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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일본

[김숙이의 줌-인 재팬]3D TV 시장 "일본이 뛴다" ②

[김숙이의 줌-인 재팬]3D TV 시장 "일본이 뛴다" ②

기사입력 : 2010-05-17 17:55,   최종수정 : 2010-05-17 18:07

▲ 김숙이 일본 전문 컬럼니스트

[경제투데이] 3D TV에 대한 일본 내 관심이 뜨겁다. 특히 주요 가전업체들이 셔터글래스 방식의 가정용 풀 HD 3D TV를 선보이는 것과 달리, 일부 업체들은 3D 안경이 필요 없는 제품도 속속 선보이고 있어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뉴사이트재팬은 전용 3D 안경이 필요 없는 세계 최대의 70인치형 3D LCD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다. 지난달 도쿄 빅사이트(東京ビックサイト)에서 개최된 ‘파인텍 재팬 디스플레이 2010’에서 첫 선을 보인 이 제품은 디스플레이 전면의 필터를 통해 좌우의 눈에 보이는 화상을 교대로 보여주는 ‘패럴렉스 배리어’ 방식으로 3D 안경 없이도 3D 영상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최소 4m 이상의 거리에서 봐야 입체감을 제대로 즐길 수 있으며, 화면 갱신율이 떨어지는 것이 개선해야 할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제품은 디지털 옥외광고 등의 용도로 판매될 예정이나, 가정용 3D TV 시장 진출도 회사 측은 검토 중이다. 6월부터 주문을 받을 예정이며 가격은 300만엔대가 될 전망이다.

닌텐도도 3D 혁명에 동참했다. 이 회사는 3D 안경 없이 3D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휴대형 게임기 ‘닌텐도 3DSi’(가칭)를 2010년 일본을 비롯해 미국과 유럽 시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 제품은 3D 게임 조작에 용이한 조이스틱을 새롭게 탑재하고, 화면상의 캐릭터 움직임에 따라 진동을 전달하는 기능을 담았다. 현재 닌텐도는 이같은 조작방법에 대한 특허 취득을 마쳤으며, 통신 속도나 배터리의 지속 시간도 큰 폭으로 향상시킬 방침이다.

또한 쥬피터텔레콤(J:COM)은 파나소닉의 3D TV 출시에 맞춰 VOD(주문형비디오) 방식의 3D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사용자는 3D TV와 STB(셋톱박스)를 연결하고 3D 안경을 갖추면 HD 화질의 3D 영상을 즐길 수 있다. 

▲ 뉴사이트재팬의 세계 최대 70인치형 무안경식 3D LCD 디스플레이.

◇3D 안전문제, 정부와 업계 대응 나섰다

현재 일본에서는 휴대폰, 노트북, 모니터, 프로젝터, 프린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3D 관련 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완전하지 못한 3D화면은 눈의 피곤함과 어지럼증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검토위원회를 구성해 연내 국제 표준화 기구(ISO)에 제안하는 등, 국제 규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제산업성 주관으로 만들어진 이 지침서는 산업기술 종합연구소와 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 60여곳의 단체와 업체가 가입된 ‘3D 컨소시엄’이 내놓은 국내 외 학술논문 130여개를 기초로 만들어졌다. 이같은 안전지침의 국제 규격화 마련으로 “3D 시장이 건전하게 성장하는 기반을 구축, 일본 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 공헌할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3D 영상의 안전 지침안의 경우, 영상 제작자에게는 ▲입체감을 지나치게 강조하지 말 것 ▲두 대의 카메라의 색이나 상하의 차이를 줄일 것 등을, TV 제조업체들에게는 ▲각기 다른 좌우 영상을 다른 눈에 비춰지는 것을 최소화할 것 ▲화면의 깜박거림을 최소화 할 것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시청자 대상으로는 ▲화면이 이중으로 보이거나 피로를 느끼면 곧 바로 시청을 중지할 것 ▲얼굴을 기울이지 않고, 화면을 정면에서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고 볼 것 ▲아이들의 시청은 특별히 조심할 것 등을 당부하고 있다.

◇3D TV 韓日 경쟁… 소비자 반향 대처가 열쇠 

▲ 일본에서는 3D TV 활성화와 글로벌 시장 제패를 위해서는 적정한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는 전략 변화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의 유명 경제 저널리스트인 후지하라 후사코(藤原房子)는 최근 ‘차세대 3종의 신기(次世代の三種の神器)로 3D TV, 전기 자동차, 아이패드를 지목한 바 있다. 3D TV가 현재 생활은 물론, 산업을 변혁시킬 새로운 아이템으로 평가한 것이다.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의 전망도 다르지 않다. 디스플레이서치는 “오는 2013년 3D TV 시장은 2700만대로 성장할 것이며, 40인치 이상의 대형 TV 가운데 27%가 3D 기능을 기본으로 지원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편, 일본 현지에서는 일본 업체가 3D TV 시장에서 삼성·LG전자 등 한국 업체를 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가격전략을 철저히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 제조사들은 “고품질 제품이라면 가격이 비싸도 소비자들이 인정해 줄 것”이라는 전략을 고수하면서 해외 시장에 접근했으나 최근의 현실은 이를 빗나갔다. 현재 각 일본 업체들은 품질 최우선 주의만을 고집하지 않고 현지 시장에 걸맞은 적정 가격대의 제품을 공급해야 한다는 점을 인지하는 과정에 있다.

이같은 일본 업체들의 거센 진격에 맞서 떠오르는 3D TV 시장을 잡기 위해서는 한국 업체의 분발도 요구된다. 3D TV 하드웨어 분야에서 한국 업체들은 이미 기선 제압을 했고 또 충분한 기술도 확보한 상태다. 그러나 이를 지탱할 수 있는 콘텐츠의 경우 열세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하드웨어 역량을 지탱할 수 있는 콘텐츠 개발과 확보에 무엇보다도 전념할 때다.

3D TV 한일 대결은 이미 시작됐다. 이제부터는 소비자들로부터의 반향에 대해 각 업체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시장 성패를 판가름하게 될 것이다.

김숙이 sooke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