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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해외 영토 넓힌다] “한국계 은행 서비스 최고”… 중국서 거세지는 ‘금융한류’

[한국경제 해외 영토 넓힌다] “한국계 은행 서비스 최고”… 중국서 거세지는 ‘금융한류’

국민일보 | 입력 2011.04.19 18:51 | 수정 2011.04.19 22:37 |

(14) 中 진출 국내 은행들 현지화에 주력

"중국에서 가장 친절한 은행을 꼽자면 한국계 은행이죠."

지난 2일 중국 베이징(北京)에 있는 우리은행 왕징(望京)지점에서 만난 한 중국인 고객은 '왜 한국 은행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망설임 없이 답했다. 창구 수도 10여개 미만으로 중국계 은행에 비하면 매우 적은 규모지만 직원 모두 중국인이라 불편함이 전혀 없다고도 했다. 우리은행 중국법인의 현지 고객 수는 6만3000명. 전체 고객의 60% 정도다. 교민이나 한국기업의 금융거래만 담당할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2007년 설립 이후 불과 4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질 높은 서비스에 '올인'=현재 중국에 진출해 있는 국내 은행 10곳의 목표는 모두 '현지화'다. 얼마만큼의 중국 고객을 유치하냐는 게 최대 고민거리. 한국계 은행들이 이를 위해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은 '최고의 서비스 제공'이다. 중국 금융당국이 금융위기 이후 중국계뿐 아니라 외자은행에도 더욱 엄격한 재무건전성 잣대를 대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와 달리 은행이 자체적으로 금리를 높인 상품 등을 개발해 판매할 수 없다. 또 중국계 은행들이 서비스를 크게 중시하지 않고 있어 차별성을 가질 수 있다.

이 같은 서비스 때문에 한국계 은행을 택하는 현지 고객이 늘고 있다. 영국계 에너지회사에 다니는 리우량(30)씨는 1년 넘게 월급통장 개설뿐 아니라 출장을 위한 환전업무 등을 하나은행 베이징 분점에서 이용하고 있다.

리우씨는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서비스"라며 "인터넷뱅킹의 편리함과 직불카드를 통해 타행 기기에서 돈을 뽑아도 수수료가 전혀 없는 점 등은 중국 은행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하나은행은 전체 고객 중 현지인 고객 비중이 예금 70%, 대출 60%에 달한다.

또한 중국에 진출해 있는 씨티은행, HSBC, 스탠더드차터드(SC) 등 글로벌 은행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도 한국 은행의 매력이다.

우리은행은 2009년 5월 외국계 은행으로서는 여섯 번째로 직불카드 업무를 개시했고 파생상품 취급도 승인받았다. KB국민은행 광저우(廣州) 지점은 국내 지점과의 협력 마케팅을 통해 자금이 필요한 중견기업에 적극적인 여신 지원과 무역 관련 외환거래를 확대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중국 금융당국과의 조율을 통해 올 4분기 안에 모기지론 등을 출시할 예정이며 하나은행은 전자대출시스템을 통해 하청업체 납입금 등을 납입일 전에 미리 결제해 주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중국 내 190여 외국계 은행 중 우리나라 은행은 10곳이며 이들의 영업점(지행·분행)은 모두 63곳이 있다.

◇현지인 지점장 파격 채용…'평생직장'=국내은행의 중국 현지화를 위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인력'이다. 중국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직원 역시 실력이 뛰어난 현지인으로 배치하는 게 효율적이다. 하지만 중국에 진출해 있는 은행들 모두 신입사원을 뽑아도 더 좋은 조건의 직장이 생기면 떠나버리는 직원들 탓에 상심이 컸었다.

이에 은행들은 고심 끝에 나름의 해결책을 내놓았다. 신한은행 중국법인은 지난해부터 한국 본사와의 협력을 통해 1박2일 연수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현지 직원과 본사 직원 간의 네트워크를 쌓아 '평생직장'이라는 마인드를 심어주겠다는 취지다. 4년차 리영쓰(29·여) 대리는 "외국계 은행이기 때문에 기업문화 등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으나 연수프로그램과 함께 평소 사이버상에서 직원들에게 한국어도 배우는 등 꾸준히 교류하고 있어 내 직장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 4대 은행 중 하나인 건설은행에서 이직한 우리은행의 무하이옌(35·여) 과장도 "국가 정책상 여러 가지 제약이 많지만 발전 가능성이 크고 상사와의 소통도 유연해 회사와 계속 함께할 생각"이라고 했다. 하나은행은 우수한 현지 인력을 붙잡는 노력의 일환으로 중국 내 13개 영업점 중 6곳의 지점장을 현지인으로 채용해 직원들에게 사기를 불어넣기도 했다.

◇"중국을 제2금융영토로 만들겠다"=국내 금융지주사들이 한결같이 올해 사업 목표 중 하나로 해외진출 확대를 내세우면서 중국에 진출에 있는 은행들은 더욱 바빠졌다. 타 은행과의 차별화된 영업 전략을 세워 현지화에 승부를 걸겠다는 목표다.

김희태 전 우리은행 중국법인장은 "중국을 외국으로 생각하지 않고 한국과 똑같이 본다"며 "올해 안에 영업 인력을 60명까지 늘려 기업과 개인을 타깃으로 현지 고객에 대한 영업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우리은행은 중국 고객 중 VVIP(VIP보다 한 단계 높은 최상류층 고객)를 위한 플래티늄 카드 출시도 앞두고 있다.

성국제 신한은행 중국법인장은 "2020년까지 한·중 연계 1등 파트너 외자은행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일환 하나은행 중국법인장은 "중국 내에서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드느냐에 성공 여부가 달렸다"며 "올해 안에 현재 영업조직을 두 배 이상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김종범 KB국민은행 광저우 지점장 역시 "중국에서의 영업 환경이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국민은행 만의 강점을 살린 전략을 세워 단기적 성과를 바라기보다 꾸준히 일관된 자세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베이징=글·사진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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