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콘텐츠 /K-POP, 음악, 디지털음원

[데자view/새얼굴 사라진 대중음악③]갈수록 심화되는 기획사 양극화

[데자view/새얼굴 사라진 대중음악③]갈수록 심화되는 기획사 양극화

출처 스포츠한국 | 작성 이정현 기자 | 입력 2014.03.14 07:03
[스포츠한국 이정현기자] 신인 가수들이 사라지고 있다. 그동안 한국 대중음악계는 매해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하며 활력소 역할을 했다. 지속적인 신인 유입이야말로 대중음악 발전의 원동력이며 이들의 실종은 한국 대중음악계의 위기다. 신인 가수는 왜 사라졌을까. 데뷔하지 않는 것일까, 혹은 우리가 모르는 것일까. 스포츠한국은 최근 신인 데뷔 급감의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한국 대중음악계의 현재를 짚었다. '데자view'는 '데'이터로 '자'세하게 'view' 본, 객관적 뉴스를 말한다. <편집자주>

↑ 그래프=한국아이닷컴 박선옥

<싣는 순서>

① 줄어드는 신인 데뷔
② 힘 빠지는 대안
③ 심화되는 양극화
④ 종합

흔히 대중음악 3대 기획사로 SM, YG, JYP를 꼽는다. 여기에 FT아일랜드와 씨엔블루가 속한 FNC, 비스트와 포미닛의 큐브엔터테인먼트를 더해 대형기획사로 거론한다. 아이돌 음악이 각광 받으며 성장하기 시작한 이 회사들은 점점 더 몸집을 불리며 공룡화되고 있다. 이 회사들이 덩치를 키우는 사이 중소기획사는 현행유지도 어려울 정도로 곤궁에 처했다. 이른바 기획사 양극화다.

# 종합엔터테인먼트사로 성장 중인 대형기획사

2013년 8월 SM엔터테인먼트 산하 SM C&C는 인피니트 넬 테이스티 등이 소속된 울림엔터테인먼트를 인수 합병했다. 앞서 장동건, 김하늘, 한채영 등 톱 배우들과 강호동, 신동엽 등 톱 MC의 소속사인 AM엔터테인먼트를 흡수하며 덩치를 키운데 이은 두 번째 '빅딜'이다. 여기에 영상 콘텐츠 제작사인 훈미디어를 인수해 드라마 제작에도 나섰다. 동방신기와 소녀시대 등 아이돌을 주축으로 음반, 공연 사업에 집중했던 SM엔터테인먼트는 순식간에 방송 예능과 드라마 부분에까지 영향력을 확대했다.

YG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초 모델 컴퍼니 K플러스와 전략적 제휴 및 지분 투자계약을 체결하며 패션 영역에 뛰어들었다. 또 삼성 제일모직(현 에버랜드)와 함께 '내추럴나인'을 설립해 의류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다. 그동안 빅뱅과 2NE1 등 YG 소속 아티스트들이 패션계와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영향력을 발휘해왔다는 것을 고려하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이밖에 톱스타 영입을 통한 배우 매니지먼트 강화, 화장품, 애니메이션, 홀로그램 사업 등 매출 다변화에 매진 중이다. JYP엔터테인먼트는 게임사와 협업해 중국에서 인기있는 온라인 게임에 소속사 가수들을 모델로한 캐릭터 사업에 진출했다. 또 중국 포털과 연계해 음원공급 계약을 맺었다. FNC엔터테인먼트는 이다해, 이동건 등의 영입을 통해 배우 매니지먼트를 강화했다.

대형 기획사들이 상장하거나 상장을 준비하면서 수익 구조 안정을 위한 움직임이다. 편차가 심한 음반시장만을 붙들고 있기보다 상대적으로 안정된 방송 및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새로운 수익 창출 모델을 찾는다는 것. 수익의 안정성을 높이고 흥행 실패에 대한 위험요인을 줄이자는 포석이다. 일본에 이어 중국시장 진출이 본격화된 것도 이 같은 분위기에 일조했다.

# 대형 기획사 소속 가수는 스포트라이트, 중소 기획사는 "죽을 맛"

기획사의 공룡화가 진행되자 해당 소속 가수는 그만큼 다양한 윈도우를 통해 노출된다. 음악활동 뿐만 아니라 방송, 영화, 게임 등에서 대형 기획사 가수의 얼굴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들이 기회를 얻는 만큼 중소기획사 소속 신인들은 기회를 잃고 있다. 콘텐츠 생산의 집중이 균등한 기회를 주지 못하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신인 그룹 소속사 관계자는 스포츠한국에 "한때 신인 가수들에게도 문이 열려있던 케이블 예능 진입이 힘들어 지고 있다. 웬만큼 규모있는 회사 아니면 명함 내밀기도 힘들다"며 갈수록 열악해지는 업계 현실을 한탄했다.

