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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CEO

[새해 새설계-기관장에게 듣는다]<24>조환익 KOTRA 사장

[새해 새설계-기관장에게 듣는다]<24>조환익 KOTRA 사장

지면일자 2011.02.15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올해의 화두는 질풍경초(疾風勁草)입니다.”

조환익 KOTRA 사장은 중소기업 역량 강화, 융·복합 품목 육성, 신흥시장 개척을 올해 KOTRA의 핵심 화두이자 사업목표로 꼽았다. 그는 중소기업에는 ‘바람이 세야만 튼튼한 뿌리를 알아본다’는 사자성어인 질풍경초를 꼽고 중소기업의 역량 강화 주문과 함께 KOTRA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KOTRA는 글로벌기업과 협력을 바탕으로 중소기업이 해외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콘텐츠와 SW·HW를 결합한 융·복합 품목의 수출 지원과 신흥시장 개척을 통해 무역 1조달러 시대 핵심기관으로서 입지를 확고히 한다는 복안을 밝혔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사상 최초로 무역규모 7위 국가로 부상했고, 올해 무역규모 1조달러 시대로 진입이 확실시됩니다. 무역 1조달러 달성은 어떤 의미를 가집니까.

▲연초부터 중동-북아프리카 사태 등 돌발변수가 있지만 올해 우리나라 수출이 10%의 증가세만 유지한다면 1조달러 달성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세계 경제 역사상 아홉 번째고 1951년에 1억달러를 달성한 이후 60년 만에 1만배로 커지는 것인데 인구나 경제규모를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입니다. 반세기 만에 세계무역 7강에 진입한 것은 세계 경제사에서도 기적이고 특히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헤쳐 나와 이룬 성과기에 더욱 값진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무역 1조달러 시대에 접어들게 되면 이에 걸맞은 수출 체질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환율이나 시장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지속가능한’ 수출전략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코리아 프리미엄’을 활용하는 브랜드 전략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리고 혁신과 융·복합을 기반으로 신규시장을 창출해야 하며 현지 진출기업은 철저한 현지화와 CSR를 통해 지역사회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이로써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수출 여건이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의 정세 불안, 유가 및 원자재값 상승, 중국·일본 등 경쟁국의 견제 등으로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올해 수출시장을 어떻게 보십니까.

▲올해도 세계경제의 불안요인이 많아 수출 전망이 밝지는 않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이 전년 대비 29% 증가했는데 이는 지난 2009년 수출이 13.9% 감소한 데 따른 기저효과 덕입니다. 올해는 이런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수출 증가세가 10%대에 머물 전망입니다.

우선 세계 각국의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어 수출 둔화는 불가피합니다. 유럽 경제위기가 여전하고 미국·일본 등 선진국 경기 회복이 눈에 띄게 느려지고 있습니다. IMF는 새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4.2%로 전망했는데 이는 작년 4.8%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또 환율, 원자재값 인상 등 수출 여건에 불안요인이 많습니다. 연초부터 원유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이를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수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경쟁국의 한국 견제가 심해지고 경쟁이 격화되고 있어 우리기업에는 한층 더 힘든 한 해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감을 가지고 신흥시장 공략을 확대한다면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올해 1조달러 무역시대를 맞아 일반적으로 신흥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은데 역으로 연초부터 미국·일본시장부터 출장을 다녀오셨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신흥시장을 지역적으로 국한해서 봐서는 안 되며 기존시장이라도 새롭게 봐야 합니다. ‘일본도 신흥시장’이라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시장 기회를 포착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까다로운 소비자, 폐쇄적인 유통구조와 함께 우리 기업의 노력 부족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그동안 우리 기업에는 ‘닫힌 시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일본 자동차 부품 시장에 우리기업들이 진입하기 시작하면서 자동차 부품의 대일 수출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외국 브랜드의 무덤이라는 일본 TV 시장에서도 LG전자가 전열을 재정비해서 지난해 11월부터 LED TV를 내세워 다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습니다.

미국도 아이폰·아이패드 등 혁신제품으로 SW 분야에서 세계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저력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이 ‘개방형 혁신’을 지향하면서 경쟁력을 갖춘 IT와 결합된 융·복합 제품, 서비스로 신규 시장을 개척한다면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습니다.

-연초부터 이집트 시위를 비롯해 중동지역의 정세 불안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올해 우리 수출에 악재가 될 수도 있는 중동-북아프리카 사태의 영향은 어떻게 보십니까.

▲지난해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도발로 ‘북한 리스크’가 우리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올해도 북한이 언제 도발을 할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리 경제에 최대 변수가 될 것입니다. 다행히 작년 연평도 도발 이후 우리 주식시장, 외환시장 모두 큰 동요가 없었고 오히려 우리경제의 내성을 확인하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지난해 튀니지에서 시작된 민주화 시위가 알제리·이집트·예멘 등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은 다소 진정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중동 리스크는 우리 수출에도 피해를 주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혼란이 장기화된다면 유가 및 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전 세계 경제로 불똥이 확산되어 수출에 차질을 줄 가능성도 있으므로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합니다.

-지난해 수출규모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중소기업의 수출 비중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수출의 기초체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대·중소기업 상생 및 동반성장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중소기업 지원방안은 무엇입니까.

