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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크리에이터

<양방언 "가장 마지막에 꽃 피웠으면..">

<양방언 "가장 마지막에 꽃 피웠으면..">

21-22일 '영상콘서트-네오라마' 개최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어제 일본에서 왔다"는 의사 출신 재일 한국인 2세 피아니스트 양방언(51)은 새로운 도전 거리에 흥이 났는지 컨디션이 좋아보였다.
그는 오는 21-22일 광장동 악스코리아에서 '영상콘서트-네오라마(NEORAMA)'란 타이틀로 자신이 프로듀싱한 영화,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게임, CF 등의 OST 곡들을 영상과 함께 선보인다.

   그간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작업한 일본 NHK 애니메이션 '십이국기', 니혼TV 애니메이션 '엠마', KBS 다큐멘터리 '차마고도', 임권택 감독의 영화 '천년학', 엔씨소프트 온라인 게임 '아이온(AION)' 등 OST 곡들을 한 무대에서 펼쳐보이는 것이다.

  
최근 양방언의 숙소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인터뷰한 그는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회사인 스튜디오 피에로의 회장님이 이 공연의 아이디어를 냈다"며 "그간 왜 이런 생각을 못했는지 모르겠다. 이 곡들을 처음 라이브로 들려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네오라마'란 타이틀은 전방위적인 창작 활동을 하는 그의 음악 세계와도 맞아떨어진다.

   "'파노라마'란 제목의 제 음반이 있어요. 전 이 단어가 주는 이미지가 좋아요. 몽골의 초원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마치 그곳에 있는 듯 360도의 공간감이 느껴지거든요. 생소한 공간에 갔을 때의 자유로움도 떠오르고요."
이 단어에 '새롭다'는 뜻의 '네오(NEO)'를 조합한 것은 단순히 LED에 영상을 틀어두고 OST 곡들을 연주하는게 아니라 새로운 창작물을 선보인다는 의미에서다.

   그는 "OST 곡들을 재편곡하거나, 짧은 곡을 대곡으로 완성했다"며 "관객의 몰입을 위해 총 25곡 중 6-7곡씩을 하나의 섹션으로 묶어 일관성 있는 스토리로 선보인다. 또 2명의 영상 작가를 기용해 이 음악에 맞는 새로운 영상도 창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작업을 통해 지난 창작 활동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십이국기'는 8년 전 작품인데 '이때 난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구나'라고 느꼈죠. 평소 전 후회를 안해요. 매 순간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단지 만약에 그 작품의 속편이 나오면 다르게 음악을 만들고 싶단 생각은 하죠."
그렇다면 니혼의과대학 출신의 의사에서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음악인의 길을 택한데 대한 후회도 없는지 물었다. 그는 지난해 출간한 자전적인 책 '프런티어, 상상력을 연주하다'를 쓰며 시간을 되돌려봤다고 했다.
"그즈음 신기한 일들이 참 많이 일어났어요. 제가 진료받으러 간 병원에서 과거 함께 병원에서 일한 의사 선배를 만났고요. 개를 끌고 산책을 하던 중 만난 부인이 제 고교 동창의 아내였죠. 과거를 떠올려주는 만남이었는데 다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 지 궁금해지더군요. 아마 지금의 제 아내도 안 만났고, 다른 나라에서 살고있을 지도 모르죠. 하하."


그러나 양방언은 시간이 반복되도 자신 안의 정답은 음악일 것이라고 했다. 그렇기에 아들을 의사로 키우고 싶어했던 아버지의 뜻을 거역한 죄송함은 지금 음악에 매진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아버지는 내게 떠날 수 없는 개념이기에 나와 공존한다"며 "죄송한 마음도 있지만 그 마음만이 계속되면 안된다. 그 힘으로 나아가야 한다. 단지 임종을 못 지킨 게 후회된다. 그래서 늘 아버지와 대화를 나눈다"고 말했다.
아버지에 대한 애틋함이 깊은 건 그의 출생과 성장 배경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그는 북한 국적의 제주 출신 아버지와 남한 국적인 신의주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로인해 지난해 북의 연평도 포격 사건 등 남북의 대치 상황을 누구보다 안타깝게 지켜봤다고 한다.

   "전 열강들의 세력 다툼에 한반도가 무대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가장 걱정되는 건 어려운 환경의 북한 주민들이죠. 지금 어머니가 86세인데 빨리 통일이 돼 신의주에 가보고 싶어하세요. 가슴이 아파요."
총련계 중학교를 다니며 일본에서 성장한 그는 일본에서 인 한류 열풍을 바라보는 남다른 감정도 있다고 했다.
"광복절만 되면 한국 미디어에서 연락이 와 주위에선 나를 '광복절 아티스트'라고 부른다"며 웃은 그는 "누구보다 객관적으로 이 현상을 바라본다"며 "한국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일본은 더 깊이 한국을 의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류는 드라마부터 음악까지 장르가 다양해졌다"며 "한국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입구가 열렸으니 대중문화 콘텐츠 뿐 아니라 우리의 역사도 올곧게 흡수됐으면 좋겠다. 그런 흐름 가운데 나의 역할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음악인생 30년 동안 다양한 음악 세계에 도전한 그에게 여전히 개척하고픈 영역이 있는 지 물었다.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돌아온 답변은 뮤지컬이다.

   "매번 눈 앞의 일을 하면서 다음에 할 새로운 것에 빠지죠. 사실 지금 전 뮤지컬 모드가 돼 있답니다. 하고 싶은 게 많으니 제가 음악인으로 만개하려면 아직 멀었죠. 중간에 피는 꽃은 시들테니 가장 마지막에 꽃을 피웠으면 좋겠어요."


mimi@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1/01/11 06:3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