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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CEO

[금융 CEO] "망하면 한강 뛰어들겠다는 각오가 한국 中企 CEO들의 경쟁력이다"

[금융 CEO] "망하면 한강 뛰어들겠다는 각오가 한국 中企 CEO들의 경쟁력이다"

  • 입력 : 2011.02.14 21:39

[금융 CEO] 조준희 IBK기업은행장
행원 출신으론 첫 행장
"재무제표는 수치에 불과 은행원들은 기업현장으로"

"중소기업 강국인 일본, 대만, 독일에 없는 게 뭘까요. 바로 '한강'입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경쟁력에 대해 묻자 조준희(56) IBK기업은행장은 대뜸 '한강'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한국의 중소기업 CEO들은 친척의 친척까지 빚내서 사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망하면 한강에 뛰어들겠다'고 할 정도로 배수진의 각오로 일합니다. 거기에서 우리만의 독특한 경쟁력이 나옵니다."

조 행장은 작년 12월 29일 주로 관료 출신이 행장을 맡아 오던 전례를 깨뜨리고 기업은행 행원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행장에 취임했다. 경북 상주 출신으로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1980년 기업은행에 입행, 동경지점장, 종합기획부장, 종합금융단장, 경영지원본부장, 개인고객본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조준희 IBK기업은행장은“중소기업의 재무제표뿐 아니라 기술과 미래의 값어치를 제대로 평가해 대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은행의 정도(正道) 경영”이라고 말했다.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조 행장은 우량한 중소기업을 판별하는 비결에 대해 "그 회사의 CEO와 직원들의 눈동자를 들여다보고, 숨소리를 듣는다"고 했다. 그는 "'재무제표'는 '수치'에 불과하다"며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무언가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은행원들이 당장 책상을 박차고 현장(중소기업)으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또 "2011년은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하락, 세계 경제 회복 지연 등 '3대 악재'로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이 악화될 전망"이라며 "올해 28조원을 공급해 우량 중소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고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과도한 정책 지원으로 한계기업(외부의 지원이 끊기면 생존이 어려운 기업)들이 연명한다는 비판도 있다.

"물론 일부 한계기업도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하루아침에 크는 것이 아니다. 소기업이 중기업 되고 또 대기업 되는 것 아닌가. 건강한 사회는 빈익빈 부익부가 없고, 중산층이 60~70% 이상 되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그 목표를 달성하려면 튼튼한 중소기업을 많이 키우는 길밖에 없다."

―하지만 비우량 기업의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것은 문제 아닌가.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경영이 구조적으로 어려워질 때 자력으로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정부와 국책은행이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IBK는 작년부터 재무안정PEF(사모투자펀드)를 조성해 M&A(인수합병) 등 적극적인 방식의 구조조정을 통한 경영정상화를 추진해 오고 있다. 일례로 경영난을 겪던 반월공단의 한 자동차부품 제조사는 IBK의 도움으로 M&A에 성공한 이후 매출이 2배가량 뛰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IBK가 은행권 전체 중소기업 대출 증가분의 3분의 2를 도맡았다. 기형적인 구조 아닌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고, 매우 심각한 문제다. 금융위기 이후 다른 곳(은행)에서 대출을 하지 않아서 IBK가 더 많이 했다. 그런데 중소기업 대출을 그렇게 많이 했는데도 IBK의 건전성은 시중은행 중에서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 얘기는 곧 우리 중소기업들이 겉으로 보기보다 훨씬 우량했고, (다른 은행들이) 충분히 대출해 줄 여력이 있었던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우량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방안은.

"제조업은 첨단기계화 등으로 인해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서비스업 일자리가 늘어난다.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등 콘텐츠 산업에서 고용 창출을 많이 해야 한다. 문화콘텐츠는 이제 문화가 아니라 '산업'이다. 앞으로는 IBK가 그 산업을 이끌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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