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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이 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서경이 만난 사람] 이 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외국인 관광객 1000만 시대, 관광산업 발전 터닝포인트"
 
대담=이효영부장 hylee@sed.co.kr
정리=정민정기자
사진=김동호기자
입력시간 : 2011.10.03 17:25:38
일회성 아닌 지속 방한 유지하려면 규제완화해 숙박 인프라 확충해야
놀거리 있어야 관광객 지갑 열어 카지노시장도 개방적 마인드 필요
獨-옥토버, 브라질-삼바축제 처럼 한국의 대표적 축제 만들고 싶어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유치는 관광산업의 중요성에 대해 전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심리적 전환점이 된다는 점에서 반드시 달성해야 할 지상과제입니다. 하지만 '1,000만 시대'가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유지되려면 이들이 한국을 재방문하고 더 많은 돈을 쓰고 갈 수 있도록 관광 인프라를 확충하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

귀화 한국인 최초의 공기업 대표인 이참(57ㆍ사진) 한국관광공사 사장에게 요즘 최고의 화두는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달성'이다. 서울 중구 다동 관광공사 집무실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사장은 "지난해 말 연평도 포격사건이 터졌을 때나 지난 3월 일본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유치목표 달성이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밝혔다.

오히려 이 사장은 3월 일본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하늘이 주신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1995년 1월 고베 대지진 당시 관광통계를 살펴보면 지진발생 이후 한 두달 동안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20~30% 줄었지만 연말까지 누적치로는 전년 대비 12%나 늘었다"며 "일반적으로 국가적인 큰 사건이나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국민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여행을 가게 되고 먼 곳보다는 가까운 곳으로 여행하는 경향이 있는데 고베 대지진이나 이번 지진 역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 대지진 직후인 3월 말 이 사장은 한국 정부기관장으로서는 처음으로 도쿄를 찾아 일본정부관광청(JNTO) 장관과 JTB여행사 사장 등을 만나 위로를 전했고 관광공사는 일본 현지언론에 '일본 사람들이 지진에 대처하는 성숙한 자세를 존경하고 응원합니다. 더 큰 일본이 될 것을 확신합니다'라는 문구의 전면광고도 실었다. 일본 내 한국에 대한 호의적인 이미지가 높아진 것은 물론이다.

이 사장은 "일본을 둘러보고 돌아와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달성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숨 돌린 일본인 관광객들의 방한이 6월 이후 다시 늘어난데다 중국특수까지 이어졌다. 9월 말 1만여명에 달하는 중국 바오젠그룹 인센티브 관광객을 유치한 데 이어 10월 국경절 연휴(1~7일)에도 7만명의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아 인산인해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외국인 관광객은 사상 최대인 96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돼 조금 더 박차를 가해 40만명을 추가로 유치하면 한국관광은 세계 20위권, 아시아 7위권의 새 역사를 쓰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장은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유치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숙박 등 부족한 관광 인프라를 갖추기 위한 규제완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가 달성된 후 그들이 한국을 재방문하고 싶은지, 얼마나 많은 돈을 뿌리고 갈지가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1,000만명이 한국에서 하루씩만 더 묵으려 해도 당장 3만개의 객실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숙박시설을 늘리려고 하면 이런저런 규제에 걸립니다. 예를 들면,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관광호텔을 도살장이나 장례식장 같은 유해업소로 지정해 학교 주변 200m 내에는 관광호텔이 들어설 수 없어요. 관광산업은 '통제'가 아니라 '개방'을 통해 발전할 수 있는 겁니다."

대대적인 숙박시설 확충을 위해 이 사장은 한국형 B&B(Bed and Breakfastㆍ아침식사가 나오는 간이숙박)로 아파트를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도로 등 인프라 건설과 마찬가지로 숙박 인프라에도 투자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 당장 그게 힘들다면 아파트를 활용해서라도 관광객 숙박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서울에는 아파트가 많고 시설 면에서도 다른 숙박에 비해 월등히 좋습니다. 하지만 현행법에 막혀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런 부분에 민간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는 제도개선이 필요합니다. "

이 사장은 카지노에 대한 대대적인 인식전환도 요구했다. "관광생산성 분야에서 세계 1위인 스위스는 부자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대표적 관광부국입니다. 하지만 스위스에 알프스만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부자들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카지노도 20여개나 있어요. 외국인 관광객의 지갑을 열게 하려면 놀 거리가 충분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도 카지노 시장에 개방적인 자세를 취해야 합니다. 카지노를 허용하되 초기 투자금을 5조원 이상으로 제한하는 등의 방법으로 진입장벽을 높이면 됩니다. 싱가포르나 마카오도 이런 방식으로 카지노를 늘리고 있습니다. 호텔과 컨벤션센터를 중심으로 테마파크ㆍ쇼핑센터ㆍ카지노 등이 한데 모여 있는 복합비즈니스센터를 만들어야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한국을 찾은 관광객들이 얼마든지 돈을 뿌리고 갈 수 있도록 충분한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는 뜻입니다. "

