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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명사

[매경이 만난 사람]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매경이 만난 사람]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日지진 돕기나선 한류 스타들…문화의 힘 다시 봤다"
2주일에 한두번 공연장 찾아…장민호ㆍ백성희 원로배우 주연 연극 `3월의 눈` 감동 그 자체
종편채널 4개사 힘합쳐 `킬러 콘텐츠` 만들면 지상파와 붙어도 경쟁력 있어
기사입력 2011.03.25 17:05:17 | 최종수정 2011.03.25 17:44:21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문화계에 올해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사상 처음으로 문화예산이 3조원을 넘어선 것. 문화예술을 새로운 창조의 원천으로 삼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취임 2개월을 맞고 있는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 장관은 2000년 의원 배지를 달자마자 문화관광위를 자원했고, 11년 동안 같은 상임위를 고수했다. 그는 문화예술과 미디어 분야 내공 깊은 전문가로 통한다. 그래서 문화계 안팎에서 정 장관에게 거는 기대가 높다. 정 장관에게 떨어진 `발등의 불`은 당장 7월 6일 결정되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와 11월 11일 발표할 제주도의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이다. 매일경제신문은 창간 45주년을 맞아 지난 21일 서울 와룡동 옛 국립서울과학관 건물의 문화부 청사 3층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정 장관은 자리에 앉자마자 일본 대지진 피해자 돕기에 나서는 한류 스타 얘기부터 꺼냈다. "이번에 일본 지진 피해자 돕기에 나선 한류 스타들을 보니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하는 거라는 걸 대번에 알 수 있었어요. 단순히 노래 잘하고 춤 잘 춰서 한류 스타가 된 것이 아니지요. 가치관도 뚜렷하고,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도 있고…. 이런 자신감과 발랄함이 지금의 한류 스타를 만들어낸 거 같습니다."

그는 이번 재난을 계기로 일본 내 한류 열풍이 위축되기보다 오히려 성숙 단계로 접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1시간 넘게 진행된 대담에서 정 장관은 공연ㆍ미술ㆍ관광ㆍ콘텐츠ㆍ미디어ㆍ종교 등 문화계 현안에 대해 막힘없이 소신을 밝혔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와 제주도의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에 온 힘을 다하고 있는데.

▶치러야 할 시험을 하나하나 틀리지 않고 잘 보고 있다. 비관도 낙관도 하지 않는다. 7월 6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110명의 투표로 결정되는데, 두 번의 실패를 바탕으로 차분하게 준비해야 한다. 뚜껑이 열리는 그날까지 모든 역량을 쏟고 있다.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사업은 스위스 비영리재단 `더 뉴 세븐 원더(The New 7 Wonders)` 주관하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 7곳을 전 세계인의 인기투표로 정한다. 선정되면 홍보 효과가 말할 수 없다. 해외문화원, 해외동포, 유학생들과 연대해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취임 이후 해온 `대국민 현장 업무보고`가 호평을 받고 있는데….

▶국회에 있을 때부터 문화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아서 (장관 취임 후)굳이 실국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정책 고객인 국민을 상대로 업무보고를 하자고 했다. 현장에 계신 분들은 하고 싶은 얘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인데, 그게 소통이다.

일단은 속 시원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건 넘는 의견이 들어왔는데, 그중 80% 정도는 바꿀 수 있는 것들이다. 단기간 내 바꿀 수 있는 것은 바로 추진하고, 예산 확보나 장기 검토가 필요한 사항은 정책연구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영화진흥위원장이 오랜 기간 공석이다. 적임자 찾기가 어려운가.

▶안타깝다. 언제부턴가 정치인이 예술을 이용하면서 문화예술계에도 분열과 갈등이 생겼다. 나부터 반성해야 한다. 문화예술계 모든 분들이 하나가 되어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어야 하는데. 문화의 힘은 위대하고 예술은 국가ㆍ이념ㆍ종교를 초월한다.

나라와 생각, 종교가 달라도 작품이 나오면 예술로 승화된다. 영진위원장 선임은 고민 중이다.

빨리 선임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최적의 인물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 강력한 추진력을 갖고 불편부당하게 일할 분을 찾고 있다. 좀 더 지켜봐 달라.

-공연장 등 현장을 자주 간다고 들었다. 최근에는 어떤 공연을 봤는지.

▶아무리 바빠도 2주일에 공연 한두 편은 꼭 본다. 얼마 전에는 서울 용산구 서계동에 있는 `백성희-장민호 극장` 창작연극 `3월의 눈`을 봤는데, 너무 감동적이었다.

