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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융합의 시대..융합학문, 융합형인간이란 무엇인가? (1)

[연재] 융합의 시대..융합학문, 융합형인간이란 무엇인가? (1)
BY 박상욱   l  2011.04.05
과학자 vs. 과학자의 가상토론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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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자료/ 위키미디어 공용

온 기자: 두 선생님들, 어서들 오세요. 상당히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간 안녕들 하셨는지요. …오늘은 최근에 점점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융합학문’이라는 주제를 두고서 두 분 박사님의 토론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나이철 박사(나박):  안녕하십니까!

소시열 박사(소박):  안녕하세요. 바쁘시죠?


온 기자: 오늘 주제인 융합학문에 관해서 말씀을 나누기 전에… 아무래도 먼저 융합학문이라는 것을 어느정도 정의하고 들어가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

소박: 시작부터 어렵네요. 융합학문이라는 것, 일종의 신조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진화하는 학문 연구 동향을 반영해서 새로 만든 말인데, 그야말로 현재진행형이죠. 어제의 정의와 오늘의 정의가 다르고, 또 내일의 정의가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토론을 위해 편의상 어느 정도 현 시점에서 동의하는 부분을 정리하고 넘어가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나박: 말씀이 어렵네요. 오랜만에 나와서 그렇게 느껴지는건가…


학제간 학문, 다학제 학문, 융합학문…

소박: 일단 융합학문 이전에 우리가 그런 류의 학문을 부를 때 썼던 말부터 알아보죠. 학제간 또는 간학제, 다학제 학문이라는 용어 많이 들어보셨죠? 학제와 학제 사이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학문, 여러 개의 학제가 함께 연구하는 학문 등을 바로 학제간 학문이라고 부릅니다. 영어로는 interdisciplinary studies라고 하지요.

온기자 : 여기서 초보적인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하나의 소재 또는 주제에 대해 여러 학제가 동시에 관심을 갖고 접근하는 경우와 학제간 연구는 어떻게 다르죠?


소박: 한 가지 공통 주제에 대해 여러 학제에서 각각의 시각, 이론, 방법론을 이용해서 조명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원자력’이라는 주제가 있다고 합시다. 원자력공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의학, 환경학, 법학, 행정학, 경영학, 사회학… 정말 다양한 학제에서 원자력을 주제로 삼을 수 있지요. 현대사회의 문제는 복합하고 다면적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어요. 하지만 각각의 학제에서 따로 접근한다면 이것은 학제간 연구라고 볼 수 없습니다. 최소한, 여러 학제에서 참여하는 연구자들이 함께 팀을 이루어 공동연구를 한다던가 해야 학제간이라고 부를 수 있겠지요.


나박: 그거, 일 하다 보면 가끔 불려다니기도 하는데요. 저는 이견이 좀 있어요. 학제간 연구라고 해서 갔더니, 저는 과학 연구를 하고, 다른 공동연구자는 또 그 사람 전공, 예를 들어 사회학을 하고… 그냥 따로 놀기입디다. 학제간 연구를 한다고 프로포절을 써야 딸 수 있는 연구비가 따로 있더라고요. 그러니 그걸 따 먹으려면 여기저기서 사람 모아다가 제안서를 쓰기는 하는데, 실제로는 연구비 나눠 먹고 각자 하던 연구 하는거에요. n분의 1이라고요.


소박: 그런 부작용이 있나요. 제 경험상으로는 아주 유익했던 경우가 많았는데요. 아, 그러고 보니 제 경우엔 사회과학 분야 내에서 협동연구를 했던 것이네요. 경제학, 사회학, 행정학 이렇게.


나박: 각자 따로 연구를 해서, 보고서도 결국 각 장마다 따로 놀고 최종결론 부분만 연구책임자가 대충 감상문 식으로 씁디다. 이렇게 하지 않고 진짜 제대로 협동연구를 해도 문제에요.


온기자: 왜 그렇습니까?



