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몰고 온 트랜스포머의 역습
경향신문 | 백승찬기자 | 입력
지난달 24일 개봉한 <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 이 예고된 흥행 몰이를 하고 있다.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개봉 첫 주말 이 영화를 본 전국 관객은 287만명. 이는 역대 외화 첫 주말 최고 관객인 <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 > (271만명)를 넘는 기록이며, 한국 영화를 합하면 < 디 워 > (295만명)에 이어 2위에 해당한다. <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 > 가 개봉하는 15일까지는 별다른 경쟁작이 없어, 홍보사 측은 <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 이 역대 외화 흥행 1위인 전편의 기록(75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량, 기술력으로만 보면 한국영화가 이기기 힘든 '괴물'처럼 보이는 < 트랜스포머 > 는 한국영화계에 해묵은 몇 가지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 트랜스포머 > 를 계기로 불거진 한국영화계의 세 가지 논란을 짚어본다.
1. 센놈이 독차지하는건 당연!
전국 스크린 56% 독과점 시비 불러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스크린 가입률 98%)에 따르면, < 트랜스포머 > 는 6월26~28일 전국 1174개 스크린에서 상영됐다. 2009년 6월 현재 전국 스크린 수가 2105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 56%의 스크린에서 이 영화를 상영한 셈이다. 이는 2007년 <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 > 가 상영된 912개 스크린을 훨씬 뛰어넘는 역대 최다 기록이다.
전회가 아니라 하루 중 일부 시간대에만 상영하는 '교차상영'도 스크린 수에 잡히기 때문에, 극장에 < 트랜스포머 > 만 걸려있다고 주장하긴 힘들다. 하지만 < 트랜스포머 > 는 교차상영이라 하더라도 하루 중 관객이 많이 몰리는 저녁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걸리고 있다. 반면 < 걸어도 걸어도 > < 블룸형제 사기단 > < 반두비 > 등 '작은' 영화들은 관객이 적은 오전 시간대에 걸리거나 소수의 스크린을 공유하는 상황이다.
해묵은 스크린 독과점 논쟁이 일 조짐을 보이자 배급사도 난감해하는 기색이다. CJ엔터테인먼트는 필름 550벌, 디지털 파일 45개만을 극장에 제공했다. 하지만 필름 하나로 두 군데 이상 스크린에 '인터락' 방식으로 상영하거나, 디지털 파일을 복사하는 일까지 막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CJ CGV 관계자는 "관객이 < 트랜스포머 > 만 찾으니 현장에서는 전관에라도 다 걸고 싶은 심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식당은 손님의 편식을 탓하고, 손님은 식당에 메뉴가 하나밖에 없다고 불평하는 상황이다.
2. 영화는 제값 내고 봐야지!
할리우드 대작 업고 관람료 인상
◇영화 관람료는 2001년 7000원으로 인상된 이래 8년째 고정됐다. 그 사이 신용카드, 휴대전화 멤버십 서비스의 할인 혜택 등으로 관객의 체감 관람료는 더 낮아졌다. 부가판권 시장 몰락, 수익률 저하 등으로 극장 수익에 목을 매고 있는 영화인들은 꾸준히 '관람료 현실화'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 와중에 멀티플렉스 메가박스가 지난달 26일을 기점으로 관람료를 1000원 인상했고, 롯데시네마도 1일부터 같은 가격으로 올렸다. 상황을 살피고 있던 업계 1위 CJ CGV도 3일부터 인상 대열에 동참한다.
관람료 인상의 계기는 역시 < 트랜스포머 > 개봉이다. 과거의 사례도 관람료 인상은 할리우드 흥행 대작의 개봉과 맞물렸다. 관람료가 7000원으로 오른 계기는 2000년 톰 크루즈 주연의 < 미션 임파서블2 > 였다. 관객 반발이 거세자 극장 측은 7000원에 예매한 관객에게 1000원을 환불해주는 소동을 벌였지만, 결국 이듬해 관람료는 7000원으로 올랐다. 관람료가 6000원으로 오른 1995년엔 < 다이하드3 > 가 개봉했다.
영화예매사이트 맥스무비가 관람료 인상 소식이 전해진 직후 관객 7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55%가 '관람료가 올라도 관람횟수에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맥스무비 측은 "관람료 인상에 대한 소비 위축을 < 트랜스포머 > 티켓 파워가 억제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3. 평론가 당신들이 틀렸어!
차가운 평단-뜨거운 관객 극단 대립
◇한 영화를 두고 평단과 관객의 평이 엇갈리는 추세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 트랜스포머 > 의 경우는 유독 심하다. 전 세계 동시 개봉을 한 영화 특성상 < 트랜스포머 > 는 언론·배급 시사회 1회, 일반 관객 시사회 1회만 진행됐다. 개봉전 영화에 대한 입소문, 정보가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사전에 노출된 언론의 < 트랜스포머 > 평가는 부정적인 편이었다. 전편에 비해 물량은 커졌으나 이야기가 헐겁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부정적인 리뷰에 대해 < 트랜스포머 > 의 팬을 자처하는 누리꾼들은 온갖 악성 댓글을 달았다.
실제 < 트랜스포머 > 개봉 이후 관객의 반응은 평단보다 호의적이다. '네이버 영화'의 누리꾼들은 2일 현재 10점 만점에 8점대의 점수를 매겼다. 소극적 호평이 아니라 열렬히 옹호하는 팬이 많다는 점도 < 트랜스포머 > 의 특징이다.
이 영화를 홍보하는 올댓시네마 관계자는 "등장하는 로봇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마니아층이 영화에 대한 호평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 백승찬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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