한국의 관광잠재력에 대해서도 이 사장은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그는 "면적이 제주도의 3분의1, 인구는 460만명에 불과한 싱가포르는 세계적인 관광부국으로 지난해 92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했다"며 "독특한 문화, 유려한 자연경관, 산업화에 성공한 도시문화, 4계절의 아름다운 자연, 세계적인 패션상품, 스토리텔링이 풍부한 음식문화 등 매력이 넘치는 우리나라는 싱가포르보다 관광부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요소를 많이 가졌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도중 이 사장은 자신의 아이패드를 펼쳐 여행길에 찍은 사진들을 일일이 보여줬다. "우리나라 구석구석이 너무 아름다워요. 그런 풍경들을 사진에 담아 틈날 때마다 외국인들에게 보여줍니다. 그러면 그들도 "원더풀"이라며 감탄하지요. 한국을 방문한 적이 없는 외국인들은 한국의 매력을 모를 뿐입니다. 그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게 관광한국의 첫 걸음이지요."

관광의 양적ㆍ질적 성장의 전제 건인 관광객의 지방 유입에 대해서도 이 사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어느 나라를 가든 먼저 수도를 방문하고 난 후에 다른 지방을 여행하고 싶은 게 관광객들의 심리입니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도 서울을 충분히 경험한 뒤 재방문할 때 한국의 다른 맛과 멋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으로 지방에 가는 거지요. 그 부분이 바로 관광산업의 진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사장은 취임 초기부터 내국인들의 휴가문화 개선을 주창해왔다. 내국인들의 휴가사용 일수가 많아지고 여행수요가 늘어나면 관광 인프라가 개선돼 지방관광이 활성화되고 결국 외국인 관광객 수요까지 창출하는 선순환이 일어나게 된다는 주장이다. 관광공사부터 솔선수범한다는 차원에서 이 사장을 비롯한 공사 직원들이 2주간 휴가를 실시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기업문화가 많이 바뀌고는 있어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통계상으로는 평균 11일에 달하는 연차 중 여행에 사용하는 것은 4일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휴가가 생산적 활동이라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확산될 필요가 있어요. 관광수지 적자 규모만 얘기하는 것은 후진국적 발상입니다. 독일만 해도 인구 8,200만명 가운데 해외여행을 하는 숫자가 7,300만명이나 됩니다. 동시에 독일은 인구 대비 수출경쟁력 1위 국가이기도 합니다. 독일인들이 세계 곳곳을 누비면서 견문을 넓히고 그것이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사업기회로 돌아오듯이 우리나라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여행을 많이 다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이 사장은 관광산업을 본격적으로 부흥시키려면 창조관광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0년대 초반 정보기술(IT) 벤처붐이 불었을 때 정부에서 얼마나 많은 지원을 했습니까. 이제 서비스 산업, 특히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관광산업 부흥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관광업은 각종 규제에 막히고 정부 지원도 많지 않은 실정입니다."

이 시장은 이를 위해 공사 내에 창업지원센터를 마련, 올해 아이디어 공모전을 진행했으며 향후 더욱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내년도 공사 예산에서 '창조관광산업 발굴육성 사업'에 46억원을 확보한 상태다. 이 사장은 "최근 사회적인 이슈이자 국가적 정책과제로 떠오른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서는 관광산업만한 것 없다"며 "좋은 아이디어와 서비스 마인드만 있으면 가능하고 제조업처럼 초기 자본금이 많이 필요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2009년 7월 말 관광공사 수장으로 임명돼 지금까지 2년 넘는 시간을 숨가쁘게 달려온 이 사장이 남은 임기에 꼭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독일 옥토버페스티벌이나 브라질 삼바축제처럼 축제를 즐기기 위해 한국을 찾게 할 수 있는, 한국을 대표하는 축제를 만들고 싶습니다. 세계적으로 한국 사람만큼 놀기 좋아하는 민족도 없어요. 한국인의 '흥(興)' 기질을 표출할 수 있는 축제를 정착시킨다면 세계 어느 축제 못지 않게 관광객들이 찾아올 겁니다. '창덕궁 달빛기행'처럼 고궁에서 열리는 축제도 한국의 문화와 감수성을 표현해줄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겁니다.

