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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충무로 르네상스'에도 충격파

아바타, '충무로 르네상스'에도 충격파

'괴물' 넘어 국내 흥행 1위 눈앞… "한국 영화 새 목표점"

한국일보 | 입력 2010.02.24 21:55 | 수정 2010.02.24 22:36

세계 곳곳에서 각종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아바타'가 26일 국내 흥행 1위 '괴물'(1,301만명)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아바타'의 흥행 왕좌 등극은 1999년 '쉬리' 이후 10여년 간 전성시대를 구가했던 '충무로 르네상스'가 변혁기를 맞게 됐음을 의미한다.


23일까지 '아바타'를 본 국내 관객은 1,296만명으로 추정된다. 평일 평균 2만명이 관람하고 있어 늦어도 26일이면 '괴물'의 기록을 깨게 된다. '아바타' 개봉 전까지 국내 흥행 기록 1~10위는 한국영화가 독차지했다. '아바타'로 인해 한국영화의 아성이 단번에 무너지게 된 것이다. 미국 흥행집계조사기관 무비라인인터내셔널에 따르면 21일 기준 '아바타'의 한국 극장 수입은 1억367만 달러로 71개 개봉 국가 중 7위를 기록했다.

그간 '괴물'의 흥행 기록은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다. 처음부터 흥행 돌풍을 일으켰지만 국내 영화계에는 "설마"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외국영화의 1,000만 관객 돌파는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아바타'의 홍보마케팅을 담당한 영화사 영화인의 한 관계자는 "외화 최고 흥행 기록을 지닌 '트랜스포머'(765만명)를 뛰어넘는 게 1차 목표였다. 내부 시사를 거친 뒤 1,000만 관객을 예감했지만 이렇게까지 잘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아바타'의 흥행 기록은 '한국영화 프리미엄'이 사라졌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난 10년여간 한국영화는 친숙한 소재와 언어로 국내 관객들을 유인했고, 관객들도 상대적으로 한국영화에 관대했다. 2007년 민족적 자긍심을 자극하며 관객들을 끌어들인 심형래 감독의 '디 워'가 대표적이다. 영화평론가 김형석씨는 "'쉬리'가 개봉했을 당시 '타이타닉'의 흥행 기록을 넘어서자며 마치 금 모으기 운동처럼 '쉬리' 보기 운동이 벌어졌었다"며 "'아바타'의 흥행 1위는 영화의 국적에 대한 관객들의 태도가 이젠 바뀌었음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아바타'가 충무로에 자극제로 작용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해석도 있다. 주필호 주피터필름 대표는 "그동안 '괴물'은 넘을 수 없는 에베레스트처럼 보였는데 외화가 1위가 되니 왠지 넘고 싶어졌다"며 "'아바타'의 성공은 한국영화의 창작 욕구를 북돋우는 새로운 목표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