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콘텐츠 /K-POP, 음악, 디지털음원

싸이 연타석 홈런 비결.."세계인이 즐길 놀이문화"

싸이 연타석 홈런 비결.."세계인이 즐길 놀이문화"

싸이 신곡 '젠틀맨'
싸이 신곡 '젠틀맨'
(서울=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가수 싸이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단독 콘서트 '해프닝'(HAPPENING)에서 신곡 '젠틀맨'을 공개하고 있다. 2013.4.13 xanadu@yna.co.kr

유튜브 조회수 '1억 뷰' 성큼..아이튠즈 33개국 1위

'강남스타일' 후광 효과로 초반 반응 폭발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싸이는 새로운 뮤직비디오로 더 이상 '원 히트 원더'(one-hit wonder:히트곡이 하나뿐인 가수)가 아님을 입증하고 있다."

미국 음악전문지 빌보드는 15일(현지시간) 신곡 '젠틀맨'으로 LTE급 반응을 얻고 있는 싸이(본명 박재상·36)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싸이가 '강남스타일'에 이은 글로벌 히트곡 재탄생에 성큼 다가섰다.

지난 13일 오후 9시 공개된 '젠틀맨' 뮤직비디오는 사흘만인 16일 오후 유튜브 조회수 8천671만 건으로 '1억 뷰' 돌파를 목전에 뒀다. '강남스타일'이 공개 51일 만에 같은 기록을 세운 것과 비교할 때 자신의 기록을 대폭 단축시키는 셈이다.

같은 날 '젠틀맨' 음원도 세계 아이튠즈의 싱글 종합 차트인 '톱 송즈' 차트에서 아르헨티나, 벨기에, 캄보디아, 콜롬비아,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그리스, 홍콩, 인도네시아, 대만, 태국, 베트남, 이스라엘, 멕시코 등 33개 국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음원 공개 당시 "'강남스타일'의 복제판이다" "중독성이 한층 강해졌다" 등 호불호가 갈린 점을 감안할 때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거침없는 질주를 하고 있다. '젠틀맨'의 성공 요인을 짚어봤다.

◇'강남스타일' 후광 효과..확산 패턴도 유사 = '젠틀맨'의 이같은 초기 반응에는 '강남스타일'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강남스타일' 이후 문화중심주의가 확산됐는데 싸이 것을 안 보면 유행에 뒤처진듯한 소외감, 싸이의 변화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싸이 신곡 '젠틀맨'
싸이 신곡 '젠틀맨'
(서울=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가수 싸이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단독 콘서트 '해프닝'(HAPPENING)에서 신곡 '젠틀맨'을 공개하고 있다. 2013.4.13 xanadu@yna.co.kr
심 교수는 이어 "싸이는 이미 글로벌 콘텐츠인 '강남스타일'을 통해 전세계에 모집단을 보유했다"며 "국내 시장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수치지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모집단을 기반으로 단시간 '1억 뷰'가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영향 덕에 '젠틀맨'이 세계에 퍼져 나가는 패턴도 '강남스타일'과 유사한 모양새다.

'강남스타일'은 뮤직비디오가 유튜브를 진앙지로 폭발적인 관심을 끌며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이후 세계 아이튠즈 30여개국 1위, 빌보드 7주 연속 2위, 영국 싱글차트 1위라는 음원차트 성적으로 이어졌다. 자생적으로 주목받은 싸이를 '강제 월드스타'라고 부르는 점도 이 때문이다.

'젠틀맨'도 공개 직후에는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그러나 다음날 유튜브에서 공개된 뮤직비디오가 하루만에 2천만 건, 이틀만에 6천만 건, 사흘만에 1억 건에 성큼 다가서자 아이튠즈 차트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의 박성현 박사는 "'젠틀맨'이 유튜브를 중심으로 뻗어나가는 방식은 전작과 비슷한 패턴"이라며 "유튜브에서 '강남스타일'보다 시간을 대폭 단축해 기록적인 조회수를 낸 것도 '유튜브 스타'에 대한 기대치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노래·춤·뮤비 "누구나 따라하기 가능한 놀이문화" = '강남스타일'이 인터넷 공간을 벗어나 세계 대중문화 저변에 흡수된 건 노래와 춤, 뮤직비디오가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싸이는 '변화'와 '유지' 사이에서 고심했지만 이 점에 착안해 '강남스타일'의 흥행 공식을 다시 한번 따랐다. 싸이 측도 "'강남스타일'의 연장선에서 다시 한 번 더 즐기라"는 것이 신곡의 의도라고 소개했다.

