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로컬 /중국

[특파원 칼럼] 문화에 눈돌리는 중국

[특파원 칼럼] 문화에 눈돌리는 중국

입력시간 : 2011.10.18 18:12:12
베이징 북동부에 '따샨즈(大山子)'라는 예술 마을이 있다. 수묵화ㆍ유화부터 설치미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들이 운집해 있어 베이징 시민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문화 명소다.

최근 이곳을 찾았던 기자는 씁쓸한 장면을 목격했다. 중국인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길가 한복판에 쓰러져 있는 한 중년 남자를 에워싸며 웅성대고 있었다. 그를 부축하거나 경찰에 연락하는 사람은 없고 모두 구경꾼에 불과했다. 지난 13일에는 남부 광둥성 포산에서 두 번이나 차에 치인 두 살배기 여자아이를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 TV화면이 공개돼 중국 사회에서는 도덕이 땅에 떨어졌다는 개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 같은 오불관언(吾不關焉) 행태를 쉽게 경험할 수 있다. 혹자는 그 이유를 극단적 좌파 광풍시기였던 문화대혁명 당시에 '나서면 다친다'는 학습효과가 뿌리 깊게 박혔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이들은 아직도 정의보다는 권력과 이른바 '빽'이 앞서는 중국 사회의 낙후된 법적ㆍ제도적 시스템 하에서 의로운 일이 자칫 봉변을 당하는 사례로 돌변하는 사례가 빈발해 사회의 정이 메말라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 내에서 중국도 지난 30여년간 개혁ㆍ개방의 성공으로 미국에 이은 세계 경제 2위 대국으로 부상한 만큼 이제 경제 수준에 걸맞은 문화 의식과 정신 수준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18일 폐막한 공산당 최고정책 결정회의인 제17기 공산당 6중 전회의 핵심 테마가 바로 '문화수준 제고와 정신의식 개혁'에 맞춰진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의 윤리적ㆍ도덕적 교육의 기반이 될 정신 문화를 어느 뿌리에서 찾을지를 놓고 중국 정부는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올해 초 땅에 떨어진 도덕과 정의를 세우고 전통문화를 살린다는 취지에서 중국 정치의 심장부인 톈안먼 광장 북문에 대형 공자상을 세웠다가 국부 마오쩌둥 초상화와 마주 본다는 이유로 100일 만에 철거되는 소동이 벌어진 것은 중국 문화의 정체성 혼란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04년부터 중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미국 등 세계 곳곳에 공자학교를 설립하고 있다. 올 초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방문할 때도 현지의 공자학교를 찾아 격려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르크스주의, 마오쩌둥 사상을 신봉하는 중국 공산당 좌파들은 공자를 모태로 하는 유교가 공산당의 혁명 역사와 정치 제도를 부정하는 데 쓰일 수 있다며 극도의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 공산당 간부를 교육하는 중앙당교의 장시셴 교수는 "중국은 공산당의 관제문화, 전통문화, 서방 문화 3자의 관계 설정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주요2개국(G2) 시대를 맞아 거대 13억 중국인의 정신 문화 뿌리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