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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

[이슈와 전망] 앱 개발 1인기업 성공 조건

[이슈와 전망] 앱 개발 1인기업 성공 조건
김진형 KAIST 전산학과 교수

입력: 2010-06-13 21:29

아이폰과 앱스토어 열풍 덕에 크게 기대를 모으는 것은 앱 개발 1인 기업이다. 개인이나 1인 기업이 모바일 앱을 개발하면 전 세계의 아이폰 개발자들이 구매하니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휴대폰 제조 기업이나 통신사에서는 좋은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또 정부에서는 청년 실업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여 기대를 갖고 있다. 과연 모바일 앱 개발자 1인 기업의 열풍이라고 할 수 있다.

헌데 실은 당사자인 개발자들보다 휴대폰 제조 대기업, 통신사, 정부 부처들이 더 흥분하는 것 같다. 각 통신사들이 앞을 다투며 몇 천명 수준의 무상 교육을 약속하는가 하면, 경쟁사보다 더 많은 몫을 내 세우며 개발자들을 자기 진영으로 포섭하고 있다. 또한 대기업과 언론사, 정부부처 및 산하 기관들이 앞을 다투어 큰 액수의 상금을 내 걸고 앱 경진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무려 3억원이라는 거금을 1등 상금으로 내 걸고 있는 대회도 있다. 오랫만에 개발자가 대접받는 것 같아 흐뭇하지만 뭔가 찜찜하다.

앱 개발로 돈 버는 것이 그렇게 녹록한 것일까? 앱스토어의 그 많은 앱 중에서 과연 돈 버는 앱은 얼마나 될까? 컴퓨터 교육 없이 자란 이들을 속성으로 앱 교육을 시키면 이들이 만든 앱이 얼마나 깊이가 있을까? 실적주의 속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는 앱 개발자들 중 얼마가 성공할 수 있을까? 앱 개발을 권유하는 정부는 이들을 성공의 길로 이끌어 갈 구체적인 계획은 있는 것인가 걱정이 된다. 젊은 시절의 한 두 번 실패를 두려워할 이유는 없지만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길로 젊은이들을 무작정 유도하는 것은 어른들이 할 일이 아니다. 이들의 성공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하여 섬세하게 설계된 계획과 실천이 필요하다.

앱 개발자를 조직적으로 돕자는 자원봉사 단체인 (사)앱센터지원본부는 약 1년 전부터 모바일 앱 개발이 우리 소프트웨어산업의 활로라는 확신으로 여러 가지 정책들을 정부에 건의하고 또 일부 스스로 실천에 옮기고 있다. 지원본부의 핵심 업무는 다양한 능력을 갖은 모바일 앱 개발자들이 팀을 이루도록 모임을 주선하고, 그 팀들이 창업으로 이루어지도록 여러 가지 행사를 기획하는 일이다. 이는 능력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기획자, UI 디자이너, 음악가, 모험기업가, 투자자들이 힘을 합하여야만 성공적인 앱을 만들 수 있고, 또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마지막 주말에 `스타트업 위크엔드 서울'(Startup Weekend Seoul)이라는 행사를 개최했다. 전국에서 100명의 개발자, 기획자, UI 디자이너들이 모여서 2박3일간 공동작업으로 창업을 위한 앱을 개발하여 발표하는 행사이다. 첫날, 즉 금요일, 퇴근 후에 모여서 각자 창업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이중 10개를 선정하여 팀 단위로 개발했다. 일요일 저녁 환호성과 박수 소리 속에서 제작한 앱을 발표했다. 창투사에서 심사하여 수상자를 선정했지만 이 행사는 경쟁이 아니라 축제의 장이었다. 외국에서 초청한 16명 엔젤들의 관심이 이 행사에 열기를 더해 주었다. 마지막 이벤트인 네트워킹 파티에서는 같이 창업하자고 도원의 결의를 하는 모습과 외국인 엔젤에게 열심히 사업 계획을 설명하는 모습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이 행사는 우리 젊은이에 대한 많은 기대와 신뢰, 그리고 감동을 주었다. 새롭고 실용적인 사업 아이템을 제안하는 창의성, 자기의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개방성,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팀을 이루어 도전하는 협동심, 2박3일만에 훌륭한 앱을 개발해 내는 준비된 전문성, 어느 순간에도 최고를 추구하는 열정, 예상치 않았던 외국 손님 앞에서도 영어로 발표하는 당당함, 이 행사 진행을 위하여 뒤에서 헌신한 봉사정신, 이 모든 것이 기성세대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우리 젊은 개발자들은 준비되어 있다. 혼자서는 안되지만 팀으로는 가능하다. 개인 개발자들을 1인 기업으로 이끌기보다는, 모이는 장을 만들어 주고 이들이 뭉치게 하여야 한다.

디지털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