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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하는 중국의 유교·도교 사상 중국정부, 이전의 미신타파 담론 완화 중...

부활하는 중국의 유교·도교 사상 중국정부, 이전의 미신타파 담론 완화 중... 2010년 03월 29일(월)

인문학과 과학이 서로 협력, 미래를 만들어가는 인문강좌 행사가 최근 줄을 잇고 있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행사는 한국연구재단이 주최하는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 학문 간 경계를 넘어, 세상과 대화를 시도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엿보이고 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석학들이 진행하는 인문강좌를 연재한다. [편집자 註]

석학 인문강좌 중국인들은 곧잘 공맹지도(孔孟之道)를 언급한다. 그렇다고 해서 유교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유교적인 규범을 강조하면서 세속적 욕망, 즉 온포(溫飽, 따뜻이 먹고 배불리 먹기)와 부귀를 성취하고자 다른 신앙이나 사상을 찾아 나선다.

중국인의 가정을 방문하면 유교 경전에서 가져온 구절과 함께 복(福)이라는 글자가 부적처럼 함께 붙어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학자가 되는 것과 돈을 버는 것이 결코 하나가 될 수 없었던 조선조 유교사회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 중국 찬조우(泉州) 구화산의 노자(老子) 석상. 최근 복구됐다. 

27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에서 김광억 서울대 교수(인류학)는 “바로 이 같은 점이 조선과 구별된다”고 말했다.

조선에서는 유교가 근본적인 성향을 띠면서 그 규범이 철저히 실천되고 있었지만, 중국에서의 유교는 상(商), 도(道) 등 비유교적인 것들과 별다른 갈등 없이 정합(整合)돼 있었다는 것. 그리고 이 같은 모습은 중국인의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특성을 말해준다.

‘다양한 꽃들로 만들어진 꽃다발’

어떤 신앙이나 사상이든 중국인의 세계로 들어가면 다양한 세계관이 하나의 체계로 변모한다. 유교, 도교, 불교, 심지어는 기독교와 민간 신앙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가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상 체계로 융합된다.

중국인의 사상체계는 다양한 꽃들로 만들어진 꽃다발이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진 컴퓨터 회로에 비유될 수 있다. 제자백가(諸子百家)를 비롯해 도교, 외래 종교인 불교, 이슬람과 기독교 등이 오랜 역사를 통해 혼재돼 있다.

1980년대 개혁개방시대, 중국 정부는 이러한 중국인의 사상체계에 대해 개혁을 시도했다. ‘사회주의 쌍문명 건설운동’을 전개했는데, 여기서 쌍문명이란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을 말하는 것이며, 정신문명을 건설한다는 것은 신앙과 민간 전통에 대한 개혁을 의미했다.

▲ 김광억 서울대 교수(인류학) 
그 이전의 마오쩌둥(毛澤東) 역시 무산계급을 주인공으로 하는 인민공화국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우매한 백성을 교화, 즉 문화(文化)시키려는 문화혁명을 단행, 중국 전체를 피로 물들였다. 역사를 더 거슬러 올라가 명(明)나라 역시 유교를 국가이념으로 선포하고 도교를 타파하려 했다.

그러나 통치자들의 이러한 시도들은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오랜 세월을 통해 대중의 삶 속에 스며든(saturated) 신앙과 사상들을 타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최근 이러한 혼합주의적인 세계관(사상체계)이 부활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광억 교수는 마오쩌둥 이후 중국 정부가 시도한 가(家)와 족(族), 신앙과 시장, 그리고 전통 금지 조치가 인민의 생활을 단조롭고 경직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사회적 경직성은 새로운 시장경제체제를 발전시킬 수 없었다.

초인간적 능력을 발휘한 인물이 곧 ‘神’

최근 많은 기업 경영자들은 유연성과 흐름(流)의 아이디어에 주목했다. 정보, 지식, 상품, 자본, 노동력 등은 유통이 원활해야 하고, 사회의 제도적 장치는 융통성을 갖고 유동적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런 세계관은 그동안 역대 통치자들이 억눌러왔던 도교적인 것이라고 김 교수는 말했다.

누구든지 초인간적인 능력을 발휘한 인물을 신으로 모시는 것이 도교적 세계관이다. 군인, 상인, 학자가 대중으로부터 신봉 대상이 된다. 관우(關羽)와 마조(妈祖)가 대표적인 사례다. 역사적 인물의 신상을 만들고, 묘나 사당을 건립해 신앙의 대상으로 삼는다.

마오쩌둥은 가부장의 이미지에서 이제 신적인 존재로 바뀌었으며, 뛰어난 장군과 부자, 학자를 배출한 지방에서는 해당 인물을 신으로 모시는 신승 신당(神堂)이 생겨나고 있다. 도(道)의 원리에 의해 디자인됐던 옛 무술이 지금 다시 확산되고 있다.

▲ 27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 

현실적 실리를 추구함에 있어 도덕적인 규범은 유교에서 나온다. 예를 들어 상인들의 신은 관우다. 상업에는 당장의 이익이 아니라 의를 통해 맺어지는 도덕적 인간관계(見利思義)가 생명이다. 관우는 그런 의리의 상징이다.

사회주의 과학은 봉건미신 타파를 요구했다. 그러나 마오쩌둥은 (유교적인) 전통적 가부장의 자리(이미지)를 차지했다. 공산당 간부가 학자관료라고 할 수는 없지만, 지금 현실적으로 전통적인 관료의 권위에서 존경을 받고 있다.

부모들은 자녀교육에 많은 자금을 투자해 자녀들이 지식인 반열에 오르기를 원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오랜 역사를 지닌 유교적 전통이 지금의 사회주의 인민공화국 내에서 지속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지금 중국 정부는 유교 부흥운동을 주도하고, 도교 부흥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문화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정치·경제와 더불어 문화 자본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은 글로벌 시대의 필연적인 자각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와 인민 사이의 긴장, 여전히 존재해

더구나 국가와 국가 사이에 문화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문화는 지금 상품으로서의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국내외적으로 정치적인 자원이 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 과거 사회주의 정부에서 억눌러왔던 유교와 도교 부흥을 꾀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들어 중국 정부는 ‘홍양중화문명(弘揚中華文明)’의 기치를 내걸고, 이전의 미신타파 담론을 완화하고 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이 같은 중국 정부의 움직임이 “종교적 전통을 문화 콘텐츠의 자원으로 보려는 국가의 입장과 전통을 내면적인 신앙체계로 삼으려는 인민의 인식 사이에 긴장이 존재하고 있음을 은폐할 뿐”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공자학(孔子學)의 중흥을 내걸고, 도교사원의 개원식에 국가 주석이 참석하며, 묘회(廟會)를 정부에서 지원하는 등 전통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강조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민간의 전통적인 영역을 국가가 장악하려는 새로운 문화정치(인민과의 문화경쟁)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국가와 인민 사이에 세계관의 실천방식을 놓고 긴장관계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중국연구에 있어 인문학적 사회과학, 혹은 사회과학적 인문학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강봉 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0.03.29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