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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원전 비상… 방사선 위기 국면

일본 원전 비상… 방사선 위기 국면제1원전 2호기 ‘노심용해’ 시 최악 사태 예고2011년 03월 16일(수)

일본 대지진의 여파가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에 충격을 주면서 일본 대지진

사태가 제2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급박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15일 오전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한 데 이어, 원전 주변 30km 이내의 주민을 긴급 대피시켰다. 한편 일본

항공당국은 같은 지역을 비행금지 지역으로 선포했다. 

이날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는 오전 6시 10분께 원전 2호기가 수소폭발한

데 이어 오전 11시께에는 4호기에서도 수소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

전날 수소폭발을 일으킨 3호기에서는 증기로 보이는 것이 분출되는 등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 지역 방사선량 측정치 계속 상승 중

▲ 지진으로 폐허가 된 마을 현장  ⓒ연합뉴스


인근 지역은 물론 도쿄 인근지역에 이르기까지 방사선량 측정치도 계속 올라가고

있다. 이날 오전 6시10분경 2호기에서 폭발음이 들린 직후 인근 방사선량이

제한치의 약 16배를 웃돌았다. 측정 후 원자로 냉각 작업을 위해 머물고 있던

인부 50여명은 안전한 장소로 대피했다. 

이보다 조금 앞선 오전 5시50분, 도쿄 북동쪽 이바리키현 기타이바라키 시청에서

에서는 평상시의 약 110배인 시간당 5천575mSv(밀리시버트)의 방사선량이

관측됐다. 이바라키현 도쿄대 연구시설에서는 평소 검출되던 방사선량의 100배가

 검출됐다. 또 도쿄 외곽 가나가와 현에서는 평소의 9배가 넘는 방사선량이 검출됐다. 

인근 원자력발전소에 이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처럼 많은 양의 방사선량이

검출되고 있는데 대해 관계자들은 후쿠시마로부터 바람을 타고 방사선이 흘러

내려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간 나오토 총리는 이날 오전 11시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인근지역 주민의

대피범위를 제1원전 반경 20km에서 30km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새벽 원전 4호기 폭발과 관련,

(핵연료가 아닌) 수소폭발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다노 관방장관은 또 “오전 10시 22분 시점을 기준으로 2호기와 3호기 사이에서

 20밀리시버트, 3호기 부근에서 400밀리시버트, 4호기 부근에서 100밀리시버트

의 방사선량이 측정됐다”고 밝혔다. 이는 보통 일반인들이 노출돼 있는 방사선량

1천 마이크로 시버트(1밀리시버트)의 400배에 달하는 양이다.

이와 관련, 에다노 관방장관은 인근 지역에 유출되고 있는 많은 양의 방사성 물질에

대해서는 건강에 위험을 줄 정도로 충분히 높은 수준이라며 큰 우려를 표명했다.

에다노 장관은 또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가동 중인 4개의 원자로 가운데 “1~3호기

모두 노심용해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자로 차단용 격납용기 파손돼

노심용해(爐心鎔解, core meltdown) 현상이란 발전소에서 사용하고 있는 원자로

노심에 있는 핵연료가 과열이나 이상으로 인해 내부 열이 급격히 상승해 노심

구조를 파손하는 현상을 말한다. 노심용해 현상이 일어날 경우 많은 양의 방사선이

유출돼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대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2호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에다노 장관은 2호기의 경우

원자로를 덮고 있는 격납용기 시스템, ‘서프레션 풀(압력억제 풀)’에 손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격납용기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사고가 났을 때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새어 나가지

못하도록 봉쇄하는 역할을 하는 중요한 설비로 이 설비에 일부 손상이 발견됐다는

것은 방사성 물질 봉쇄가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한 것은 대형 쓰나미를 예상 못했기 때문이다.

 침수로 인해 비상전력시스템이 가동하지 못함에 따라 정전이 계속 이어졌고,

원전에 냉각수를 공급하지 못함에 따라 냉각시스템이 차례로 고장이 났고,

물 속에 잠겨있던 핵연료봉 일부가 표면에 노출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 도쿄전력이 비상수단으로 바닷물을 집어넣은 조치를

취했으나 2호기 내·외부차단장치가 강한 6cm 두께의 철로 덮여 있어, 내부 기압을

해소하지 못하고 해수 주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 일부 냉각장치까지 파괴되면서

노심용해 사태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지진 직전에 가동을 중지한 5~6호기에도 이상이 감지됐다. 이에 따라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에서 가동 중인 1~6호기 가운데 1~4호기는 폭발했으며,

 5~6호기도 폭발 가능성이 커졌다.
 

▲ 쓰나미에 휩쓸린 마을  ⓒ연합뉴스


한반도 풍향 도움으로 아직까지 안전

이와 관련,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제무성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 노심이 용해되는

최악의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말했다. 제 교수는 “노심용해에 대한

우려는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지 실제로 방사선 유출이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나친 불안감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제 교수가 말하는 최악의 사태란 핵연료봉에 높은 열이 가해지면서 내부 폭발이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2호기를 덮고 있는 강철용기가 증기폭발이 일어나는 것을

의미하는데, 현재 안으로 냉각수를 집어넣으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어 결과를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

사태가 악화되면서 주변 일본 국민들은 물론 주변 국가들까지 방사선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피해 복구를 위해 인근 해역에 머물렀던 미국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

호는 승무원 17명이 방사능에 피폭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인근 해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뉴욕타임즈를 통해 알려졌다.

인근 한반도 역시 방사능 공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풍향이 대부분 태평양을

향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방사능 노출 위험이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상청은 이날 대기확산에 관한 수치모델을 시뮬레이션 한 결과 일본의 방사선 유출이

 우리나라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사능이 누출된 후 확산되더라도 일본 열도 동쪽인

 태평양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그러나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 상황이

또 달라질 수도 있어 철저한 대비책이 요망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방사선과

관련, 우리나라 영향정도를 지속적으로 파악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강봉 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1.03.16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