주인공 장민호 씨(87)와 백성희 씨(86)의 나이를 합치면 173세다. 세계적으로도 없는 일이다. 옛 보안사 터를 극장으로 바꾼 상징적 의미도 있고, 우리나라 역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스토리가 겹쳐져 감동 그 자체였다. 주변 사람에게도 꼭 보라고 권유한다. 매일경제 문화부장도 당연히 봐야겠죠. 하하.

-콘텐츠업계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문화콘텐츠 분야에 대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는 이제 그 자체가 중요한 산업이 됐다. 콘텐츠 산업은 글로벌화ㆍ융복합화ㆍ스마트화 등으로 급변하면서 이에 대한 제도 개선이 뒤처지고 있다. 콘텐츠 분야만이 아니라 대부분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정책이 항상 시장을 쫓아가지 않나. 다만 정책변화가 너무 늦어서는 안 된다. 문화콘텐츠업계가 창의와 자율성을 갖고 활동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찾아보고 있다.

-콘텐츠 산업을 키우기 위해선 어느 정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지 않나.

▶현장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자금 조달이다. 모태펀드 등으로 산업의 핏줄인 자금이 구석구석 스며들 수 있도록 하겠다. 스마트ㆍ 3D 등 차세대 시장 선점을 위해 집중 지원할 것이다. 문화기술 분야의 연구개발(R&D)도 중요하다. 올해 731억원 정도인데, 내년에는 R&D 예산도 1000억원대로 늘릴 생각이다.

-미술에도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좋아하는 작가는.

▶그림을 워낙 좋아했고, 대회에 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입시를 준비하느라 계속하지 못했다. 아마 그런 식으로 꿈을 접은 사람이 많지 않겠나. 지금은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미술은 그리는 것도 좋지만 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창의성도 높아지고 색(色)에 대한 감각도 생긴다. 따로 좋아한다기보다 국회에 있을 때 김종하 화백 작품을 한 점 샀고, 재산등록도 했다. 문화를 다루는 문방위원장이 그림 한 점 없으면 되겠나 싶어서 상징적으로 샀다. 그 밖에 100만원대 신진 작가 작품도 몇 점 갖고 있다.

-미술품 양도세 때문에 작년 말에 미술계가 걱정을 많이 했는데.

▶국내 미술시장은 많이 성장했다고 하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한참 멀었다. 지난해 국회에서 미술품 양도세 부과를 유예한 것도 미술시장이 제대로 크기 전에 위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미술시장이 크려면 훌륭한 작가도 나와야 하지만, 내수시장 확대와 미술 유통체계 선진화도 이뤄져야 한다. 가끔씩 불미스러운 일에 일부 화랑과 그림이 연루되는데, 전체 미술시장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

-다음달 초 프랑스 외규장각 도서가 돌아오는데, 다른 반출 문화재 환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프랑스 외규장각 도서는 5월 말까지 네 차례에 걸쳐 국내에 들어온다. 불행했던 역사와 우리 문화재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는 계기가 될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외국에 반출된 우리 문화재가 많다. 늦었지만 정부도 문화재청에 환수전담조직을 둬 우리 소중한 문화재가 돌아올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접근할 것이다.

-지난해 전국 일간신문 발행부수가 처음으로 공개되면서 우리 신문산업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위기라는 지적도 많은데.

▶시대가 변하고, 기술도 발전하며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종이신문이 위기라 하는데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동안 우리 신문이 획일적인 경쟁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다매체 시대에 차별화하고 특화시켜 경쟁력 있는 신문으로 가야 한다.

ABC(발행부수공사) 제도는 신문업계에 큰 사건이다. 신문시장이 투명화하는 계기가 되고, 이어 광고제도도 개선해야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신문을 읽지 않는다. 교육적인 측면에서 NIE(신문활용교육) 시범학교를 선정하는 등 NIE도 적극 지원하려고 한다.

-언론사마다 뉴스콘텐츠 유료화에 많은 고민을 하는데.

