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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

[시론] 애플 역전극 의미 알면 희망 모르면 절망

[시론] 애플 역전극 의미 알면 희망 모르면 절망 
최종 편집시간 : 2010/06/01 16:56 chosun_eco
정태명 성균관대 교수 | 2010/05/31 23:14:32

▲ 정태명 성균관대 교수
미국 애플사(社)의 역전극이 세계 수많은 기업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 시가 총액에서 35배나 되는 골리앗 마이크로소프트(MS)를 다윗 애플이 추월했기 때문이다. 이 역전극이 시사하는 것은 매우 크다.

애플사의 성공 배경에는 스티브 잡스라고 하는 걸출한 경영자와 아이폰을 개발한 우수한 엔지니어들이 있다. 15조원의 스톡옵션을 포기한 잡스는 소유(所有)를 내세우는 사장으로서가 아니라, 함께 디자인하고 개발에 참여하는 리더로서 애플사를 경영한다. 창업자의 한 사람이었지만 사업에 실패하고 회사를 떠났던 잡스를 다시 영입했던 애플의 용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 번의 실패로 경영자가 죄인이 되어버리는 우리의 현실과 대조된다. 또한 애플사에는 뛰어난 단말기와 사용자 환경을 설계하고, 우수한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를 융합시킨 엔지니어들이 있다. 이러한 인재를 육성하고 이들이 일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든 애플이 시장의 호응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 수도 있다.

애플은 미래를 보는 눈을 갖고 끊임없는 혁신을 이뤄왔다. 매킨토시·아이맥·아이팟·아이폰으로 끊임없이 진화한 상품들은 모두가 변화하는 환경을 직시하고 일구어낸 결과물들이다. 애플이 또다시 내놓은 아이패드는 28일 만에 10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1976년에 개인용 컴퓨터 시장을 예견하고 애플을 창립했고, 지금은 모바일 인터넷이 대세일 것이라는 판단으로 아이폰을 내놓은 것은 '계획된' 변화다. 몸이 무거워 생태계의 변화와 소비자들을 등한시한 MS는 결국 일등 자리를 내주었다. 현실에 안주하는 우리 기업들에도 교훈이 돼야 한다.

애플은 이 역전 드라마를 오래 준비해왔다. 아이폰은 애플이 적어도 10여년 이상을 들여 만든 작품이다. 애플은 2001년 뮤직플레이어 아이팟을 출시한 후 모바일 기기(器機) 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왔다. 아이폰은 2007년 출시된 후 3년이 지난 지금 꽃을 피우고 있다.

애플은 앱스토어로 소비자가 참여하는 직거래 시장을 개설할 만큼 소비자를 중시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아이튠즈를 앞세운 모바일 서비스로 음악 시장에서 아이팟을 성공시킨 애플은 아예 시장을 소비자에게 넘겨주었다. 이동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에 종속된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는 앱스토어 혁명으로 애플은 이제 소비자 중심 기업이라는 브랜드를 갖게 됐다.

그러나 애플도 영원한 일등은 아니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위한 첨단 소프트웨어의 개발, 음성 인식 등 새로운 입력 방식으로의 진화, 모바일 시장에서 폭풍이 될 B2B 시장의 선점(先占), 안전한 서비스를 위한 보안 환경의 구축, 세계화된 시장에서의 소비자 세력의 결집 등 미래 시장의 판도를 바꿀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그래서 구글도 열린 환경의 안드로이드를 출시해 연합 전선을 구축했고, 세계의 모든 기업들이 새로이 펼쳐지는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애플도 일등 자리를 새로운 기업에 넘겨주는 날이 올 것이다. 언젠가는 그 일등 자리에 우리나라 기업도 올라야 한다. 스티브 잡스는 "현재가 어떻게 미래와 연결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현재가 미래와 어떻게든 연결되리라는 믿음이 자신감과 확신을 준다. 그리고 이로 인해 인생이 변화될 것이다"라고 했다. 늘 미래를 생각하고 창조적으로 변화하는 기업만이 살아남고 일등의 자리까지 차지하는 변화의 시대가 왔다. 그래서 애플의 역전극은 단순한 성공이 아닌 역사적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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