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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크리에이터

[신년 인터뷰] 프랑스 대표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

[신년 인터뷰] 프랑스 대표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
"컴퓨터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 상상력 넘을수 없어"
"한국은 제2의 조국 한반도 지정학적 위험 나에게도 민감"
기사입력 2011.01.16 17:05:15 | 최종수정 2011.01.16 21:38:38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커다란 개미가 걸려있는 파리의 집필실에서 새 작품을 구상 중인 베르나르 베르베르. <사진 제공=열린책들>

"상상력은 인간에게만 주어진 것입니다. 아무리 컴퓨터가 발달하더라도 인간이 가진 `창조` 능력은 갖지 못할 겁니다. 그래서 컴퓨터는 절대로 인간을 뛰어넘을 수 없죠." `개미`로 유명한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50)가 새해를 맞아 매일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했다. 두 번에 걸친 이메일을 통해 이뤄진 인터뷰에서 작가는 상상력과 창의력 그리고 스스로 `제2 조국`이라는 한국과 한반도 문제 등 폭넓은 주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자연과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문학세계로 한국에서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그는 인터뷰 말미에 한국 독자에 대한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한국은 미래지향적인 나라입니다. 항상 미래를 향해 열심히 달려나가는 나라죠. 또 모든 창의적이고 독특한 것에 대한 감수성이 풍부한 `젊은 나라`예요. 그것이 제가 한국을 좋아하는 이유이자, 한국 독자들이 저를 사랑해주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해 있으니까요."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유독 한국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다. 출판사 측은 그의 책이 국내에서만 500만부 가까이 팔렸다고 밝혔다. 베르베르 데뷔작인 `개미`는 150만부가량 팔렸다. 그가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베스트셀러 목록에 진입한다. 작가 자신은 이런 인기 원인이 "늘 새로운 것을 찾는 한국인 기질 때문"이라고 답했다.

우리나라 독자들이 보내주는 뜨거운 사랑이 다행히도 `짝사랑`은 아니다. 작가는 "한국은 작가로서 나를 발견해 준 최초의 나라"라며 한국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과시한다. 첫 작품을 펴냈을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그의 가치를 가장 처음 알아봐준 것이 바로 한국 독자들이었기 때문이다. 베르베르는 한국 독자들에게 직접 말을 건네고 싶어 `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고맙습니다`를 비롯해 간단한 한국말을 직접 배우기도 했다. 심지어 한국은 "프랑스에 이은 제2의 조국"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베르베르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작품 속에 한국인을 등장시키는 것으로 간혹 표현된다. `신`에서 `은비`라는 이름을 가진 한국 소녀를 등장시킨 것이 한 예다.

한국인이 주인공인 작품도 있다. 최근 번역ㆍ출간된 `카산드라의 거울`이다. 미래를 보는 소녀 `카산드라`와 왕년의 외인부대원, 한국인 컴퓨터 천재 김예빈 등 노숙자 네 명이 재앙을 예견하고 세상을 구하기 위한 싸움을 벌이는 이야기다.

베르베르는 "어쩔 수 없이 순응하지 않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필수"라며 "다가오는 미래에는 모두가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작품 배경을 쓰레기 하치장으로 설정한 것은 "하다못해 쓰레기 하치장 같은 곳에서도 미래에 대한 준비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책을 받아본 독자들은 `한국인 주인공`에 대해 약간 실망감을 표했다. 등장인물 `김예빈`은 주인공 `카산드라`에 이은 주요 등장인물이기는 하지만 엄밀히 말해 주인공은 아니다. 게다가 그는 `탈북자` 출신 프랑스인. `주인공인 남한 사람`을 기대했던 독자들은 실망하기도 했다.

독자 반응을 전하자 베르베르는 "나는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는 모든 지정학적 문제(위험)들에 매우 민감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김예빈을 탈북자로 설정한 것은 북한에서 발생하는 불행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김예빈이 북한에서 남한으로 탈출하고자 애쓰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베르베르는 "한반도 문제들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며 "온 마음을 다해 대한민국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전했다.