인문사회학ㅡ이공학 함께하는 융합연구의 ‘벽’


나박: 이공계 내에서 협동연구를 할 때엔 별 문제가 없어요. 왜냐면 시각이나 접근방법이 좀 다르고, 사용하는 기기에 따라 나오는 데이터도 좀 다르고 그렇긴 해도, 근본적으로는 일단 서로 말이 통해요. 언어가 통한다는 얘기죠. 그리고 서로의 분야를 독립적으로 존중합니다. 그런데 이공계와 비이공계가 학제간 협동연구를 하면 말이죠…


소박: 말이죠..?


나박: 인문사회학 하는 분들이, 뭐랄까, 이공계 연구자들을 좀 구경하는 그런 식이에요. 자기네 얘기를 잘 알아듣지 못한다고 은근히 무시하기도 하고 말이죠. 아, 이건 피해의식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거꾸로 우리 얘기를 그쪽이 못 알아듣는 것에 대해서는 어찌나 뻔뻔한지. 아예 첫 회의부터 “저는 과학 쪽은 정말 하나도 모릅니다. 고등학교 때 이후로 한 적이 없는데 그나마 다 까먹었습니다. 그냥 까막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렇게 뻔뻔하게 구는 건 다반사고요. 우리가 쉽게 설명을 해 줘도 알아듣지 못하고, 뒤에서는 “과학자들은 쉽게 설명하는 스킬이 부족해.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어” 하고 험담을 해요. 그래 놓고는 우리가 사회적 영향을 등한시하고 단편적으로 생각한다고 몰아세우기나 하고, 과학을 어떻게 연구하는지 ‘관찰’하겠다고 들고, 솔직히 말해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소박: 그러니까, 자신들의 무식에는 당당한 그런 태도가 문제가 되는 것 같은데요. 음… 저도 내 자신을 돌이켜 보니 나 박사님이 지적하신 태도와 전혀 상관없다고 말하긴 어렵겠네요. 다만 이런 것은 있습니다. 인문학, 사회과학 하는 분들이 보기에 과학기술은 고도의 전문지식으로 보입니다. 반면 인문학, 사회과학은 일종의 교양이랄까, 살아가면서 보편적으로, 그래도 어느 정도는 알게 되는 그런 것으로 느끼거든요. 그러니 과학자들에게도 어느 정도의 인문사회적 소양은 기대를 하게 되는데, 반면 과학기술 지식의 장벽은 너무나 높아서 애초에 접근을 포기해버리는 것이죠.


나박: 일종의 비대칭성이구만요. 바꾸어 말하자면 과학기술 지식을 쌓는 것이 더욱 어렵고, 비과학자가 과학자 커뮤니티 내부로 들어가는 것은 매우 어렵겠지요. 결국 사회과학자들은 과학기술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바깥에서 어쩌고 저쩌고 훈수만 두는 입장이고, 과학자, 공학자들은 내부의 얘기를 바깥으로 적극적으로 퍼 날라야 하는 의무까지 지게 되는거네요. 이래서야 접점이 생기겠으며, 학문간 융합이라는게 되겠습니까? 제 생각에는, 융합학문이라는 건 이공계 내에서 또 비이공계 내에서 해야지, 이공계-비이공계간 융합이라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더욱이, 그런 융합의 경우 과학자들이 훨씬 더 많은 일을 하게 되니 불공평합니다.


소박: 그렇게 단정을 짓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공계-비이공계 융합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실제로 몇몇 분야에서는 그러한 융합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봅니다. 이 얘기를 하려면, 처음에 했던 얘기로 좀 돌아가겠습니다. 학제간 학문 말씀인데요. 학제간 학문이 학제와 학제 사이에 존재하다가, 잘 자리를 잡으면 일종의 새로운 학제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더 두터워지는 네트워크 연결망, 융합학문의 조건!