▲궁극적으로 일회성 지원이 아닌 중소기업이 자생할 수 있도록 경쟁력 강화를 도와주고 결국에는 동등한 파트너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해외 글로벌 대기업과 협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 중소기업이 선진기술과 마케팅 기법을 배울 수 있을 뿐 아니라 글로벌기업이 확보하고 있는 시장에도 진출이 가능합니다.

세계적 기업에 통하는 부품을 납품받는 국내 대기업에도 이점으로 작용하면서 상생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KOTRA는 우리 중소기업과 글로벌기업의 협력을 촉진하는 ‘GAPS’ 프로그램과 글로벌파트너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퀄컴·GE·솔베이 등 세계적인 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을 연결해 주었습니다. 올해 초부터 다우케미칼과 세계 최대 반도체장비사인 어플라이드머트리얼즈(AMAT)가 우리기업과의 협력을 위해 한국을 다녀가는 등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올해 코트라가 중점적으로 추진할 주요 사업계획과 역점 분야를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무역 1조달러 시대의 지속 성장동력인 중소기업의 글로벌화 지원에 최대 역점을 두고 KOTRA의 최대 장점인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 강소·중견기업의 글로벌 성장을 이끌겠습니다. 자동차부품, 이동통신, 의료바이오, 전력기자재, 문화콘텐츠 등 전략 분야별 전문화된 수출상담회를 50회 이상 개최하고 글로벌기업에 납품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겠습니다.

바이어 발굴에서 체결까지 해외 KBC가 지사 역할을 수행하는 지사화사업, 수출현장 인큐베이팅으로 중소기업 현지화를 지원하는 수출인큐베이터사업, 해외 공동물류센터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중소기업의 납품 경쟁력을 향상시켜 글로벌 거간꾼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겠습니다. 미래 성장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녹색, 서비스, 해외조달 시장을 3대 미래 전략사업으로 선정해 이들 시장에 대한 진출을 가속화하겠습니다.

◆주요사업은-KBC 대폭 확대

KOTRA는 올해 중국·아프리카 등 개도국 지역을 중심으로 코리아비즈니스센터(KBC·옛 무역관)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 기업의 신흥시장 개척을 지원하기 위해 KOTRA의 최대 강점인 해외 KBC를 12개 신설한다. 설치가 완료되면 현재 99개에서 111개로 늘어나 전 세계 통상 네트워크가 더욱 짜임새 있는 진용을 갖추게 된다. 지역별로는 내수시장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중국 내륙이 7개로 가장 많고, 자원의 보고이자 미지의 잠재시장인 아프리카에 3개, 한류시장인 러시아와 동남아에 각각 1개의 KBC를 신설할 예정이다.

중국은 우리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최대 수출시장일 뿐 아니라 빠른 경제성장으로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기존 중국 내 운영 중인 8개 KBC를 15개로 늘리면 중국 내륙시장 공략에 탄력을 받는다.

아프리카에 3개 KBC가 신설되는데 올해를 아프리카 시장 본격 진출의 원년으로 삼고 다양한 시장 개척활동을 할 예정이다. 신설 지역은 에티오피아, 카메룬, 가나로 시장 잠재력이 큰 만큼 위험지역도 있으나 시장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개설을 결정했다. 자원의 보고인 아프리카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도로, 철도, IT, 전자정부 구축 등 우리가 강점이 있는 부문의 진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KOTRA의 생각이다.

KOTRA는 “KBC는 해외 곳곳에 뻗어 있는 대한민국 통상(通商) 신경망으로 우리나라의 국가자산이자 수출기업의 경쟁력에 직결되는 조직망”이라며 “우리 기업들이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해외 KBC의 네트워크를 통해 한발 앞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사업 기회를 발굴해내는 비즈니스 개척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환익 사장은

조환익 사장은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한양대학교에서 경영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후 통상산업부를 거쳐 산업자원부 차관,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을 역임했다.

조 사장은 금융위기로 어려운 시기였던 2008년 KOTRA 사장으로 부임해 ‘역샌드위치론’을 주장하며 우리 경제 희망전도사로 나섰다. 우리 기업의 수출 최전선에서 기업인들과 늘 함께 호흡하면서 쌓아온 풍부한 현장경험과 세계경제의 흐름을 꿰뚫는 예리한 혜안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경제통으로 불린다. 저서 ‘한국, 밖으로 뛰어야 산다’를 통해 젊은이들에게 세계시장의 흐름을 읽고 대응할 수 있는 글로벌 인재가 되어야 한다는 희망 메시지를 전파 중이다.

조직경영도 ‘실질’과 ‘속도’를 강조하며 침체된 조직 분위기를 일신해 2년 연속으로 공기업 기관장 평가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 산업기술재단, 수출보험공사, KOTRA 등 가는 곳마다 놀라운 성과를 내는 ‘미다스의 손’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같은 성과의 배경에는 대대적 조직개편, 획기적 제도 도입 등으로 조직의 근간을 흔드는 충격요법식의 ‘떠들석한 혁신’이 아니라 기본기를 중시하고 업무에 몰입해서 개선점을 찾아내는 ‘조용한 혁신’ 경영에서 찾을 수 있다.

평소 삼국지의 유비와 같은 온화한 이미지와 함께 추진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조 사장은 직원들에게 창의적인 발상의 전환, 역발상으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 것을 항상 강조한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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