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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에 미친 우리에게 더 많은 한류를 달라”

“한국문화에 미친 우리에게 더 많은 한류를 달라”

동아일보 | 입력 2011.06.04 03:16 | 수정 2011.06.04 11:59 |

[동아일보]

"여러분이 케이팝(K-pop) 공연을 더 해 달라고 시위를 벌인 그분들인가. 그대로 방치하면 더 '미칠' 것 같아 구제하려고 왔다. 하하."(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단순히 케이팝에만 미친 게 아니다. 우린 한국문화 전반에 진짜 미친 사람들이다. 하하하…."('코리안커넥션' 막심 파케 회장) 2일 오후(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의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는 정 장관과 프랑스의 한국문화 팬클럽인 코리안커넥션 멤버 간의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5월 1일 코리안커넥션이 SM엔터테인먼트의 파리 추가 공연을 요구하는 플래시몹(불특정 다수가 한 주제로 모이는 깜짝 집회)을 벌인 것이 계기가 됐다. 이를 눈여겨본 정 장관이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한류 열기의 확산 방안 마련에 나선 것.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전병헌,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도 자리를 함께했다.

간담회 내내 웃음이 그치지 않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지만 이날 모인 코리안커넥션의 멤버 10여 명은 "외국인들이 한국문화를 즐기기 위해서는 개선할 점이 많다"며 따끔한 지적을 잊지 않았다. 상드린 수 제스린 씨는 "한국 가수의 공식 팬클럽에 외국인은 들어갈 수가 없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제스린 씨는 팔에 '동방신기' '슈퍼주니어'라고 문신을 새겼을 만큼 한국 가요의 열성 팬이다.

파케 회장은 "한국 드라마, 가요를 정당한 방법으로 즐기고 싶지만 유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는 방법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때문에 프랑스 한류 팬들이 본의 아니게 불법 다운로드에 의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K팝 그룹 가운데 '빅뱅'을 가장 좋아한다며 즉석에서 정 장관에게 빅뱅의 파리 공연을 성사시켜 줄 것을 부탁해 흔쾌한 답변을 받아내기도 했다.

멤버들이 전하는 프랑스의 한류 열기는 상상 이상으로 뜨거웠다. 이들은 10, 11일 열리는 SM타운의 공연에 대해서도 큰 기대를 나타냈다. 교사인 카롤린 불레 씨는 "SM 공연의 가장 싼 티켓 가격이 110유로(약 17만 원) 정도로 아주 비싼데 짧은 시간에 매진된 걸 보면 프랑스의 열성 한류 팬은 10만 명은 족히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옆의 다른 회원은 "아니다, 아마 13만 명쯤은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문화의 매력에 대해 이들은 '전통문화가 살아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세일즈 매니저인 코랄리 피노 씨는 "버스에서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등 프랑스가 잃어버린 미덕이 한국에는 살아있는 게 장점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케이팝에 '미친' 코리안커넥션 회원들에게 정 장관은 한국에 초청하겠다고 약속했다. 내년 아이돌 가수들의 무료공연인 드림콘서트에 이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 또 국가별로 열리는 케이팝 경연대회의 우승자들이 벌이는 결승전을 한국에서 열겠다고 말했다. 멤버들은 우리말로 "아주 좋은 생각"이라며 환호로 답했다.

한편 간담회에 앞서 같은 장소에서는 한류 확산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유럽, 아프리카, 중동의 16개국 한국문화원·문화홍보관장 회의가 열려 한류의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정 장관은 외규장각 도서를 처음 발견한 재프랑스 서지학자 박병선 박사를 면담하고 감사장을 수여한 뒤 11일 개최되는 외규장각 도서 귀환 기념행사에 참석해줄 것을 요청했다.

파리=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