1만명 넘는 中바오젠 단체관광 2년간 지극정성 끝에 유치 성공


■이 참 사장은

'한국 돕는다'서 '발전 참여'… 이름, 韓祐서 參으로 바꿔
"고춧가루엔 어울림의 맛" 폭탄주 제조땐 꼭 넣어


30여년 전 24세의 한 독일인 청년이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 평소 다른 나라의 문화와 종교에 유달리 관심이 많았던 청년은 동방의 작은 나라에 대한 작은 호기심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자신이 독일 국적을 버리고 대한민국을 가슴 깊이 사랑하는 한국인으로 살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전세계인들에게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리며 한국 관광의 선봉에 선 이참 사장 이야기다. 지난 1978년 우연히 들른 한국의 매력에 빠져 1986년 한국인이 된 이 사장은 '한국을 돕는다'는 의미의 '한우(韓祐)'라는 이름으로 귀화했고 한국을 더욱 발전시키는 일에 '참여한다'는 의미로 '참(參)'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했다. 190㎝가 넘는 장신의 이 사장은 체구에 걸맞게 두주불사형 애주가로 알려져 있다. 특히 그의 독특한 폭탄주 제조법은 애주가 사이에서도 회자되곤 한다. 그가 자신만의 폭탄주 제조를 위해 항상 가지고 다니는 금색 병이 있다. 병 겉면에는 '코칠리(KOCHILLI)'라고 쓰여 있는데 이는 다름 아닌 고춧가루다. 폭탄주를 제조한 후에는 반드시 코칠리로 뒷마무리를 한다. 술뿐만이 아니다. 피자나 스테이크ㆍ햄버거에도 고춧가루를 뿌려 먹는다. "매운맛ㆍ쓴맛ㆍ단맛ㆍ짠맛을 모두 내면서 음식 고유의 맛과 충돌하지 않는 게 고춧가루입니다. 한국인이 가진 어울림의 기질이 고춧가루 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고 그 어울림의 맛이 너무나 좋습니다."

관광공사 수장으로서 근성도 남다르다. 최근 한국 관광의 최대 성과로 꼽히는 중국 바오젠 인센티브 관광객 유치는 이 사장의 숨은 노력이 맺은 결실이다. 공사가 바오젠의 단체관광 정보를 입수한 것은 이 사장 취임 직후인 2009년 9월. 바오젠이 1990년대 중반부터 매년 실적이 좋은 직원을 선발해 아시아나 유럽 등지로 포상여행을 보낸다는 것을 알게 된 이 사장은 이들을 2011년까지 한국에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사장은 2009년 11월 베이징을 방문해 리다오(李道) 바오젠 총재를 면담한 것을 시작으로 1년 이상 리 회장에게 지극정성을 다한 끝에 일본ㆍ호주 등 쟁쟁한 경쟁국을 물리치고 사상 최대인 1만1,000여명의 단체관광객을 한국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특히 지난해 국경절 연휴에는 리 총재와 가족들을 초청해 최고급 한우와 김치, 서민적 음식인 수제비와 감자탕 등을 맛보게 했다. 정성에 탄복한 리 총재는 호주 측의 파격적인 제안(1인당 한화 30만원 상당 지원)도 거절하고 한국을 선택했다고 한다.

이 사장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여행지는 어디일까. 그는 "한반도 구석구석 모든 곳에 매력이 넘친다"는 말로 즉답을 피하면서도 올 여름 11일의 여름휴가 기간에 캠핑카를 타고 가족들과 함께 여행 다닌 평창 오대산, 청송 주왕산, 산청 지리산, 남해 금산, 진안 마이산, 전주한옥마을 등이 좋았다고 소개했다. 이 사장은 "파워스폿(Power Spotㆍ기)이 잘 흐르고 시원한 기운이 넘치는 곳을 중심으로 다녔는데, 특히 남해 금산 보리암에서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달성을 기원하고 돌아서는 불사조 모양의 흰구름이 피어 오르는 것을 보고 좋은 징조를 느꼈다"고 말했다. 동양사상이나 정신에 대한 그의 애정과 관심은 웬만한 동양인들도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다.

약력

▦1954년 독일 바트크로이츠나흐 ▦1977년 독일 구텐베르크대 졸업 ▦1978년 주한 독일문화원 강사 ▦1986년 한국으로 귀화 ▦1992년 한독상공회의소 이사 ▦2000년 참스마트 대표이사 ▦2002년 KTF 사외이사 ▦2004년 기아자동차 고문 ▦2004년 기획예산처 혁신자문위원 ▦2007년 대통령선거 한반도대운하 홍보대사 및 대통령후보 특별보좌역 ▦2007년 예일회계법인 고문 ▦2009년~ 한국관광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