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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한류' 꿈꾼다

'예능 한류' 꿈꾼다
연예 제작사 코엔미디어 안인배 사장, 영국계 사모펀드서 200억 투자금 유치
조선일보|
입력 2011.11.04 03:14
 
KBS '남자의 자격', SBS '기적의 오디션', MBC '몽땅 내 사랑' 같은 예능·시트콤 프로그램을 외주제작해 온 코엔미디어가 최근 영국계 사모펀드 화이트클라우드캐피털로부터 200억원 상당의 투자금을 유치했다고 밝혀 방송가의 화제가 되고 있다. 국내 연예 제작사의 외자 유치로는 사상 최대 규모라고 한다. 화이트클라우드캐피털은 2009년에 출범한 사모펀드로 영국 과 인도 등 7개국의 대형 투자자들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코엔미디어 안인배(44) 사장은 평범한 회사원에서 공중파 방송의 계약직 PD로 방송경력을 쌓은 뒤 독립해 자신의 회사를 일궜다. 그가 말해준 외자 유치 과정을 요약하면 '맨땅에 헤딩'이었다.

↑ [조선일보]서울 여의도 사무실 앞에서 포즈를 취한 안인배 코엔미디어 사장.“ 가요·드라마에 이어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한류를 전파하고 싶다”고 했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이 일을 하면서 문득 100억원만 있으면 내가 정말 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송국과 시청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세부적인 IR(기업설명)자료까지 만들어 국내 창투사들을 찾아다녔지만 경제가 나빠지면서 외면당했죠. 대안으로 홍콩에 가서 주요 투자자들을 일일이 만났고 마침내 화이트 클라우드의 투자를 이끌어냈습니다."

그는 "머릿속에 생각한 프로그램의 아이디어를 내놓는 대신 코엔미디어의 주요 작품뿐 아니라 '무한도전' 등 인기 예능 프로그램들을 두루 소개한 뒤, '이게 한국 작품이다. 내가 여기서 더 업그레드시키겠다'고 호언장담했는데, 그 전략이 통한 것 같다"고 했다. "처음 접한 한국 예능 프로그램들의 포맷을 보면서 투자자들이 '세계에서도 통할 것 같다'고 공감한 것 같아요. 나에게 투자하면 최고의 제작진과 MC들을 모아 글로벌 수준으로 격상시키고, 수익원도 많이 창출하겠다고 큰소리쳤죠. 저 개인보다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의 가능성을 본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안 사장은 "투자자들도 나도 원하는 것은 결국 세계 시장에서 먹힐 수 있는 콘텐츠"라고 했다. "비싼 돈 주고 외국 프로그램의 포맷을 들여왔지만 정작 성공한 프로그램은 거의 없잖아요. 왜 우리가 만들어서 세계에 내다 팔 생각은 안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는 "일부 연예기획사들이 상장을 위한 실적 뻥튀기 등 경제 범죄를 저질러 말썽이 되니까 항간에서는 우리 투자유치에도 '다른 속셈'이 있는 게 아니냐 의심하는 모양인데 투자금은 100% 좋은 프로그램, 그리고 그 프로그램을 만들 제작진을 꾸리는 데 쓸 것"이라고 했다.

안 사장은 1995년 MBC 예능국에 들어가 2001년 퇴사할 때까지 '신장개업' 'GOD의 육아일기' ' 신동엽 의 러브하우스' 같은 인기 프로를 연출, '스타 예능PD'로도 이름을 알렸다. 12월에는 12년 만에 방송을 다시 하기로 한 개그맨 출신 사업가 주병진 의 MBC 복귀 프로그램을 제작해 내보낸다.

"가요와 드라마는 모두 한류 바람이 부는데 예능은 지금껏 예외였잖아요. 제대로 만든 예능 프로는 한류의 또 다른 진원지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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