"저는 중세시대적인 북한 정권이 현대 민주주의 정권으로 교체되는 것으로 끝을 맺기를 바랍니다. 또한 하루빨리 두 한국이 통일되어 헤어진 가족들이 다시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는 또 "한국은 미래가 매우 밝은 나라"라고 평가했다.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한국만의 역동적인 에너지와 강한 생존력에 놀라게 된다고도 했다. 그는 과학 기술에 대한 뜨거운 관심 역시 한국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덧붙였다.

"한국 독자들을 만날 때면 늘 기대를 갖게 됩니다. 새로운 작품을 낼 때면 한국 독자들이 어떻게 평가해줄지에 늘 관심을 갖게 되고요."

"지금껏 출간된 작품보다 아직 발표하지 못한 것들이 더 많다"는 그에게 끝없는 상상력이 솟아나는 원천이 무엇인지 묻자 그는 "규칙적으로 상상하는 습관`이 비결"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상상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전 8시부터 난 12시 30분까지 매일 4시간30분 동안 글을 씁니다. 그런 규칙적인 생활 속에서 비현실적인 것(상상)이 현실(글)이 되는 경험을 하지요.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 여행도 많이 하고요."

또한 그는 창의력을 발휘하는 데 `주체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이 하라는 대로 해서는 절대로 창의력 있는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자율이 곧 창조를 의미한다"며 "스스로 자기 운명을 이끌어나가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 역시 중요하다. 자신이 상상하고 꾸며낸 것들에 대한 확신이 없는 사람은 그것을 현실 세계로 끌어올 힘 또한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는 자기 능력과 개성을 펼치는 데도 꼭 필요한 요소다.

그는 "인간에게는 누구나 인생과 우주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믿는 것이 필수"라고 피력했다.

그는 지금껏 창의력과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주로 써왔다. 그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작품 `개미`는 개미 시각으로 사랑과 반역, 투쟁을 그린 작품. 개미 생태에 대한 세밀한 묘사에 녹아 있는 기상천외한 사건들이 작품을 한층 더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그 밖에도 사후 세계를 탐험하는 이야기 `타나토노트`를 비롯해 `천사들의 제국` `파피용` 등 그의 작품은 출간 즉시 서점가에서 화제가 되곤 한다.

베르베르가 상상 속에서만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의 소설이 많은 독자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는 이유는 기발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작품들이 결국은 현실을 꼬집어 보여주기 때문이다. 베르베르 역시 "나는 상상을 통해 현실을 이야기한다"며 "(글을 쓰는 데 있어서는)상상과 현실을 잘 구분해내는 현실감을 잃지 않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글쓰기란 여러 가지를 실험해볼 수 있는 실험실과 같다"고 말하는 베르베르는 매일 작은 노트북PC 하나를 들고 집 근처 카페에 나가 글을 쓴다. 다음 작품으로는 " `개미` 작품 정신에 기반한 장대한 소설 두 편을 쓰고 있다"고 했다. 그는 "생각이란 마치 바이러스처럼 스스로 생명력을 갖고 퍼져나간다"며 "그래서 소설과 문학은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거대한 힘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저는 제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 아마 다른 모든 작가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래서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내가 가진 생각을 누군가가 평가하고 비판한다는 사실에 겁을 먹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두려움을 버리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나간다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1961년 프랑스 툴루즈에서 태어났다. 일곱 살 때부터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해 고등학교 때에는 만화로 된 신문 `유포리`를 발행하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 프랑스의 대표적인 시사주간지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과학 잡지에 개미에 관한 평론을 발표했다. 1991년 120여 회의 개작을 거쳐 출간한 소설 `개미`로 단숨에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에도 죽음과 삶을 넘나드는 사후세계를 소재로 한 `타나토노트`, 뇌에 관한 최신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인간 탐구의 새로운 지평을 보여준 `뇌`, 신들의 게임을 통해 인간 세상을 우의적으로 풍자한 `신` 등 창의성과 실험성이 돋보이는 작품을 선보여왔다. 프랑스 내에서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며 특히 한국에서는 두꺼운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다. 그의 작품은 35개 언어로 번역됐으며, 2000만부 가깝게 판매됐다.

[정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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