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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생태계/지식

방사능 공포, 정확한 정보로 물리치자

방사능 공포, 정확한 정보로 물리치자 방사능 후유증 전문가 데이비드 브레너 박사 2011년 04월 07일(목)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해 방사능 물질이 다랑 유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건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핵분열시 발생되는 방사성요오드가 우리나라 전국 12개 방사능측정소 모두에서 극미량 검출되었다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지난 6일 발표로 인해 시민들 사이에는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방사성요오드는 갑상선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 건강에 관련된 문제일수록 우려가 커지기 쉽다. 사진은 후쿠시마 원전 인근지역에서 방사능 오염 여부를 측정하는 모습. 
지난주 독일 기상청은 방사성 물질이 7일 한반도를 통과할 것이라는 예측을 발표했다. 트위터와 블로그에는 “대기 중의 방사능 물질이 비에 씻겨 지상으로 내려오는 ‘방사능 비’가 내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상청은 대기의 상황을 분석한 뒤 유입 가능성이 없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건강과 직결된 문제에는 누구나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방사능에 대한 걱정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도 건강 때문이다. 방사성물질은 일반적인 오염물과는 달리 농도에 비례한 인체 피해가 클 뿐만 아니라 특정질병과의 연관성이 명확해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방사능과 인체 건강의 연관성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전문가들은 요즘 끝없는 인터뷰 요청에 시달린다. 콜럼비아대 방사능연구센터의 데이비드 브레너(David J. Brenner) 소장이 대표적이다. 뉴욕타임즈(NYT)는 지난달 26일 ‘방사능 공포에는 팩트로 맞서야(Countering Radiation Fears With Just the Facts)’ 기사를 통해 브레너 소장과의 인터뷰를 실었다.

정확한 정보가 대중의 우려 잠재우는 데 효과적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11일 브레너 소장은 일본 지도를 꺼내 원자력 발전소의 위치부터 살폈다. 특히 원자로 설계 방식이 구형이면서 해안에 위치한 후쿠시마 발전소가 우려됐다.

▲ 방사능과 건강의 연관성을 평생 연구한 데이비드 브레너 콜럼비아대 방사능연구센터 소장 
소장은 자신의 우려가 기우에 그치기를 바랬지만, 하루가 지난 12일부터 각국 언론에서는 원자력발전소의 냉각시스템에 이상이 생겼다는 보도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후 브레너 소장은 각국의 인터뷰 요청에 수락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원자력은 현재 가장 경제적인 에너지원으로 불리지만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환영받을 수 없다. 특히 건강과의 연관성을 정확하게 밝혀내 인근 주민들을 안심시켜야 하는 위험 커뮤니케이션(risk communication)의 대표적인 소재로 꼽힌다.

세계 최대 규모이며 가장 오래된 콜럼비아대 방사능연구센터가 그를 소장으로 영입한 것도 방사능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평생 연구해온 물리학자라는 이유에서다.

“낮은 수준의 방사능이라 해도 확실히 안전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는 것이 브레너 소장의 입장이다. 그는 CT촬영을 할 때 전신에 쬐게 되는 방사선량으로도 아이들의 암 발생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를 책으로 펴낸 바 있다.

지금까지는 CT촬영시 방사선량 6.9밀리시버트가 일상에서 자연스레 노출되는 방사선량 2.4밀리시버트의 3배에 불과해 건강에 아무 영향이 없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는 방사선량을 더욱 낮추도록 CT촬영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최근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 “각 공항이 가동 중인 전신 엑스레이 스캐너로 인해 미국내 암 발생률이 100건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증언을 한 이유도 위험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알리는 편이 장기적으로는 더 안전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소장은 “대중들은 전문가가 흰색 가운을 입고 TV에 나와 ‘아무 문제도 없다’고 말하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며, “상황이 언제든 변할 수 있는 데도 방사능이 ‘무조건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은 역효과를 낸다”고 지적한다. 원자력에 대한 찬반 논란이 멈추지 않는 현재 상황에서는 지나친 정보 통제가 오히려 대중의 공포를 확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탕발림이나 고압적인 태도 등 한쪽으로 치우친 처방은 대중들의 우려를 잠재울 수 없다며 “정확한 수치와 확실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날카로운 평가를 내리는 것이 과학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현실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 최선의 태도

그렇다면 최근의 방사능 위험성에 대해 어떠한 자세를 취해야 할까. 브레너 소장은 “위험이 닥치면 우려가 커지는 것이 당연하다”면서도 “무작정 걱정하기보다 현실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원자력은 무조건 위험하다는 편견을 버리고 ‘안전한 방식과 대처법’을 찾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 일본 정부는 최근 후쿠시마 원전 인근지역에서 생산된 우유와 채소에 대한 소비 금지 조치를 내렸다. 
그는 인터뷰 중에 원자력에 대한 위험성을 부각시켜 달라는 주문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앞으로 더 큰 위험이 닥칠 것’이라는 부정적인 태도나 한쪽으로 치우친 견해도 피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때문에 원자력에 반대하는 단체가 초청하는 인터뷰는 정중히 사양하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일본 원전사고가 체르노빌에 버금가는 피해를 낼 것이라 우려하기도 한다. 브레너 소장은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로는 격납용기가 없어서 1986년 폭발 때 광범위한 지역에 방사능을 퍼뜨렸지만 일본의 원자로는 격납용기를 갖춘 점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안전하다는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인근지역의 유제품이나 지하수를 마시지 말라”고 당부했다. 체르노빌 사고로 6천명에 달하는 갑상선암 환자가 발생한 것도 우유 소비를 금지하는 조치가 내려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일본 정부가 사건 초기에 원전 주변의 방사능량을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 단호히 질타했다. 어린아이들일수록 방사능 피해에 민감하기 때문에 식품에 대한 조사와 경고는 늑장을 부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원전 내 작업자들의 건강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방사능 피해는 몇 년 후 심각한 질병으로 드러나기도 하므로 “예방이 최선”이라는 입장이다.

브레너 소장은 인체 방사능 오염 여부를 알아내는 검사기도 직접 개발했다. 래빗(RABIT, Rapid Automated BIodosimetry Tool)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이 검사기는 생물체의 방사선 양을 자동으로 신속하게 측정하는 기계로, 하루에 3만명분의 혈액을 검사할 수 있다. 소장은 “방사능 관련 사고에서는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신속한 대응이 필수적”이라면서도 “일본에서 이 기계가 쓰이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임동욱 기자 |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1.04.07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