나박: 새로운 학제의 탄생과정이라면, 사실, 현재 ‘학제’라고 불리는 많은 학문들은 처음엔 거의 한덩어리였어요. 근대 과학이 성립하기 전에 철학과 과학은 구별되지 않았죠. 자연에 대해 생각하는 방법, 즉 철학이, 경험적 증거와 과학적 합리성을 갖추게 되면서 과학이 된 것입니다. 또한 자연과학 내의 각 학제가 성립한 것은 19세기 이후의 일이에요. 공학의 경우엔 그보다도 더 뒤에 여러 학제로 분화되었습니다. 학제의 분화는 지금도 계속 일어나고 있는 일이에요. 기존 학제의 진화도 마찬가지고요. 예를 들어 대학 학과들의 이름이 바뀌고, 새로운 학과나 대학원이 생겨나고 이런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소박: 그러니까, 학문은 분화해서 점점 더 다양해지고 그 분류는 복잡해진다는 말씀이군요? 마치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것처럼요.


나박: 저는 인문사회학자들이 자연과학 용어를 함부로 가져다가 사용하지 않았으면 하네요. 정확한 의미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일종의 메타포(은유)로 사용하는데, 그것은 용어와 개념을 오용하는 것입니다. 소 박사님도, 최소한 계, 주위, 우주의 엔트로피를 구분할 줄 알고, 에너지 출입과 엔트로피의 관계 같은 것을 설명할 수 있으면, 그러면 사용하세요. 아니면 앞으로 함부로 쓰지 마십시오. 뭐, 무조건 복잡해지고 무질서해지면 엔트로피래. 어디서…


소박: … 주의하죠. 아무튼, 네. 새로운 학제는 기존 학제에서 분화되어 나타나죠. 그런데 지금 우리가 얘기하고 있는 학제간 학문은, 기존 학제들 사이의 틈새 공간에서 나타나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먼저 학제란 무엇인지 얘기를 해보죠. 학제라는 것은, 공통의 지식이라는 인식론적 기반과 학자들의 커뮤니티라는 사회적 기반 이 두 가지에 의해 구성됩니다. 둘 중 하나만 있어서는 학제라 부를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학과에 소속되어 있지만 그 학문을 모른다면 학제에 속한 것이라 할 수 없고, 또 어떤 학문에 정통하지만 해당 학계에 소속되어 있지 않다면 학제 내에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학제와 학제 사이에서 학제간 학문이 등장하는 메커니즘을 보면, 상대 학문에 대한 이해를 갖춘 누군가가 두 커뮤니티에 동시에 속하게 되면서 일종의 링크 역할을 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마치 거대한 두 덩어리의 네트워크 사이에 가교가 놓이듯이.


나박: 네트워크에 대해 좀 아시네요. 그렇죠. 예를 잘 드셨어요. 그런 링크가 많아지면 두 네트워크 덩어리, 클러스터라고 하는데요. 클러스터와 클러스터 사이에 새로운 클러스터가 생길 수 있어요. 그 부분을 학제간 학문이라고 볼 수 있겠군요. 동감합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클러스터가 더 커져서 아예 새 학제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양쪽 클러스터 사이를 메워버려서 거대한 융합 클러스터가 될 수도 있겠군요. 오호. 학제간 학문과 융합학문이 뭔지 머리 속에서 가시적으로 그려지기 시작합니다.


소박: 실제로 그림으로 그리기도 합니다. 사회연결망분석(SNA)라고 해서, 논문의 공동저자, 인용과 피인용, 공동발명, 특허 인용 등 다양한 데이터를 이용해서 네트워크 그림을 그리지요.


나박: 그런 그림은 과학, 공학계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그려 온 거에요. 예를 들어 유전자지도, 단백질들 사이의 상관관계, 통신망, 도로망, 철도망, 상하수도망 등 모두 네트워크죠. 그리고 아시나 모르겠는데, 복잡계학이라는 것도 원래 자연과학입니다. 카오스 이론으로 유명한 프리고진은 화학자에요. 학위는 물리학으로 받았지만. 노벨상은 화학으로 받고.