▶뉴스 콘텐츠 유료화는 신문이 앞으로 살아나갈 수 있는 방편이 될 것이다. 정부와 공공기관부터 뉴스 유료화에 앞장서야 한다. 그러나 유료화에는 어느 정도 과도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독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신문사는 SNS 등 소셜 네트워크도 눈여겨봐야 한다. SNS에서 쏟아지는 정보를 어떻게 분류해서 생산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매경을 포함한 종합편성채널 사업자가 연내에 출범할 예정이다. 종편이 하루빨리 자리 잡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과거 못살던 시절에 종합선물센트가 최고 선물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좋은 단품이 많다. 그래서 콘텐츠가 제일 중요하다. 종편채널 4사가 하나씩 킬러콘텐츠를 만들어야 지상파 방송과 맞설 수 있다. 좀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4개 종편채널 사업자가 하나로 뭉쳐야 지상파 방송과 경쟁할 수 있다.

방송시장에서 `종편채널 대 지상파방송` 경쟁 구도로 가야 한다. 미디어법 개정을 주도했던 사람으로 오해받고 있는 부분이 있다. 종편채널을 만들기 위해 미디어법을 개정했다는 것이다. 이건 정말 아니다.

(18년 전)케이블 채널을 시작하면서 종편채널을 시작했어야 했다. 그동안 우리 방송에서는 지상파 3사와 정권 간에 이해가 맞아떨어졌다. 지상파의 여론 독과점 심화를 막기 위해 지역방송과 중앙방송 간 칸막이, 대기업과 자본에 대한 칸막이, 매체 간 칸막이를 두었다. 그런데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는 환경에서 종편채널을 허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 장관은 청문회에서 역대 최고 문화부 장관으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를 꼽았다. 어떤 문화부 장관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궁금했다. "의정활동을 하면서 문화가 참으로 위대하고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 강한 힘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게 할 것이다. 또 자칫하면 낙오자가 생길 수 있다. 문화 안전망을 촘촘히 만들어 모두가 시대 변화에 걸맞은 문화를 향유하는 시스템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답변을 대신했다.



■ 베스트 드레서라니…쑥스럽죠

정병국 장관은 별명이 많다. 성실한 성격에 강한 추진력으로 `슈퍼맨`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고 `해병대` `늦둥이 아빠` 라는 별명도 있다. 트레이드마크가 된 말쑥한 정장 차림에 검은 뿔테 안경은 그에게 `베스트 드레서`라는 별명도 안겼다.

지난해 12월 베스트 드레서로 뽑혀 동료 수상자인 정옥임 의원과 함께 패션쇼 무대에 올라 멋있는 워킹을 선보이기도 했다. 정계 대표 패셔니스타로 꼽힌다. `옷 잘 입는 비법`을 묻자 2000년 국회의원 출마에 앞서 이미지 컨설팅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경호원처럼 보인다`는 평가를 받아 그때부터 도수 없는 뿔테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

그가 입는 신사복은 한 벌에 25만원 정도다. 대학 동기가 운영하는 남성 신사복업체(아름다운 사람)에서 구입한다.

"그 회사를 몇 번 가봤는데 자폐아 등 장애인을 30% 이상 고용하고 있어 그 회사 옷을 대놓고 입는다"며 "그림을 좋아하고, 많이 보는 것이 옷 입는 데 자연스럽게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해병대 출신인 정 장관은 서른 나이에 해병대에 입대한 한류 스타 현빈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학생운동을 하다가 강제징집을 당했을 때 해병대에 자원했다. 기왕 군생활을 하려면 가장 군기가 세고 혹독하다는 해병대가 스스로를 갈고닦기에는 제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해병대 출신 여야 의원 6명과 함께 1박2일 일정으로 북한이 포격을 가한 연평도를 찾기도 했다. 2000년 국회의원에 당선됐을 때 기념으로 늦둥이를 가졌다. 장남은 대학교 1학년인데 막내딸은 초등학교 4학년이다. 후배들에게도 늦둥이를 두라고 권하고 있다.

`정치인 정병국`은 제16대 총선부터 경기 가평ㆍ양평 지역에서 내리 3선에 성공했다. 18대 총선에서는 65% 득표율로 당선됐다. 2004년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모임인 `새정치수요모임` 대표를 맡아 차세대 리더로 인정받았다. 남경필ㆍ원희룡 의원과 함께 `남ㆍ원ㆍ정`이라는 신조어를 낳기도 했다.

■ He is…

△경기 양평(53) △1977년 서라벌고 졸 △1984년 성균관대 사회학과 졸 △1993~97년 대통령 비서관 △2004년 성균관대 정치학 박사 △16~18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원내부총무, 새정치 수요모임 대표, 언론발전특별위원장, 홍보기획본부장, 미디어산업발전특별위원장, 사무총장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

[윤상환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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