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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 기업을 재창조한다 한국의 아이돌, 애플 iPod 등 성공사례

융합, 기업을 재창조한다 한국의 아이돌, 애플 iPod 등 성공사례 2010년 12월 10일(금)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 과거 드라마가 주도했던 ‘한류’가 아이돌 그룹에 의해 재편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이돌 그룹의 팬층은 중화권과 동남아를 넘어 구미, 중동, 남미 지역 등으로 확산 중인데, 매우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어 그 인기도가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원더걸스,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등 ‘신한류’를 주도하고 있는 그룹들의 성공을 여러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관계자들이 컨버전스(convergence)를 말하고 있다. 즉 ‘융합’이 지금의 놀라운 성공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삼성경제연구소 정태수 선임연구원은 지금 세계를 휩쓸고 있는 미국 스타일 팝에 동양적인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세계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팝음악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동·서양의 융합으로 독보적 수준에 도달

신일본 NHK 예능프로그램 총제작자인 이시하라 씨도 “한국 아이돌 음악은 중저음이 특징인 미국 팝을 기본으로 하면서 다양한 리듬과 화려한 안무를 덧붙여 독보적인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하고 있다.

▲ 아이돌 '소녀시대' 홈페이지. 일본 등에서 신한류의 중심이 되고 있다. 
최근 아이돌 그룹의 활약은 세계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바꿔 놓는다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매우 크다.

LG경제연구원 서기만 연구위원은 융합을 통한 가치 창출의 유형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고 있다. 서 위원은 그 첫째로 “둘 이상의 가치사슬을 융합해 새로운 가치 사슬을 만드는 방식이 있는데, 이 방식은 주로 제품과 서비스를 융합하는 형태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애플의 ‘iPod’을 예로 들 수 있다. 터치식 휠을 사용해 쉽게 재생목록을 선택하고, 수천 곡을 스크롤 해 음악을 재생할 수 있다.

그러나 iTunes와 연결돼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불편함을 느꼈다. iTunes는 또 다른 형식의 음악 유통 서비스인데 이를 통해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적절히 구비하기도 하고, 또한 싼 가격에 판매할 수도 있다.  

그때까지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던 한국 MP3는 컴퓨터 연결만으로 노래를 복사할 수 있었기 때문에 뚜렷이 비교가 됐다. 그러나 바로 그 불편함을 무릅쓴 부분에 애플 전략이 있었다.

‘7천500곡의 음악을 당신의 손 안에’라는 iPod에 대한 애플 광고 문구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간단히 말해 소비자가 어떤 음악을 듣고 싶다면 그것이 7천500곡을 넘지 않는 한 몽땅 iPod에 담아 언제 어디서든지 들을 수 있다는 말이다. 만약 그 음악을 갖고 있지 않다면 iTunes를 이용, 약간의 비용을 지출하고 필요한 음악을 소비자 iPod에 담을 수 있다.

비싼 가격임에도 항공사로부터 대환영

애플의 iPod은 제품의 기술력과 성격이 다른 서비스를 융합해 소비자들의 ‘음악의 향유’라는 궁극적인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지금까지 다른 산업, 다른 가치 사슬을 유지했던 두 상품이 융합돼 보다 포괄적이고 본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하나의 상품으로 탄생했다.

▲ 애플의 'iPod' 
이와 유사한 사례들을 다수 찾아볼 수 있다. 고급 자동차와 함께 비행기 엔진으로 유명한 롤스로이스의 경우 엔진 판매와 함께 비행 중 기기의 작동 상태, 문제 상황, 정비 상황 등을 파악해주고 그 상황을 비행기가 가고 있는 공항으로 실시간 전송해주는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매우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항공사들로부터 대 환영을 받고 있다. 항공기 고장은 물론, 항공기 수리나 정비 때문에 공항에 오래 머무르는 것 자체가 손실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뢰성 있는 엔진업체가 신뢰성 있는 관리 서비스를 해준다는데 대해 항공사들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두 번째로 성격이 다른 둘 이상의 가치를 연결하는 방식이 있다. 이를테면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사업모델을 예로 들 수 있다. 생산자를 고객으로 하는 모델과 소비자를 고객으로 하는 모델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그러나 이 둘을 연결했을 때 새로운 모델이 창출된다.

소비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그 결과로 사업 성과를 높인다는 것은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소셜 커머스와 같은 개념이다. 소셜 커머스를 굳이 딱딱한 표현으로 정의하자면 “소셜 미디어, 온라인 미디어, SNS 또는 기타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매체를 활용, 제품이나 서비스의 판매 및 구매 활동을 지원하도록 하는 전자 상거래의 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존의 서평, 평점, 추천 도서 등의 서비스 방식을 예로 들 수 있다. 독자들의 구매성향을 바탕으로 구축된 정보를 구매 희망자들이 참조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이런 정도의 정보교류는 흔한 사례지만 불과 15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유형의 융합 사례를 발견하기 힘들었다는 서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기회와 위협으로 다가오는 융합 신사업

세 번째 모델은 사업모델과 관련된 산업이 얼마나 많건 상관없이 모두 하나의 고객으로 간주한다. 복잡한 가치 사슬, 복잡한 수익 모델을 융합시켜 하나의 수익 모델을 가지는 사업으로 만들어 버린다. 

수익 흐름을 합치는 융합 사업의 대표 주자는 구글이다. 구글의 수익은 어떤 제품이나 특정 서비스의 판매에 있지 않고 그것의 이용에 따른 광고에 있다. 광고 수익을 높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겠으나 어디까지나 그 목적은 더 많은 사람이 구글 광고를 보고 듣도록 하자는 것이다.

구글의 도메인 메일을 예로 들 수 있다. 소비자가 자기 고유의 인터넷 주소로 된 이메일을 대용량으로 만들어 쓰고 싶은 경우 용량과 서비스 수준에 따라 매 달 수 천원에서 수 만원을 내야 하지만 구글은 이 서비스를 공짜로 제공하고 있다. 기존 유료 서비스 업체를 곤혹하게 만드는 일이다. 그러나 많은 이용자들을 끌어들이는 유인책이다.  

지구 각 지역의 위성지도를 제공하는 서비스는 구글 어스가 등장하기 전까지 매우 고가의 서비스였다. 그러나 구글 덕분에 많은 이용자들이 무료로 세계 위성지도를 볼 수 있게 됐다. 구글이 서비스를 무료화했지만 진짜 목적은 따로 있다. 많은 사람을 모아 광고수익을 높이자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앞에서 열거한 세 가지 유형이 중복 적용되고 있는 사례도 쉽게 발견된다. 애플의 앱스토어가 이런 사례다. 애플 앱스토어에는 제품과 서비가 융합돼 있고, 생산자와 소비자 연결돼 있다. 또 이용자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으로 많은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비슷한 사례들을 신용카드에서 발견할 수 있다. 신용카드사들은 새로운 시스템을 통해 고객과 고객, 고객과 생산자, 생산자와 생산자를 연결시키고 있다. 또 신용에 따라 평점이 높은 고객에 대해 이자 비율을 파격적으로 내려 적용하기도 하는데, 이는 이용자를 더 늘려 더 많은 수수료를 받기 위해 일시적으로 수익을 포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서기만 연구위원은 “융합 사업을 만든다는 것은 기존 산업이 가진 틀을 벗어난 새로운 산업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신사업이 등장하면 기존의 가치 수준과 수익 구조에 갖힌 관련 기업들은 제대로 된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망할 수 있다”며 최근 융합 사례들을 세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강봉 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0.12.10 ⓒ ScienceTimes