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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열 비행기’ 26시간 떴다

‘태양열 비행기’ 26시간 떴다

유럽 연구팀 ‘솔라 임펄스’
온실가스 배출 전혀 없어
세계일주 목표로 작업 진행

경향신문 | 독일 레버쿠젠 | 안치용 사회책임전문기자 | 입력 2010.12.12 22:16  

지난 7월7일 스위스 페이에른의 군용 비행장에는 바이엘 머티리얼사이언스 직원 등 민간인들이 몰려들었다. 그들이 기다린 귀빈은 스위스 산악지대를 배경으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면서 활주로에 착륙했다. 주인공은 '솔라 임펄스(Solar Impulse) HB-SIA'(사진)로 불리는 비행기였다. 이 비행기는 화석연료를 한 방울도 쓰지 않고 태양 에너지를 사용해 26시간 연속 비행을 끝내고 땅으로 내려앉았다.

비행기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인 날개가 태양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창구이다. 솔라 임펄스에는 날개에 1만748개 등 총 1만1628개의 태양전지가 부착돼 있다. 여기서 만든 에너지는 10마력짜리 엔진 4개에 전달돼 비행을 가능케 한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KTH 왕립 기술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항공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4~5%에 달한다. 솔라 임펄스의 평균 시속은 70㎞다. 여객기의 속도가 통상 시속 700~800㎞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느리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혀 없다. 특정 목적에 맞춰 제작됐기에 기존 비행기와 비교하면 모양이 약간 '기형'이다. 전체 날개 길이는 63.40m로 에어버스 A340과 맞먹는다. 그러나 기체 길이는 21.85m로 짧다. 태양 에너지와 양력에 초점을 둔 설계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밤과 낮의 비행고도가 달라진다. 낮에는 태양이 구름에 가려지지 않는 고도 9000m에서 비행한다. 태양이 없는 밤에는 양력을 많이 받을 수 있게 1500m대로 내려온다.

비행기의 핵심기술은 '소재 경량화'에 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 못지않게 비행체의 무게를 줄여 에너지를 덜 쓰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솔라 임펄스의 주요 파트너인 바이엘 머티리얼사이언스는 특히 비행기를 만드는 소재에 신기술을 접목해 총중량을 1600㎏으로 줄였다. 날개 길이가 비슷한 에어버스 A340의 무게가 화물을 싣지 않은 상태에서 12만9000㎏이나 되는 것과 비교하면 가벼움의 실체를 알 수 있다.

1999년 시작된 '솔라 임펄스' 프로젝트는 현재 2013년 세계 일주를 목표로 비행기 성능 개선작업을 진행 중이다. 단점은 아직까진 수송인원이 조종사 한 명뿐이라는 것이다. 바이엘 머티리얼사이언스 패트릭 토머스 대표이사는 "1903년 라이트 형제가 처음 비행한 거리는 200m에 불과했다"며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상업화에 특별히 신경쓰지 않고 태양 에너지만으로 비행할 수 있다는 꿈을 실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 독일 레버쿠젠 | 안치용 사회책임전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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