‘장기간에 걸친, 자연스러운’ 학문의 융합


소박: 프리고진은 진정 융합적인 학자였죠. 물리학과 화학을 함께 했고, 인문학에도 조예가 깊었다죠?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사회열역학’이라는 분야도 개척했지요. 최근에 ‘사회물리학’이라는 분야가 뜬다던데, 사실 이 분야는 역사가 깊죠. 경제학에서는 복잡계경제학이라는 분야가 있습니다. 노벨상을 받은 크루그만 교수가 이쪽에도 기여를 많이 했어요. 또 진화경제학이라는 학파도 있지요. 진화이론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요.

나박: 진화이론요? 다윈의 진화론은, 현대적인 진화이론을 진화론과 혼동하면 안 되겠지만, 아무튼 이미 19세기에 어마어마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고 많은 사회학 이론에 영향을 줬어요. 심지어 종교까지 뒤흔들어 놓았고, 이는 서구 사회를 크게 변화시켰어요. 즉, 진화이론이 접목된 융합 분야가 등장한 것도 역시 최근의 일이 아닙니다. 이외에도, 생물학에서 시작된 개념이 더 있어요. 조직이나 시스템에 대한 연구는 생물학의 영향을 크게 받았습니다.


소박: 나 박사님. 아까 융합연구에 대해 회의적이신 것 같았는데, 내공이 상당하신데요?


나박: 제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그저 함께 묶어놓기 식인 인위적인 학제간 연구, 인위적인 융합학문 부양이에요. 우리가 얘기한 역사적 사례들만 봐도, 융합이라는 것은 장기간에 걸쳐서 일어나고, 또 특별한 인물들의 역할도 중요했어요. 뭔가 자연스럽게 그렇게 흘러간 것이다, 이렇게 말할 수도 있죠.


소박: 사회과학에서는 그걸 ‘자연스럽다’ 라고 말하진 않고요, 해당 시대의 사회적 배경, 사상적 맥락, 지리적 인접성, 또는 경제적 필요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그러한 일이 형성되었다고 봅니다.


나박: 자연과학에서는 ‘자연스럽다’라는 말을, 자발적인 변화의 방향을 거스르는 인위적인 개입 없이 무슨 일이 일어날 때 씁니다. ‘~스럽다’라는 말은 비슷하다는 말이에요.

‘융합적인 사람’이란? 두 분야 두루 아는 ‘2인분 인간형’ 아니다


온 기자: 기자로서 흥미로운 키워드를 하나 잡았는데요. 특별한 인물, 즉 남달리 융합적인 인물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 말입니다. 조금 더 얘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나박: 기자들은, 미안한 얘기지만, 인물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천재, 이런 것 좋아하시죠? 나이가 어리면 영재, 신동이고 젊으면 천재, 늙으면 대가 뭐 이런거. 사실 과학은 혼자서 하는 게 아니에요. 특정 인물이 무언가를 다 해결한 것처럼 보는 것 옳지 않아요. 융합학문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중요한 인물이 있었다는 것은 맞지만, 그 사람이 혼자 융합학문을 일으켜 세운 거 아니란 말이에요. 아까 소 박사님이 좋은 얘기해 주셨는데, 그 사람이 구심점이나, 최초의 가교가 될 수는 있겠지만, 결국 네트워크가 형성이 되어야 새로운 융합학문이 되는겁니다. 네트워크가 형성되지 않고 혼자 융합을 외치면 괴짜밖에 되지 않아요.

소박: 저는 융합적인 인물에 대해 얘기해 보죠. 이공계 출신이 경영대학원이나 로스쿨에 간다고 융합적 인물일까요? 거꾸로 인문사회계를 나와서 과학 부근의 학문을 한다고 융합적 인물일까요? 글쎄요. 보통 사람들보다는 훨씬 융합적 인물일 거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겠습니다만. 융합적인 인물이란, 융합적 사고를 하고, 여러 분야의 전문지식을 자유자재로 다루어야 하지 않을까요? 또한, 무엇보다도, 융합을 통한 창발이 있어야 합니다. 두 가지를 함께 잘 하면 ‘이인분 인간’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융합은 다른 얘기라고 봅니다. 두 가지를 섞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융합적 인물이지요.


