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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토크] 日 방송 지상파 지고 인터넷 뜨고

[글로벌 토크] 日 방송 지상파 지고 인터넷 뜨고<세계일보>
  • 입력 2011.03.02 (수) 20:52, 수정 2011.03.03 (목)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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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방송은 수익 격감…신생 매체 인기 급등
간 총리도 인터넷 주목…IT 거물 투자 ‘러브콜’
  • 한국 미디어 업계가 지상파 방송국 신설에 목을 매고 있는 사이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지상파 몰락’과 ‘인터넷TV 붐’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산업으로 각광받았던 일본의 주요 지상파 방송사들은 장기불황의 여파로 수입이 격감해 고전하는 반면에 신생 인터넷TV인 ‘니코니코 도가(動畵)’와 ‘유스트림’ 등에는 사람과 돈이 몰리고 있다. 내로라하는 거물 정치인들이 인터넷TV에 출연하려고 안달이 났고, 큰손들은 서로 투자해주겠다고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월 7일 일본 인터넷TV 업계에선 혁명적 사건이 벌어졌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일본 총리로서는 최초로 인터넷TV에 생방송 출연해 신년 정국구상을 밝혔다. 간 총리는 이날 “(기존 매체는) 격렬한 발언 공방만 취급하기 때문에 내 생각을 (국민에게) 전달할 수 없다”며 기존 매체에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정쟁’ 시각에서만 자신의 발언을 편집해 다루는 지상파 TV보다는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인터넷TV가 더 좋다는 고백이었다. 

    인터넷TV에 주목하는 정치인은 간 총리만이 아니다. 그의 최대 정적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전 간사장도 작년 11월 니코니코 생방송에 출연해 정치자금 비리 의혹과 자신의 거취 등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내 의견을 말할 수 있고, 반론도 할 수 있는 구조여서 많은 분의 이해를 구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출연했다”고 말했다. 정계 거물들의 잇단 출연을 계기로 인터넷TV의 주가가 치솟았다. 일본 정치인들이 인터넷TV에서 격론을 벌이는 모습도 흔한 풍경이 됐다. 

    니코니코의 경우 회원수가 올 2월 현재 2000만명에 달한다. 월 525엔(약 7200원) 내고 시청우선권을 누리는 유료고객만 해도 110만명을 돌파한 데다 이미 작년 2분기(4∼6월)에 흑자를 실현했다. 통신기업 소프트뱅크의 자회사 ‘TV뱅크’가 대주주인 ‘유스트림’은 시청자 수만 500만명을 넘었으며, 올해 흑자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후지TV와 아사히TV, TBS, 니혼TV, TV도쿄 등 주요 민방 5개사의 전체 영업이익은 2005년 1200억엔(약 1조6500억원)에서 2010년에는 500억엔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상파의 몰락은 투자 흐름에서도 선명하게 확인된다. 소프트뱅크 손정의(孫正義) 사장과 라쿠텐의 미키타니 히로시(三木谷浩) 사장, 호리에 다카후미(堀江貴文) 라이브도어 전 사장 등 통신기술(IT) 업계의 큰손들이 몇 년 전만 해도 지상파 방송국에 참여하려고 발버둥쳤다. 

    하지만 지상파처럼 막대한 자금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더라도 그에 못지않은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는 인터넷TV의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이제는 지상파를 외면하고 인터넷 TV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스트림의 나카가와 도모(中川具隆) 사장은 “몇년 전만 해도 동영상 콘텐츠를 구하려고 지상파 방송사들을 찾아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했었다”면서 “하지만 최근에는 인터넷TV의 비즈니스 모델의 가능성이 인정받으면서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김동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