 스스로 “사용장벽이 높았으며 이런 급진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사용자들이 얼마나 수용할지 확신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검색업체로 출발해 광고, 지도, 이메일, 동영상 공유사이트, 음성인식, 도서검색, 스마트티브이(TV), 스마트폰 운영체제와 온라인 장터 등 전방위로 사업을 확대해가는 구글이지만 성공 못지 않게 실패의 목록도 다채롭다. 이용자와 광고주의 필요에 최적화된 온라인 광고모델로 큰 성공을 거둔 구글이지만, 이를 신문과 라디오 광고분야에 확대시키고자 했던 구글 프린트광고와 오디오광고는 각각 3년 만에 실패하고 철수했다. 상품광고 책자인 카탈로그 정보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도 실패했다. 네이버의 지식인과 유사한 문답서비스 ‘구글 앤서즈’는 2002년 나왔지만 4년 뒤 슬며시 사라졌다.

구글은 특히 최근 각광받고 있는 사회관계망 서비스 분야에서 고전하고 있다. 구글이 2005년 인수한 ‘닷지볼’은 포스퀘어처럼 휴대전화를 이용해 주변 사람들과 손쉽게 연결될 수 있도록 고안된 서비스인데, 역시 지난 2009년 철수했다. 구글판 트위터라고 할 수 있는 단문블로그 ‘자이쿠’는 2007년 서비스를 시작했다가 채 2년도 못돼 접었다. 페이스북보다 먼저 선보인 구글의 인맥사이트 ‘오르컷’도 브라질과 인도 등 일부 지역에서만 인기를 끌 뿐 나머지 대부분의 지역에서 페이스북에 밀려나 앞날이 어둡다. 또다른 사회관계망 서비스인 ‘구글 버즈’ 역시 개인정보 침해 논란으로 이용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구글드>의 저자 켄 올레타는 “구글의 엔지니어 위주 문화는 측정할 수 있는 게 아니면 중요하지 않게 생각한다”며, 구글이 사회관계망 서비스에서 겪는 고충의 이유를 설명한다.

구글의 잇단 서비스 실패는 거꾸로 구글의 힘을 보여준다는 주장도 있다. 에릭 슈밋 구글 최고경영자는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트러키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구글은 웨이브의 실패를 환영한다. 구글은 성공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 힘든 일을 시도해 뭔가를 배우고 새로운 것에 이를 적용하는 것을 절대적으로 반기는 회사”라고 말했다.

실제로 구글은 완성되지 않은 제품들을 ‘베타서비스’ 형태로 이용자들이 써볼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호응을 얻지 못할 경우 철수도 빠르다. 구글 실험실(googlelabs.com)에는 ‘베타’ 딱지를 단 개발단계의 서비스들이 숱하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