나박: 한 사람이 해내기에는 힘들겠지요. 두 가지를, 아니, 나아가 여러 가지를 섞어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을 여러 사람이 함께 해야죠.


온기자: 아주 좋은 결론으로 흘러가고 있는 듯 해서 사회자로서 뿌듯합니다. 토론을 마무리하기에 앞서, 그렇다면 융합학문을 위한 정책 제언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인위적인 융합은 학문융합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나박: 인위적으로 한 군데 몰아 넣고 융합학문 하쇼~ 이런 것에는 여전히 반감이 좀 드네요. 다만 이런 것은 있어요. 기존 학제들 사이에 말이죠. 아 이거 정말 둘이 같이 하면 좋겠는데. 이런 감이 오는 분야가 있습니다. 단일 학제에서는 도저히 해결이 되지 않는다던가 하는 것들이죠. 음…  예를 들어 뇌과학 같은 것입니다. 의학, 인지과학, 신경과학, 심리학, 의료공학, 소프트웨어… 모두 필요해요. 그런데 기존의 대학이나 연구소들은 기존 학제들에 기반해서 조직되어 있고 또 제도가 거기 맞춰져 있다 보니 현실적으로 협력이 정말 어려워요. 학계에서 협력을 필요로 할 때 조직과 제도의 장벽을 걷어내주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한 정책이라고 봐요.


소박: 좋은 말씀입니다! 연구현장의 느낌을 알겠습니다. 제가 좀 첨언하자면요. 저는 좀 더 적극적인 입장인데요. 협력이 필요한 분야가 학계에서 등장하고, 정책 수요를 가질 정도로 성장하기를 기다릴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나 박사님이 싫어하신다고 했지만, 인위적 스파크를 일으킬 필요도 있어요. 자꾸 만나게 하고 대화하게 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도록 옆구리를 찌르는 것입니다.


나박: 다분히 톱다운(top-down)스러운 발상이라고 봅니다. 인위적 스파크에서 얼만큼 쓸모있는 아이디어가 나오는지는 모르겠는데, 사실 그 ‘인위적 스파크’에 불려 다니느라 본업에 지장이 있으면 안 되잖아요? 게다가, 그 ‘인위적 부싯돌’에만 연구비를 몰아주면, 현실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요. 우리 그냥 과학 하게 해주시면 안 될까요?


소박: 한국은 선진국입니다. 더이상 개발도상국 시절에 하던 추격전략을 쓸 수 없어요. 남이 만든 것을 따라잡는 식으로는 안 된다는 얘깁니다. 지속성장 하려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직접 내야 해요. 새로운 아이디어는 융합에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나박: 아니, 과학기술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라고 우리가 얘기할 때에는 투자니 노동생산성이니 임금이니 하시면서 과학기술인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에 인색하셨던 분들이, 이제 와서 지속성장을 위해서 과학이 필요하다고 그러세요오? 왜 이럴 때 또 우리한테 짐을 지워요. 네? 우리 과학자들, 외국 나가면 취직 다 됩니다. 과학에는 국경이 없다고요. 애궂은 국가주의나 민족주의는 거부합니다.


소박: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는 국적이 있다지 않습니까?


나박: 그 얘기 한 양반, 엄청난 스캔들 일으킨 분이죠? 바로 국가주의, 민족주의가 과학을 왜곡하고 스캔들에 불쏘시개 역할을 한거요. 잊었어요?


온기자: 아… 분위기 좋았던 토론이 갑자기 엉뚱한 곳으로 가려고 합니다. 여기서 오늘 토론을 마치겠습니다. (후다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