이어 "소속사 내에서 언론 홍보팀와 매니지먼트팀, 마케팅 기획팀이 모여 신인을 알리기 위한 종합미디어플래닝을 벌이곤 하는데 지금처럼 창구가 완전히 사라진 경우에는 어찌할 방법이 없다"며 "케이블 방송에서 자주 기획되던 신인 그룹 리얼리티 프로그램도 엑소, 엔플라잉 등 대형 기획사 소속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 자체 유투브 채널을 통해 자체 리얼리티 방송을 제작하는 방식이 차차선책으로 거론되지만 열악한 방송 장비와 제한적인 공간, 그리고 홍보의 어려움 때문에 효과가 미비하다"고 했다.

# 바늘귀 들어가기보다 더 힘든 방송 출연

신인 가수가 음악방송을 통해 데뷔하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신인 가수가 얼굴을 알리기에 가장 좋은 곳은 음악 방송이다. 지상파 KBS2 '뮤직뱅크', MBC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를 비롯해 Mnet '엠카운트다운' 등이 방송 중이지만 신인 및 중소기획사 소속 가수들의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비슷한 콘셉트의 아이돌이 범람한데다 상도덕으로 여겨졌던 소속사별 '1방송 1출연' 원칙이 흔들리면서 대형 기획사 소속 가수들이 두 팀 이상 출연하기 시작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 3월 9일 방송된 SBS '인기가요' 761회의 경우 SM 소속 동방신기와 컴백주를 맞아 곡 '백 허그' '미스터미스터' 등 2곡을 소화한 소녀시대가 동시에 출연했다. 여기에 YG 2NE1도 '크러쉬' '컴백홈'을 불렀으며 JYP 선미와 FNC 씨엔블루 등이 출연했다. 70분 방송, 16개 팀 중 대형 기획사 소속 가수가 7곡을 소화하며 전체(18곡)의 38%를 차지했다. 7일 방송된 '뮤직뱅크'에는 동방신기, 소녀시대, 씨엔블루, 비투비, 선미 등이 출연해 30%의 곡 점유율, 400회 특집 이전인 1일 방송된 MBC '음악중심'에는 동방신기, SM더발라드, 씨엔블루, 선미, 비투비가 출연해 점유율 28%를 기록했다. 6일 방송된 '엠카운트다운'의 경우 갓세븐, 동방신기, 비투비, 소녀시대, 선미, 씨엔블루 등으로 36%를 보였다. 남은 분량을 놓고 나머지 기획사들이 경쟁을 벌이는 셈이다. 여기에 심야 음악프로그램인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대형 기획사 가수 출연빈도도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예능도 다르지 않다. MBC '무한도전'과 '아빠! 어디가?', KBS2 '1박2일' 등 고정 출연자 중심의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게스트 예능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대형 기획사의 톱 아이돌들이 주요 지상파 예능을 독식하면서 케이블 예능에 주력했던 신인 그룹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이제 소속사 파워 없이 방송에 얼굴을 비추는 것은 바늘귀에 낙타가 들어가는 것 만큼이나 힘든 일이 됐다.

# 방송만이 정답? "윈도우는 많다"

소수의 스타 가수들을 선호하는 방송가의 결정을 비난할 순 없다. 팬덤과 화제성에서 대형 기획사 소속 아티스트들은 중소기획사 신인과 비교불가다. 다만 공공재 성격을 가진 방송매체가 원칙없이 시청률 위주의 편성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쉽다.

전문가들은 방송 출연만이 답이라 생각하는 업계 시선에 아쉬움을 남겼다. "다매체 시대, 아티스트와 대중이 만날 수 있는 지점은 방송이외에도 얼마든지 있다"는 충고다.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는 "지상파 음악방송에 출연해야만 신인 얼굴을 알릴 수 있다는 것은 좁은 시각"이라고 했다. 방송 채널의 영향력은 여전하지만, 다른 방법으로 주목받을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90년대까지야 방송이 대중에 어필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지만 현재는 다매체 시대다. 2000년대 들어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인디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주목받은 것이 좋은 예"라는 그는 "방송을 통해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받는 방식에서 대중과 상호 소통할 수 있는 대체창구가 등장할 것"이라 내다봤다.

뉴미디어의 등장과 오프라인에서 팬들을 직접 만나는 전통적인 방법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최 평론가는 "현재 방송 일변도의 홍보 방식은 매우 기형적이다. 자본 헤게모니로 가득한 방송가에서 힘으로 맞서기 보다 매체 비중을 줄이고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또 "현재 양극화된 기획사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을 필요가 있으며 참신한 아이디어와 음악성은 필수"라고 덧붙였다.

이정현 기자 seiji@

[ⓒ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