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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

[디지털포럼] 제품에 `문화`를 입히자

[디지털포럼] 제품에 `문화`를 입히자
강동환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대표

입력: 2010-06-13 21:29

일본의 사과 생산지로 유명한 아오모리현에 태풍이 몰아쳤다. 수확할 사과의 90%가 떨어져 지역 경제에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 그런데 한 농부의 아이디어가 판세를 뒤짚어 놓았다. 10% 남짓 남은 사과를 `거센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는 합격 사과'라고 홍보해 수험생과 그 가족에게 팔아 소위 대박을 터트렸다. 사과에 감성과 문화를 덧입힌 것이 주효했던 것이다.

이제 기업의 미래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문화다. 저명한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는 21세기를 문화전쟁의 시대로 규정한 바 있다. 이는 국가나 기업, 지역, 개인의 경쟁력의 원천이 물질적, 기술적 힘에서 점차 감성적, 문화적 힘으로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저 좋은 물건만 만들어 시장에 내놓기만 하면 팔린다는 고정관념에 머물러 있는 기업에겐 위기가 될 수 있지만 제품에 `문화'를 가미할 줄 아는 기업들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기본적으로 문화는 기업적인 딱딱한 이미지를 완화시키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감성적인 이미지 형성에 크게 기여한다. 특히 문화와 마케팅의 접목은 그 성격상 강압적인 마케팅이 아닌 부드러움을 강조하고, 시장 상황이 바뀌고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더라도 고정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인 수단이 된다. 이 때문에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제품이 가진 철학이나 문화를 브랜드에 담아 소비자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해 문화 마케팅 활동을 늘려나가는 추세다.

또한 기업이 `문화를 판다'고 할 때는 해당 기업의 제품을 쓰면 즐겁고 다른 사람과 그 재미를 함께 나누고픈 무언가가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문화코드를 덧입은 제품들은 단순히 구매로 끝나지 않고 이후에도 사용자들이 서로 기꺼이 정보를 공유하며 의견을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해 나간다.

할리데이비슨이나 스타벅스 등 소위 `문화를 파는' 기업들이 다른 경쟁사에서 느낄 수 없는 강한 문화적 동질감이나 상징성, 독특한 아우라로 고객들을 열광케 하는 것이 좋은 예다. 스타벅스 1호점이 있는 시애틀은 비가 자주 오는 궂은 날씨로 커피문화를 탄생시켰고 이를 전 세계에 전파했다. `할리데이비슨은 오토바이를 팔지 않고, 스타벅스는 커피를 팔지 않는다'는 말을 곱씹어보면 소비자들이 브랜드가 주는 이미지에 매료될 수 있도록 문화공간을 만들어주는 감성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캐논의 고객들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은 카메라 회사마다 조금씩 다른 색감이나 기능의 미묘한 차이를 자신의 개성과 철학의 차이로 받아들이며 선택하기 때문에 제조사에 대한 애착이 강한데, 이런 관점에서 캐논 팬들에게 캐논이란 브랜드는 그 어떤 카메라보다도 앞선 기술력의 상징이자 디지털 사진영상문화를 대표하는 시대의 아이콘이다. 그만큼 서로 끈끈한 동지의식을 느끼며 제품에 대해 강하게 자기 정체성을 투여한다. 캐논이 단순히 카메라를 파는 기업이 아닌 `문화를 파는 기업'을 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기업이 문화를 만들어내고 이를 판매한다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꾸준한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문화 마케팅이 기업 본연의 목적을 간과한 낭비성 전략이라는 인식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미래학자인 롤프 옌센은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라는 저서에서 "정보화 사회는 지났으며 이제 소비자에게 꿈과 감성을 제공해주는 것이 차별화의 핵심이 되는 드림 소사이어티 시대가 온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경영환경에서 지속적인 성장세를 구가하기 위해서는 문화코드가 깃든 제품으로 소비자를 만족시켜야 할 때다. 한국에서도 사랑을 전해주는 `연인 사과', 꿈을 이루어주는 `소망 사과' 등 제 2의, 제3의 합격 사과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디지털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