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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생태계/지식

유럽 대기업들의 호황 비결은…

주요 외신들은 최근 유럽 경제의 혼란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일부 국가의 재

유럽 대기업들의 호황 비결은…

메이어 총장, 학술원 국제학술대회 강연

2011년 10월 24일(월)

재정적자, 시위와 폭동, 독일과 프랑스의 저성장, 그리고 유로화에 대한 불확실성에 관한 기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경우는 다르다. 특히 대기업들의 경영성과는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기업과 경영 혁신연구가로 유명한 싱가폴 경영대학의 아르누 드 메이어(Arnoud De Meyer) 총장은 21일 학술원에서 열린 '제 38회 대한민국학술원 국제학술대회'에서 강연을 통해 이 같은 현상이 최근 유럽에서 나타나고 있는 '유럽 경제의 역설'이라고 말했다.

▲ 21일 학술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 38회 국제학술대회'. 국내외 경제석학들이 다수 참석했다. 


메이어 총장은 최근 잘 나가고 있는 기업으로 일용 소비재 분야의 로레알, 네슬레, 유니레버, 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 BMW, 첨단기술 기업 지멘스, 롤스로이스, 노키아, 에릭슨, 소프트웨어 기업 SAP, 다쏘 시스템(Dassault Systemes), 제약·화학 기업인 쉘(Shell), 바이에르(Bayer), 노바티스(Novartis) 등을 들었다.

남다른 문화 수용력으로 세계화에 성공

경제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 대기업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메이어 총장은 이들 대기업들이 대부분 거대 다국적 기업들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다국적 기업들은 그동안 끊임없이 세계화를 위한 노력을 해왔으며, 그 과정에서 효율적 기업으로 거듭나 있다고 말했다.

유럽 기업들의 세계화는 생산·판매 부문에 국한되지 않는다. 많은 기업들이 지금 R&D를 포함한 거의 모든 부가가치 활동의 실질적 네트워크를 전 세계에 배치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유럽 대기업들은 글로벌 아이디어 방식을 기업경영에 접목시켰으며, 대부분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 싱가폴 경영대학의 아르누 드 메이어(Arnoud De Meyer) 총장 

2010년에 '역혁신(reverse innovation)'이란 개념이 주목을 받았는데 유니레버와 네슬레 사례를 예로 들었다.

유니레버는 인도, 인도네시아 같은 신흥국에서 샴푸를 판매할 때 항상 작은 용기에 담아 판매했다. 네슬레는 터키에 있는 동네 슈퍼마켓에 소형 자판기를 설치하고 저렴한 가격에 요오드·철 성분이 강화된 계열식품사 매기(Maggi)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태국에서는 '네스카페 스트리트 바리스타(Nescafé Street Barist)'를 운영하면서 창업 희망자들이 태국 농업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커피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의 르노는 인도 타타(TaTa)자동차가 '나노(Nano)'를 선보이기 전에 루마니아에서 이미 저가형 모델 '다시아(Dacia)'를 출시해 성공을 거두었다.

메이어 총장은 유럽의 기업들이 지닌 장점 중 하나로 문화적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꼽았다. 문화, 법률체계, 전통적인 행정절차, 종교적인 차이 등이 국가별로 상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 기업들은 이를 잘 소화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불황기임에도 불구 이 이런 수용력이 유럽기업을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기업들과의 차이점도 지목했다. 유럽 기업들은 기업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미국 기업들과 달리 방위산업을 제외한 많은 산업 분야에서 항상 정부와 협상하고 있으며, 정부의 산업 개입을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

정부와 협력해 성공하는 분위기 조성

이에 따라 프랑스, 이탈리아 정부는 일부 산업에 대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독일 정부도 어느 정도 산업에 개입하고 있는 중이며, 일부 기업의 경우는 이 협력을 통해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에어버스(Airbus)'는 정부·기업 간 협력으로 가장 성공한 사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한 국내외 석학들. 스탠포드 대학의 로날드 맥키논 교수, 일본 동아시아발전연구소(ICSEAD)의 신이치 이치무 라 박사 등이 참석했다. 


리더십에 있어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기업의 경우 CEO하면 보통 카리스마가 있는 리더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지만, 유럽 기업의 리더십은 한 사람이 아니라 보다 더 협력적 관계에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협력적 관계가 유럽 기업의 세계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유럽 기업들의 투명성을 들었다. 유럽의 정책 입안자들은 기업의 투명성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으며, 시민들 역시 보다 더 적극적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는 기업들이 국제적 사안에 더 많은 책임감을 갖고 더 투명해지기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는 유럽의회로 하여금 기업의 투명성과 책임감을 높이기 위한 결의안을 채택하도록 했으며, 결과적으로 기업경영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메이어 총장은 주목되는 변화로 최근 중국의 움직임을 들었다. 얼마 전 볼보(Volvo)를 인수한 중국은 최근 독일 중소기업 인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

선양공작기계그룹, 다롄공장기계그룹 등은 독일 등지의 설비제작 기업에 대한 투자, 인수를 진행 중인데 2003~2009년까지 중국 기업들이 수백 여개의 독일기업을 인수하는데 약 900억 유로(한화 약 142조원)지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향후 유럽기업들이 지금의 유럽기업들로 그냥 남아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많은 기업들이 지금 유럽에서 아시아 등 다른 지역으로 본거지를 옮기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기업의 뿌리가 유럽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1.10.24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