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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몰고 온 트랜스포머의 역습

논란 몰고 온 트랜스포머의 역습

경향신문 | 백승찬기자 | 입력 2009.07.02 18:03

 



지난달 24일 개봉한 <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 이 예고된 흥행 몰이를 하고 있다.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개봉 첫 주말 이 영화를 본 전국 관객은 287만명. 이는 역대 외화 첫 주말 최고 관객인 <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 > (271만명)를 넘는 기록이며, 한국 영화를 합하면 < 디 워 > (295만명)에 이어 2위에 해당한다. <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 > 가 개봉하는 15일까지는 별다른 경쟁작이 없어, 홍보사 측은 <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 이 역대 외화 흥행 1위인 전편의 기록(75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량, 기술력으로만 보면 한국영화가 이기기 힘든 '괴물'처럼 보이는 < 트랜스포머 > 는 한국영화계에 해묵은 몇 가지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 트랜스포머 > 를 계기로 불거진 한국영화계의 세 가지 논란을 짚어본다.

1. 센놈이 독차지하는건 당연! 
전국 스크린 56% 독과점 시비 불러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스크린 가입률 98%)에 따르면, < 트랜스포머 > 626~28일 전국 1174개 스크린에서 상영됐다. 2009 6월 현재 전국 스크린 수가 2105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56%의 스크린에서 이 영화를 상영한 셈이다. 이는 2007 <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 > 가 상영된 912개 스크린을 훨씬 뛰어넘는 역대 최다 기록이다 

전회가 아니라 하루 중 일부 시간대에만 상영하는 '교차상영'도 스크린 수에 잡히기 때문에, 극장에 < 트랜스포머 > 만 걸려있다고 주장하긴 힘들다. 하지만 < 트랜스포머 > 는 교차상영이라 하더라도 하루 중 관객이 많이 몰리는 저녁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걸리고 있다. 반면 < 걸어도 걸어도 > < 블룸형제 사기단 > < 반두비 > '작은' 영화들은 관객이 적은 오전 시간대에 걸리거나 소수의 스크린을 공유하는 상황이다.

해묵은 스크린 독과점 논쟁이 일 조짐을 보이자 배급사도 난감해하는 기색이다. CJ엔터테인먼트는 필름 550, 디지털 파일 45개만을 극장에 제공했다. 하지만 필름 하나로 두 군데 이상 스크린에 '인터락' 방식으로 상영하거나, 디지털 파일을 복사하는 일까지 막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CJ CGV 관계자는 "관객이 < 트랜스포머 > 만 찾으니 현장에서는 전관에라도 다 걸고 싶은 심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식당은 손님의 편식을 탓하고, 손님은 식당에 메뉴가 하나밖에 없다고 불평하는 상황이다.

2. 영화는 제값 내고 봐야지!
할리우드 대작 업고 관람료 인상

◇영화 관람료는 2001 7000원으로 인상된 이래 8년째 고정됐다. 그 사이 신용카드, 휴대전화 멤버십 서비스의 할인 혜택 등으로 관객의 체감 관람료는 더 낮아졌다. 부가판권 시장 몰락, 수익률 저하 등으로 극장 수익에 목을 매고 있는 영화인들은 꾸준히 '관람료 현실화'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 와중에 멀티플렉스 메가박스가 지난달 26일을 기점으로 관람료를 1000원 인상했고, 롯데시네마 1일부터 같은 가격으로 올렸다. 상황을 살피고 있던 업계 1 CJ CGV 3일부터 인상 대열에 동참한다.

관람료 인상의 계기는 역시 < 트랜스포머 > 개봉이다. 과거의 사례도 관람료 인상은 할리우드 흥행 대작의 개봉과 맞물렸다. 관람료가 7000원으로 오른 계기는 2000 크루즈 주연의 < 미션 임파서블2 > 였다. 관객 반발이 거세자 극장 측은 7000원에 예매한 관객에게 1000원을 환불해주는 소동을 벌였지만, 결국 이듬해 관람료는 7000원으로 올랐다. 관람료가 6000원으로 오른 1995년엔 < 다이하드3 > 가 개봉했다.

영화예매사이트 맥스무비가 관람료 인상 소식이 전해진 직후 관객 7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55% '관람료가 올라도 관람횟수에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맥스무비 측은 "관람료 인상에 대한 소비 위축을 < 트랜스포머 > 티켓 파워가 억제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3. 평론가 당신들이 틀렸어!
차가운 평단-뜨거운 관객 극단 대립

◇한 영화를 두고 평단과 관객의 평이 엇갈리는 추세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 트랜스포머 > 의 경우는 유독 심하다. 전 세계 동시 개봉을 한 영화 특성상 < 트랜스포머 > 는 언론·배급 시사회 1, 일반 관객 시사회 1회만 진행됐다. 개봉전 영화에 대한 입소문, 정보가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사전에 노출된 언론의 < 트랜스포머 > 평가는 부정적인 편이었다. 전편에 비해 물량은 커졌으나 이야기가 헐겁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부정적인 리뷰에 대해 < 트랜스포머 > 의 팬을 자처하는 누리꾼들은 온갖 악성 댓글을 달았다.

실제 < 트랜스포머 > 개봉 이후 관객의 반응은 평단보다 호의적이다. '네이버 영화'의 누리꾼들은 2일 현재 10점 만점에 8점대의 점수를 매겼다. 소극적 호평이 아니라 열렬히 옹호하는 팬이 많다는 점도 < 트랜스포머 > 의 특징이다.

이 영화를 홍보하는 올댓시네마 관계자는 "등장하는 로봇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마니아층이 영화에 대한 호평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봉석씨는 "한국 평단에서 장르 영화에 대한 편견이 있다보니, 대중영화를 가혹하게 평가하는 측면이 있는 듯하다" "대중이 왜 이 영화를 좋아하는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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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찬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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