박성현 박사는 "'강남스타일'에 열광한 것은 함께 즐길 놀이 문화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며 "'젠틀맨'도 후렴구가 반복돼 쉽게 따라부를 수 있고 누구나 출 수 있는 재미있는 춤이 곁들여졌다. 싸이가 유튜브란 공간 안에서 세계인들이 다 같이 즐길 또 하나의 놀이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고 평가했다

그로인해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한 '젠틀맨'은 세계인이 좋아한 코드를 한층 부각시켜 전략적으로 만들어졌다.

클럽풍의 댄스곡인 '젠틀맨'의 사운드는 한층 중독성이 강해졌다. 전자 사운드와 비트가 점진적으로 흥을 돋워가는 곡의 구성도 영리해졌다.

가사에는 '알랑가몰라' '~말이야' '아리까리하면 까리해' 등 발음하기 쉬운 한국어가 담겼고 영어 가사의 비중도 늘어났다. 발음이 쉬운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해 라임(운율)을 맞췄고 영어 욕설인 '마더 퍼커(mother fucker)'를 '마더 파더'(mother father)로 바꾼 싸이 식 유머 화법도 부각됐다.

심영섭 교수는 "가사에는 '마더 파더' 등 싸이 특유의 통렬한 조롱이 있다"며 "또 '~말이야'가 '마리아'란 여자 이름처럼 들리는 등 한국어지만 해외에서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위트도 담겼다"고 평가했다.

두 달 넘게 짰다는 춤은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강남스타일'의 '말 춤'이 워낙 전염성이 강했기 때문. 이번엔 브라운아이드걸스의 히트곡 '아브라카다브라'의 핵심 안무인 '시건방 춤'을 차용했고 '말 춤'을 만든 안무팀 이주선 단장 등이 구성한 '꽃게 춤'을 더했다. 역시 따라 추기 쉽다.

싸이 트위터에 뮤직비디오 장면 공개
싸이 트위터에 뮤직비디오 장면 공개
(서울=연합뉴스) 13일 오후 대규모 콘서트를 앞둔 가수 싸이가 본인의 트위터를 통해 신곡 '젠틀맨'의 뮤직비디오 한 장면을 공개했다. 2013.4.13 << 싸이 트위터 >> jjaeck9@yna.co.kr
이주선 단장은 "'시건방 춤'을 응용해 느낌은 비슷하지만 골반을 흔들며 양손을 벌리는 동작, 골반을 흔드는 순서 등에서 차이가 있다"며 "또 곡 전반과 후반부에 나오는 '꽃게 춤'은 다리와 팔이 반대 방향으로 가고 시선을 다리 쪽으로 두는 게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뮤직비디오도 여전히 B급 유머가 주제다. '신사'라고 외치지만 정작 놀부 심보의 '악동' 싸이가 등장한다.

전작과 달라진 점은 성적인 코드가 한층 강조됐다는 점이다. 브라운아이드걸스의 가인이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야릇하게 먹는 장면, 싸이가 일광욕하는 여성의 등을 문지르며 비키니 끈을 푸는 장면 등은 '19금'이다.

그러나 이 모든 장면은 따라하거나 재창조하기 쉬워 유튜브에는 이미 패러디 영상이 놀이처럼 잇따르고 있다.

씨스타가 소속된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서현주 이사는 "최근 미국 DJ 바우어의 히트곡 '할렘 셰이크'(Harlem Shake)가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오른 것도 '강남스타일'처럼 유튜브에서 패러디 영상이 쏟아진 덕"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연타석 홈런을 친 싸이가 한국 대중문화계로 세계의 시선을 집중시킨 첫 번째 메가 히트 상품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심영섭 교수는 "글로벌 아이콘이 된 싸이는 한국 콘텐츠의 수출 역군"이라며 "'강남스타일'의 히트 이후 K팝을 비롯한 문화 콘텐츠를 본격적으로 수출하는 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