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켓 생태계/지식

‘과학대중화’ 넘어 ‘시민참여’로 가는 길

‘과학대중화’ 넘어 ‘시민참여’로 가는 길 과학창의재단, 과학소통 위한 ‘STS 네트워크 포럼’ 개최 2011년 03월 31일(목)

지금 대한민국을 가장 뜨겁게 달구는 이슈의 상당수는 ‘과학’과 깊은 연관이 있다.

연일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방사능’, ‘천안함’, ‘스마트폰’ 등은 모두

과학기술과 뗄 수 없는 영역에 속해 있다. 과학기술의 사회적 역할과 영향력이

그만큼 커진 셈이다.

확실히 나노봇, 스마트폰 등 신기술의 등장과 확산은 이에 대한 사회에서의 수용

문제를 새롭게 제기하고 있다. BT와 윤리 문제, NT와 안전성 문제, IT와 프라이버시

문제 등이 신기술개발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이슈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탐구하고, 과학소통을 지향하는 과학문화의

핵심개념이 바로 STS(Science & Technology in Society)’다. 30일 대치동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사랑방에서는 2011 제1회 STS 네트워크 포럼이 ‘과학

문화의 새로운 키워드, STS’라는 주제로 진행돼 과학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이 이뤄졌다.

▲ 제1회 ‘STS 네트워크 포럼’ 이 30일 대치동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사랑방에서 진행됐다. 


포럼은 정윤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의 인사말을 통해 그 시작을 알렸다. 정

이사장은 “과학기술에 대한 소통·이해·융합 등이 미래사회의 중요한 화두”라며

“과학기술 연구개발이 하드웨어라면, 과학문화 및 과학소통 이해가 소프트웨어로서

균형을 이루어야 과학 선진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이를 위해 “첫째, 과학·문화·철학간 소통에 대한 본격적인 학문적

연구가 필요하다. 둘째, 경제계, 법조계 언론계 등 다른 커뮤니티에 과학기술을

잘 이해시키고, 대화를 확대해야 한다. 셋째, 우리나라의 위상에 맞게 이런 활동을

국제화 시켜야 한다”며 “한국과학창의재단이 미래연구컴퍼런스 등을 통해 이를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시민의 과학참여, 무엇이 중요한가

이어 본격적인 포럼이 진행됐다. 포럼에서 중점적으로 논의된 것은 과학대중화를

한 단계 넘어선 영역인, 시민의 과학참여였다.

임경순 포항공대 인문사회학부 교수는

 “전문지식과 민주주의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과거와 같은

전문가의 일방적인 과학지식 전달도 옳지

않지만, 그렇다고 다중의 견해가 꼭 옳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관료와 교수만이 과학 관련 정책을 결정했지만,

이제는 대중이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것. 임 교수는 “시민들이 어떻게 참여하느냐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시민참여에 대한 각국의 사례를 예로 들었는데, 가장 대비되는 두 나라가

독일과 미국이다. 전문가에 대한 신뢰가 높은 독일에서는 (시민사회의 동의를

기반한)전문가들의 협의를 바탕으로 과학 관련 이슈에 대처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전문가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미국에서는 수많은 다툼을 거치다 결국 재판을

통해서야 결정되기 일쑤다.

최근 우리나라도 광우병, 줄기세포, 방사능 등 과학 관련 이슈에서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임 교수는 “지식이 만들어지는 유형, 전문가에 대한 신뢰도, 정부에 대한

신뢰도 등이 각 나라에서의 시민참여 수준을 가르게 된다”이라며 “한국은 어느

경우에 해당하는지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가 양치기 소년이

되면 국민이 불안하다”며 정확한 지식 전달의 중요성 역시 강조했다.

이어 송위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과학기술사회팀 팀장이 ‘과학문화정책의 전환:

과학대중화에서 시민참여로’라는 발표를 진행하며 “과학문화정책 사업은 과학

대중화(public understanding of science: PUS)에서 시민참여(public engagement

in science: PES)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강변했다.

지금까지 진행된 과학대중화 사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좀 더 고도화된 시민참여

사업으로의 확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송 팀장은 “이러한 전환의 필요성에 대해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과학문화 프로그램이 과학대중화의

틀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며 “새로운 시민참여형 프로그램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미흡하다”고 질타했다.

“시민참여,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

그렇다면 송 팀장이 제시하는 시민참여 모델은 무엇일까. 송 팀장은 이에 대해

“과학기술계와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과학기술활동의 방향과 내용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독일의 윤데(Junde) 마을을 한 사례로 꼽았다.

윤데 마을은 전문가와 지역시민들의 공동 작업을 통해 바이오매스에 기반한 에너지

자립 마을을 구축한 것으로 유명하다. 인근의 괴팅겐대에서 과학기술 및 인문사회

연구자들이 참여, 공동체 기반연구(community-based research)를 통해 에너지 자립

 마을 구축 방안을 기획했고, 지역 주민의 참여와 협동조합 설립을 통해 사업을

집행한다.

송 팀장은 “시민참여는 과학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문제점과 위험에 대한 성찰을 통해

과학기술발전 궤적을 좀 더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이끈다”며 “과학기술(정책)과정에

의 시민 참여를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시민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가. 송 팀장은 이에

대해 “기 추진된 기술영향평가·기술포사이트 활동 및 인문사회-과학기술 융합연구

결과를 활용해서사회적 학습을 촉진할 수 있는 포럼, 토론회, 교육 프로그램 개발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존 과학문화사업의 성과를 체계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 시민참여는 과학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문제점과 위험에 대한 성찰을 통해 과학기술발전 궤적을 좀 더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이끈다. 


“시민참여 운동, 과학대중화와 결부돼야”

또한 “정부 공식사업과는 별도로 시민사회에서 상향식(bottom-up)으로 구성되는

기술영향평가·기술포사이트·과학관 기획전 발굴 및 지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 팀장은 이를 위해 특정 기술분야에서 미래 사회·기술시스템 발전 시나리오 공모

및 경쟁 프로그램 운영 등을 제안했다.

송 팀장은 마지막으로 “결국 과학문화정책은 과학기술지식의 대중화와 정보제공을

뛰어넘어 기술발전의 미래를 점검하고 정책과정에 그것을 반영하는 것으로 자신의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민참여와 과학대중화의 병행을 강조하는 의견도 있었다. 손동운 부산과학기술

협의회 소장은 “과학대중화에서 시민참여로 나아가는 것은 절대적, 전면적 단계는

아니다”라며 “과학대중화 사업을 근간으로 사회융합 및 사회발전으로 그 역할을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손 소장은 또한 “시민참여 활동에 과학대중화 사업을 포함해 청소년과 지역주민의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민참여는 단계적으로, 정책기관과 연계해

중장기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청한 기자 | chkim@kofac.or.kr

저작권자 2011.03.31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